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전시
우리만의 정서를 표현하는 예술로써, 많은 서예가는 한글서예에 이미 주목해왔다. 한글서예가 국가무형유산에 지정되는 과정에도 서예인들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여기에는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조직위원장 송하진)가 중심적 역할을 했다. 1997년 전북의 서예문화를 바탕으로 출발한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는 올해로 열다섯 번째 행사를 앞두고 있다. 30년 가까운 시간 지역에 잊혀가는 서예 정신을 전해오며 수많은 서예가들이 이곳을 거쳐 가고, 또 여전히 몸담고 있다. 서예 안에서도 한국만의 정체성을 세우는 일은 이들의 오랜 과제였다. 그리고 그 해답은 한글서예에서 찾았다.
조직위원회는 지난 2022년부터 한글서예의 보존 가치를 알리기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한글서예의 국가무형유산 지정을 위한 기초조사 사업을 시작으로, 여러 연구를 통해 학술적 기반을 마련해나갔다. 2023년 9월, 국가유산청에 정식으로 신규 종목지정 신청서를 제출하며 다음해 1월 한글서예는 신규 지정 조사대상으로 선정되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서예가와 서예단체를 이끄는 대표, 무형유산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된 추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많은 서예인들이 힘을 모아 얻어낸 결과였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한글서예의 위상을 인정받기 까지 보이지 않는 노력이 있었다.
한글서예 국가무형유산 지정을 위한 기초조사 사업 결과보고회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는 여러 방면으로 한국 서예가 발전하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들여다보면 아쉬움이 없지 않다. 그중에서도 대중과 소통하기보다는 서예인들의 축제에 그친다는 평가는 서예비엔날레가 풀어야 할 가장 큰 과제다. 이런 점에서 한글서예의 국가무형유산 지정은 변화가 요구되는 서예비엔날레에도 자극과 기회의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조직위원회는 실제 개최 15주년을 맞는 올해, 한글서예와 다른 미술 장르의 결합을 적극적으로 이끌고 국내외 작가들에게 한글서예 작품을 요청하는 등 한글서예에 집중한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 올해부터 새로운 국가기념일로 지정되는 세종대왕 탄신일을 함께 기념하며, 세종대왕기념사업회와 협업해 큰 규모의 한글서예 기획전을 계획하고 있기도 하다.
외부적으로는 서예 전문 강사를 발굴하고, 초·중·고등학교 교육에 서예의 범위를 확대하는 등 교육에 힘쓸 계획이다. 서예비엔날레조직위는 다음 목표로 한글서예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준비하고 있다. 문자로서 한글이 지닌 우수성과 서예의 예술성을 더한 우리의 한글서예가 국가무형유산을 너머 세계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게 하려는 취지다. 윤점용 집행위원장은 이를 위해 전문 추진위원단을 재구성하고 학술용역을 통해 유네스코 등재를 위한 구체적인 연구 및 준비에 돌입한다고 전했다. 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만큼 장기적으로 바라보고 도전한다는 포부를 덧붙이기도 했다. 한글서예의 가치가 서예비엔날레를 통해 더욱 널리 확산될 수 있기를 응원한다.
고다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