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2025.1월호

최악의 아레스 유형, 윤석열

그리스로마신화로 보는 인물



김원익 문학박사·사)세계신화연구소 소장





전쟁의 신 아레스와 아테나

그리스 신들은 각각 인간 캐릭터를 구현하고 있다. 그렇다면 윤석열 대통령은 어떤 유형일까? 바로 전쟁의 신 ‘아레스Ares 유형’이다. 그중에서도 최악의 ‘저돌적 싸움꾼’ 유형이다. 아레스의 어원은 ‘폐허, 저주’라는 뜻을 지닌 그리스어 ‘아레Are’다. ‘아레스’는 신들의 왕 제우스와 헤라의 아들이었으며 로마에서는 ‘마르스Mars’라고 불렀고, 영어로는 ‘마즈Mars’라고 한다. 


그리스 신화에는 아레스 이외에도 전쟁의 신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제우스의 머리에서 완전무장을 하고 태어나 지혜의 여신이기도 했던 아테나Athena다. 하지만 두 신의 역할은 사뭇 달랐다. 아레스가 공격을 담당했다면, 아테나는 방어를 담당하였기에, 아레스의 주무기가 창이었다면, 아테나의 주무기는 방패였다. 아울러 아테나가 지혜의 여신답게 전략과 전술을 담당하며 영웅들의 정의로운 전쟁을 후원했다면, 아레스는 인간들의 맹목적인 싸움을 조장했다.


동료 신들도 싫어한 아레스 

그래서 아레스를 가장 기쁘게 하는 것은 약탈, 살육, 무기 부딪치는 소리, 뼈 부러지는 소리였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이런 아레스를 매우 탐탁지 않게 생각했다. 동료 신들도 마찬가지였다. 트로이 전쟁 때 그리스 편이었던 아테나는 트로이 편을 들던 아레스를 돌로 쓰러뜨린 뒤 이렇게 말했다. “어리석은 자여, 내가 당신보다 얼마나 더 센지 몰라 나와 겨루려 하는가? 당신 어머니는 당신이 그리스군을 멀리하고 트로이군을 돕는다고 해서 응징할 준비를 하고 있는데, 이것은 그에 대한 경고다.” 또한 아테나의 사주를 받은 그리스 장수였지만 한낱 인간에 불과한 디오메데스Diomedes의 창에 찔려 아랫배에 상처 입고 하소연하러 온 아레스를 아버지 제우스마저도 호되게 꾸짖었다. “이 철딱서니 없는 놈아! 내 곁에서 징징대지 마라. 나는 올림포스에 사는 신 중 네가 제일 싫다. 너는 밤낮 말다툼과 전쟁과 싸움질만 일삼으니 하는 말이다.” 




1 복수자 마즈 상, AD 2세기, 로마 카피톨리니 박물관  

2 아도니스의 죽음, Giuseppe Mazzuoli, 1709 (상트페테르부르크, 에르미타주 박물관)




최상의 아레스, 충실한 보호자 

하지만 아레스는 로마에서 마르스로 개명하면서 호전적이고 부정적인 면보다는 소중한 것을 지켜주는 긍정적인 면이 강조된다. 그는 로마의 건국시조인 로물루스와 레무스의 아버지로서 국가 수호신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복 전쟁이 유난히도 많았던 로마의 장군들은 전쟁터로 나가기 전 꼭 마르스 신전에 가서 제물을 바치며 승전을 기원했으며, 전쟁에서 자신을 비롯한 로마의 군대를 보호해 줄 것을 간청했다. 


아레스 유형 중 최상의 경우는 아레스의 긍정적인 면을 이어받은 ‘충실한 보호자’다. 그는 전쟁터에서 타고난 군인으로 혁혁한 전공을 세울 수 있다. 조국을 위해 싸우다가 장렬하게 산화할 수도 있고, 살아남는다면 장군으로까지 진급하여 군인으로서 최고의 명예를 누릴 수도 있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 <다이 하드>, <보디 가드> 등의 주인공도 모두 이런 유형에 속한다. 


최악의 아레스, 저돌적 싸움꾼 

아레스 유형 중 최악의 경우는 아레스의 부정적인 면을 이어받은 윤석열 대통령과 같은 ‘저돌적 싸움꾼’이다. 그동안 세간에서 윤 대통령을 ‘저돌적’이라는 말의 어원인 멧돼지로 비유해 온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멧돼지는 바로 아레스를 상징하는 동물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아레스는 멧돼지로 변신하여 엄니로 연적 아도니스Adonis를 들이받아 죽인다. 저돌적 싸움꾼 유형은 마치 멧돼지처럼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본능적으로 행동한다. 행동하기에 앞서 전혀 성찰하지 않는다. 어떤 일을 하기 전에 요모조모 따져보며 계획을 세우는 법이 없다. 


저돌적 싸움꾼 유형은 특히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자신의 판단, 결정, 선택 등이 최고이자 최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사전엔 대화나 타협이나 협치는 있을 수 없다. 자신을 비판하면 그게 친구든 남이든 마치 전후 사정을 따져보지도 않고 마치 분노조절장애자처럼 분기탱천하며 그들의 주장을 반박한다. 심지어 분노가 극에 달하면 무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 



전쟁터의 마즈, Bartholomeus Spranger, 1580년경




어떤가? 저돌적 싸움꾼 유형이 취임 이후 줄곧 불통과 독선과 전횡을 일삼다가 급기야 지난 12월 3일 계엄이라는 무력을 행사하여 전 국민을 큰 충격에 빠트린 윤 대통령을 빼닮지 않았는가? 절묘하게도 윤석열 대통령이 선포한 ‘계엄령’의 영어 단어 ‘마셜 로martial law’에서 ‘마셜martial’은 ‘아레스’의 영어식 이름인 ‘마즈Mars’에서 유래한 것으로 ‘계엄령’은 결국 ‘마즈의 법’, 다시 말해 저돌적 싸움꾼 ‘아레스의 법’이다.


저돌적 싸움꾼 유형은 무엇보다도 가족에 대한 공격을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할 정도로 공사公私를 구분하지 못한다. 마치 아레스가 트로이 전쟁에서 아들 아스칼라포스Askalaphos가 트로이 장수 데이포보스Deiphobos의 창에 맞아 죽었다는 비보를 듣고 분노한 나머지 신으로서 자신의 신분을 망각한 채 원수를 갚으려 지상의 전쟁터로 뛰어내리려고 했던 것과 같다. 대통령으로서의 신분을 망각한 채 온갖 불의한 의혹에 휩싸인 아내를 보호하다가 끝내는 불법적인 계엄령까지 선포한 윤 대통령을 상기시킨다. 


국민의 저주는 반드시 실현 

올림포스 궁전에서 헤라로부터 아스칼라포스가 죽었다는 말을 전해 듣고 분노한 아레스가 이성을 잃은 채 급히 무구를 걸치며 트로이 전쟁터로 내려가겠다고 나서자 아테나는 부리나케 달려가 그의 무구를 억지로 벗기며 이런 말로 간신히 그를 눌러 앉힌다. “이 미친 자여, 정신 나간 자여! 정말 우리 모두 공멸하고 싶어 안달이 난 거요? 당신이야말로 도대체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고 분별력도 수치심도 없군요. 우리 누구든 인간들의 싸움에 개입하면 우리 모두를 가만두지 않겠다는 아버지 제우스의 경고를 새까맣게 잊어버렸나요?” 


이 대목에서 대통령실 관계자들과 대다수 국민의힘 국회의원 등 윤석열 대통령을 옹위했던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왜 그동안 당신들은 아테나처럼 용감하게 나서서 ‘미치고 정신 나간’ 대통령의 폭주를 말리지 못했는가? 직접선거로 대통령을 뽑은 국민에게서 신임을 잃은 그에게 더 이상 무엇을 바라는가? 이제 우리가 그에게 바랄 것은 아무것도 없다. 고대 그리스 비극작가 아이스킬로스는 「아가멤논」에서 합창대의 노래를 통해 이렇게 말한다. “국민이 한을 품고 하는 말은 무서운 법이니, 국민의 저주는 반드시 실현되기 때문이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