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 홍대 인디밴드들을 중심으로 ‘인디음악 붐’이 불던 때가 있었다. 그 무렵 전주에도 인디음악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 문을 열었다. 전주 구도심 골목, ‘레드제플린’이라는 간판을 단 작은 공연장 겸 클럽이다. 지역 밴드들이 설 수 있는 무대를 열어줬던 이 공간은 몇 번의 이사와 우여곡절을 겪으며 현재 ‘더뮤지션’이라는 이름으로 그 의미를 이어가고 있다.
‘레드제플린’이 ‘더뮤지션’으로 이어지기까지, 그 과정에는 음악인이자 기획자인 정상현 씨가 있다. 젊은 시절 밴드활동을 하다 공연 기획자의 길을 선택한 그는 전주 인디씬을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인물이다. 더뮤지션을 운영하며 이제는 인디음악을 넘어 다양한 장르의 무대를 지역에 전하고 있다.
더뮤지션은 두 가지 목표를 함께 향한다. 서울에 가야만 볼 수 있는 대중적인 밴드들을 가까이에서 만나는 통로가 되고, 지역 뮤지션들을 발굴해 알리는 역할을 함께한다. 스탠딩석으로는 최대 300명까지 수용이 가능한 규모로 작은 공연장 중에선 가장 큰(?) 공연장이라 할 수 있는 이곳은 그만큼 시도할 수 있는 무대의 폭도 넓다. 전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인디밴드들이 모이는 음악 축제 ‘메이드 인 전주’, 만원의 입장료로 공연을 즐기는 ‘만원콘서트’ 등 더뮤지션만의 정체성을 담은 기획공연들은 지역과 대중음악을 연결하는 전주의 대표적인 공연 콘텐츠가 되고 있다.
“지역 뮤지션 알리는 무대로”
정상현 대표
─요즘 지역 음악 시장은 어떤가요
예전보다 환경이 많이 좋아지긴 했죠. 결국은 지원금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지역 문화재단의 지원사업들이 전에는 국악이나 클래식 쪽에 집중된 편이었다면 이제는 대중음악 쪽도 관심을 많이 받는 것 같아요. 저희도 일정 부분 예산을 지원받아서 뮤지션들과 소통하며 같이 음반을 제작하고 여기서 쇼케이스도 열고 있어요. 지역에서 음악을 하는 젊은 친구들이 늘고 있고, 타 지역 친구들이 여기에 자리를 잡고 음악을 하는 경우도 의외로 많아요. 이런 흐름을 보면 전주가 나름 음악하기에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해요.
─새로운 공간을 또 준비하고 있다고요
남부시장에 있는 문화공판장 작당의 1층에 ‘모이장’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공연장을 준비하고 있어요. 공연장뿐 아니라 전북의 기념품들을 판매하는 팝업스토어도 열고, 여행자 라운지도 한쪽에 만들어서 운영해 보려고 해요. 이번 5월부터 일부를 먼저 개관할 예정입니다. 더뮤지션이 인디밴드에 중점을 둔다면 여기는 국악이나 클래식, 재즈, 연극까지 가능하도록 오픈된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요.
─두 공간을 통해 도전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요
단순한 공연장 외에 활용 가능한 공간들이 생겼으니 음악과 관련된 아트페어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레코드페어를 열어서 음악에 대해 이야기하는 포럼이나 세미나도 함께하는 예술축제를 만들면 재밌을 것 같아요. 제가 지금까지 제작하고 모은 음반만 해도 굉장히 많거든요. 그런 걸 소개하기도 하고, 지역 뮤지션들이 꾸준히 앨범을 내고 있으니 알리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음악 관련 책을 소개해도 좋고요.
─여러 어려움에도 ‘공연장’을 포기하지 않은 이유가 궁금합니다
솔직히 공연장 자체가 저에게 경제적으로 큰 도움이 되는 일은 아니거든요. 하지만 제가 기획자로 성장해온 과정을 돌아보면, 공간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교감할 수 있었고 제가 사람들에게 뭔가를 주기도 하고 또 받기도 하면서 다양한 일들을 해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그 과정에는 고마운 분들이 엄청 많았죠. 어려움이 생길 때마다 곁에서 응원하고 도와주는 사람이 있어서 버틴 것 같아요. 또, 함께했던 뮤지션들이 이 공간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것도 크죠.
─작은 공연장들에 한마디를 전한다면요
결국은 자기 개발밖에 없는 것 같아요. 자체적으로 좋은 콘텐츠들을 기획하는 일이 필요한 거죠. 무언가 꾸준히 투자를 해야 그만큼이라도 얻는 게 있어요. 공연장의 환경도 중요하다고 봐요. 가장 기본이 되는 음향 장비도 신경을 써야하고 공연하는 팀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서비스를 주고, 관객들에게는 편하게 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계속해서 고민해야죠. 그렇게 투자를 하면 여기서 한번 공연을 한 팀들이 다음에 또 연락이 오고, 결국 수익을 낼 수 있는 길들로 연결이 된다고 봐요.
더뮤지션ㅣ전주시 완산구 전주객사3길 35 2층
고다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