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문화예술 돋보기   2024.3월호

버려진 옷, 새로운 쓸모를 찾다

: 살림꽃 협동조합



우리 사회의 핵심적 요소로 떠오른 ESG. 그러나 이 용어가 등장하기 이전부터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ESG의 개념을 실천하는 곳들이 있었다. 문화예술과 연결된 지역의 ESG 현장을 조명하는 ‘ESG 문화예술 돋보기’. 이번에 소개할 곳은 남원시 산내면에서 자원순환가게 나눔꽃과 새활용수공예공방 살림꽃을 운영하고 있는 살림꽃협동조합이다.  


ESG란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 보호,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개선을 추구하여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을 의미한다.


살림꽃 공방 내부



나눔꽃은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요?  

1년에 무려 1,000억 벌의 옷이 생산되고 그중 30%가 넘는 양은 같은 해 그대로 버려진다고 한다. 나눔꽃은 주민들이 기부한 옷과 생활용품들을 재판매하고 새롭게 가공해 친환경 문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처음에는 행거 하나에서 출발한 일이 이제는 방 한 칸 가득 물건이 들어찰 만큼 인기다. 기부 방법은 간단하다. 문 앞에 기부할 물건을 놓아두기만 하면 된다. 이렇게 모인 모든 물건의 가격은 천 원이다. 크기가 작든 크든, 비싼 브랜드건 아니건 무조건 천 원에 판매한다. 무인으로 운영되는 이곳은 주민들이 편하게 드나드는 마을의 핫플이기도 하다. 일주일에 한번 계산통을 열어보면 천 원짜리가 수북하게 쌓여있다. 


박선희ㅣ저희끼리 재미로 하는 말이 있는데요. ‘이 옷 예쁘다. 어디서 샀어?’하고 물으면 다들 나눔꽃에서 샀다고 대답을 해서 한때 이 말이 동네의 유행어처럼 쓰였어요. 그만큼 이 공간을 많은 주민들이 편하게 이용해주고 계세요.  


자원순환가게 나눔꽃 내부



되팔기 어려운 물건들은 어떻게 활용되나요? 

나눔꽃 옆에는 살림꽃이라는 이름의 공방이 낡은 문 하나를 두고 이어진다. 많은 양의 물건을 마냥 쌓아두는 데는 한계가 있었기에 유행이 지나 더 이상 팔리지 않는 청바지나 얼룩진 티셔츠 등은 쓸 만한 제품으로 재탄생시켜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2012년 나눔꽃이 생기고 2년 후, 새활용 공방 살림꽃이 문을 열게 된 이유이다. 2021년에는 협동조합으로 그 규모를 키웠다. 옷의 쓰임은 다했지만 재료로는 더없이 좋은 천을 이용해 가방과 필통, 모자 등 일상에 자주 사용되는 소품들을 만들어 판매한다. 


김현정ㅣ최근엔 다양한 자투리 천으로 친환경 현수막을 제작하고 있는데 반응이 좋아요. 한번 쓰고 버려지는 현수막이 넘쳐나잖아요. 두고두고 사용하는 현수막이나 간판처럼 활용할 수 있도록 천 현수막을 제작해 알리고 있어요. 크기가 큰 것들은 재봉틀을 사용하기 어려워서 일일이 오리고 붙여 한 땀 한 땀 바느질해 만들기도 하는데요. 힘이 들지만 그만큼 뿌듯한 작업이기도 해요. 


버려진 티셔츠 천을 활용해 제작한 친환경 현수막



자원순환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김현정 씨와 살림꽃의 시작을 함께한 친구는 이제 막 돌이 지난 아이를 키우던 시절, 우연히 아름다운가게에 들렀다. 몇 십만 원을 하던 유모차가 그곳에서는 3천원에 팔리고 있었다. 잠깐 쓰고 버려지는 유아용품들을 서로 나누고 물려받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두 사람은 남원 산내면 작은 동네에 지금의 공간을 열고 마을에 맞는 형태로 범위를 넓혀갔다.


김현정ㅣ버려진 옷들은 양이 어마어마해서 전부 처치 곤란한 쓰레기가 돼요. 많은 분들이 이곳에 기부를 하면서 마음의 위안을 삼는데요.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일상에서 적절한 소비를 실천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꼭 필요한 것만 사고, 버리지 않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죠.


기부를 원하는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두 사람은 기부와 처분을 잘 구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아 전한다. 오래되어 먼지가 가득 앉은 물건이나 고장 난 전자제품 등 내가 쓸 수 없는 물건은 남도 쓰기 어려운 법이다. 단순한 처분이 아닌, 꼭 필요한 사람에게 잘 쓰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깨끗한 상태의 물건을 기부해주길 당부한다.  


오른쪽부터 두 사람이 김현정, 박선희 씨ㅣ사진 나눔꽃



새롭게 계획하고 있는 일이 있을까요? 

협동조합을 만든 후 지난 3년은 씨앗을 뿌리는 시기였다. 이것저것 시도해보고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며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찾았다. 앞으로의 3년은 그동안 뿌린 것들을 잘 키워보고 싶은 바람이다. 새활용 제품 제작기술이나 판매전략, 협동조합 운영에 있어서도 전문성을 쌓고 환경에 대한 가치를 추구하는 단체들과 협업도 해나가며 살림꽃협동조합을 튼튼하게 키워가는 것이 목표다. 


박선희ㅣ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어요. 구매해간 셔츠에 작은 얼룩이 있었는데 그 부분에 멋지게 자수를 놓아 입고 다니셨어요. 옛날에는 옷에 구멍이 나도 고쳐 입는 일이 흔했는데 요즘은 새로 사 입는 경우가 많잖아요. 올해는 조금 찢어지거나 구멍 난 옷을 자신의 솜씨로 수선해서 나만의 옷으로 재탄생시키는 일을 산내마을 분들과 해보고 싶어요!



글ㆍ사진 고다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