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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란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 보호,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개선을 추구하여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을 의미한다.
김춘학 센터장
편견과 차별 없는 사회를 향해
김춘학 센터장의 명함에는 자신을 설명하는 단체의 이름이 여러 개 적혀있다. 그는 2016년부터 다이룸종합교육지원센터를 통한 교육활동을 중심으로, 산하에 다이룸문화예술교육연구소, 다이룸 협동조합을 운영하며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과 전시, 행사 등을 기획하고 있다. 덕분에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바쁘지만 그가 많은 프로젝트를 벌이는 이유는 지역의 문화 다양성을 지키는데 있다. 이주민을 위한 한국어 교육이나 다문화 인식 개선 교육, 청소년 진로체험교육, 중장년층의 인문학 활동 등 주된 움직임은 다문화 가정과 청소년, 어르신, 성소수자를 향해있다. 그래서일까, 다이룸 협동조합을 상징하는 슬로건은 ‘편견과 차별 없는 사회’다.
실천에는 긴 호흡이 필요하다
그는 매월 마지막 주 월요일 아침마다 사람들과 함께 바다로 향한다. 비치코밍 데이이기 때문이다. ‘비치코밍(beach combing)’은 해안으로 밀려오거나 사람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들을 청소하는 행위를 뜻한다. 군산에 살아가며 자연스레 바다를 떠올린 그는 해양쓰레기에 대한 관심을 직접 행동으로 옮겼다. 함께할 사람들을 모집해 인원이 많든 적든 정해진 날이면 선유도 바닷가로 나갔다.
“쓰레기 줍는 시간은 절대 1시간을 넘기지 않아요. 처음 비치코밍을 하러오면 완벽주의가 발동하거든요. 그런데 눈에 보이는 모든 쓰레기를 치우는 건 불가능해요. 그게 불가능한 일이라는 걸 먼저 받아들이게끔 하죠. 바다의 특성상 쓰레기는 매일매일 생겨나거든요. 이런 활동은 긴 호흡을 갖고 해야지 단시간에 결과를 얻으려고 하면 안돼요. 꾸준한 활동을 통해 한 번 왔던 분이 다시 오고, 저희 같은 단체가 많아지고,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하는 게 목적이에요.”
비치코밍 활동이 끝나면 바다를 배경으로 미니콘서트를 열거나 모아진 쓰레기로 새로운 소품을 만드는 등 문화예술을 더하기도 한다. 환경을 위한 실천은 힘든 일이 아닌, 그 자체로 즐거운 활동이라는 인식을 넓히기 위해 이러한 노력들을 계속한다. 지난해부터는 바다뿐 아니라 숲으로도 걸음을 옮겼다. 숲해설사와 동행해 자연의 이야기를 듣고 플로깅을 함께하는 서해랑길 클린워킹 프로젝트다. 월명산을 걸으며 쓰레기를 줍고, 자연을 활용한 천연염색 체험을 즐기며 자연스레 환경에 대한 인식을 제고한다. 여기에 마음 속 쓰레기까지 버릴 수 있도록 작은 이벤트도 마련했다. 플로깅을 마치고 마음 쓰레기통에 버리고 싶은 감정을 적어보는 것까지가 하나의 프로그램이다.
먼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자
앞선 활동들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일 역시 필요하다. 결국 ESG의 세 요소는 같은 맥락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그는 말한다. 실제로 그가 고민하고 있는 사회, 환경적 문제들을 공유하기 위해 네트워크를 만들어가고 있는 단계다. 군산시청과 교육지원청, 문화재단 관계자와 교수, 농사짓는 농업인, 청년까지 다양한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공통의 주제로 의견을 나누고 협력한다. 앞장서 활발히 움직이다보니 ESG 전문가로서 자리에 나서기도 한다. 여기저기 앞다투어 ESG 경영을 선포하는 요즘, 그가 생각하는 진정한 ESG의 실천은 무엇일까.
“먼저 내가 할 수 있는 실천을 찾아서하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각자 성격에 따라 할 수 있는 일이 다 다른데 정해진 실천들을 꼭 하나의 잣대처럼 강요하는 분위기가 있거든요. 누군가는 종이컵을 써야 하는 상황일 수도 있는데 그 사람에게 안된다고 강요할 수는 없는 거예요. 대신 오늘 종이컵 하나를 덜 썼으면 그걸로 할 수 있는 일을 한 거죠. 자기만의 ESG 실천 방법을 찾아서 실행하는 것. 저는 그냥 이런 메시지를 이곳저곳 전달하는 역할을 해나가고 싶어요.”
글ㆍ사진 고다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