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뒷이야기   2026.3월호

마시는 즐거움 너머 경험하는 즐거움


이번 호 기획은 유독 반갑게 읽은 독자가 많을 것 같습니다. 평소 술을 좋아하고 즐기는 애주가라면 전통주에 대한 관심도 높을 텐데요. 개인적으로는 술을 자주 즐기는 편이 아니라 더 많은 공부가 필요했습니다. 전통주에 대해 알아가다 보니, 우리 지역 안에서 만들어지는 매력적인 술들이 정말 많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양조장마다 지닌 특성도 개성도 모두 달라 어떤 곳을 깊이 있게 취재할지 고민도 많았습니다. 기사에서 전한 세 곳의 전통주 외에, 다 전하지 못한 또 다른 지역특산주도 소개해보고 싶은데요.


전주 한옥마을 옆 골목을 걷다보면 ‘술시’라는 간판을 단 양조장이 있습니다. 나무 대문을 지나 안으로 쭉 들어가면 햇살 아래 누룩 말리는 풍경과 나란히 늘어선 장독대들이 보입니다. 보이는 그대로 이곳에서는 전통방식으로 술을 빚습니다. 마당을 기웃거리면, 15년 가까운 시간 이곳에서 술을 빚어 온 김동식 대표가 다가와 흥미로운 전통주 이야기를 잔뜩 들려줍니다. ‘술시’에서는 지역의 가양주 전통을 테마로 한 청주와 탁주를 만듭니다. 첨가물을 넣지 않고 오직 쌀과 누룩, 물만으로 빚은 전통주로, 온라인이나 도매 유통 없이 이 공간에서만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곳에 와야만 마실 수 있는 특별함이 더해지는 셈이죠. 작은 술잔에 따라주신 청주와 탁주를 한잔씩 맛보니 묵직한 신맛과 단맛, 감칠맛이 입안에 오래 남습니다. 


다른 술과 비교되는 전통주의 매력은 바로 이런 ‘경험’ 안에 있습니다. 단순히 술을 마시는 즐거움 너머, 낯선 공간과 사람, 이야기를 만나는 즐거움이 더해지죠. 아마 전통주를 즐기는 사람들은 그런 ‘경험’을 즐기고 있는 게 아닐지 생각합니다. 소주, 맥주, 막걸리, 와인 등등 사랑받는 술 가운데, 우리의 전통주도 어색하지 않게 이름을 올리는 날이 오길 기대합니다. (이번 기사에 소개된 각 지역 특산주들을 경험하며 전통주의 세계에 입문해 보시기를!)


고다인 기자






좋아해서 더 아쉬운 두 축제를 기다리며


대학생 시절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하우스어셔로 꽤 오랜 시간 일했습니다. 그 덕분에 다양한 공연을 접할 수 있었는데, 매년 열리던 전주세계소리축제와 전북연극제는 유독 기다려지는 축제였습니다. 함께 근무하던 어셔들 대부분이 음악대학에 다니거나 공연을 좋아하던 친구들이어서, 자연스럽게 회식 자리에서 각자의 평론(?)을 쏟아내곤 했습니다. 좋았던 장면을 다시 이야기하고, 아쉬운 부분은 날것 그대로 쏟아내면서 무대를 곱씹던 시간은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번 3월호에서는 두 축제를 모두 다뤘습니다. 소리축제는 지난해 말부터 도지사 측근 임금 특혜를 비롯해 많은 논란이 있었고, 개최 시기를 여름으로 옮긴 것과 관련해서도 비판이 이어져 왔습니다. 소리축제의 그동안을 두고 작년 마당에서 포럼을 열기도 했습니다. 전북연극제 역시 지면을 통해 꾸준히 다뤄왔지만, 구조상 다수 극단이 참여하기 어렵고 관객층이 한정적이라는 과제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두 축제, 넘어서 국악과 연극이라는 장르 자체가 점점 사람들의 일상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기자가 되기 전, 객석 안내를 하던 시절부터 좋은 공연을 ‘우리끼리’만 보고 있는 듯한 아쉬움이 늘 있었습니다. 오랜 전통과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음에도 행정과 예산 문제로 불필요한 잡음이 반복되고, 그것이 곧 공연의 질 저하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낀 적도 많습니다.


소리축제는 새 집행위원장과 조직위원장을 맞이했고, 전북연극제 역시 새로운 연극협회장이 선출되면서 두 축제 모두 그간 제기돼온 현안을 내부적으로 다시 점검하는 분위기입니다. 그 움직임들이 실질적인 구조 개선으로 이어지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무대 위에서 애쓴 예술인들,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움직여온 스태프와 실무자들의 노력이 빛을 잃지 않기를 바랍니다! 


류나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