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뒷이야기   2026.5월호

길은 우리 가까이에


이번 기획은 주제가 ‘여행’인 만큼 가볍고 경쾌한 마음으로 준비했습니다. 따스한 계절, 좋아하는 길을 떠올리는 일은 역시 즐거운 일입니다. 지난 취재 중 우연히 알게 된 길이 있어 소개하고 싶은데요. 전북도립미술관에서 열린 전수천 작가의 전시를 보러 간 날이었습니다. 벚꽃은 만개했지만 야속하게도 굵은 비가 쏟아진 날이었죠. 전시를 한창 둘러보고 가장 안쪽에 위치한 5전시실에 들어서는 순간, 커다란 유리문 밖으로 아름다운 벚꽃길이 펼쳐졌습니다. 그 강한 비바람에도 꽃잎을 떨구지 않고, 낮은 언덕길을 따라 작은 벚나무들이 총총 서있었죠. 미술관 안에서 그 풍경을 바라보니 그 길마저도 작품처럼 느껴진 순간이었습니다. 


미술관 옆으로 이어지는 이 길은 마고암으로 오르는 탐방로입니다. 미술관에 주차를 하고 1km 정도 산을 오르면 마고암에 도착합니다. 구불구불한 오솔길을 따라 30분 정도면 충분히 오를 수 있는 길이죠. 초입의 벚꽃길을 지나 오르는 길에는 반가운 들꽃과 멀리 보이는 구이저수지 풍경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도립미술관에 자주 다녀오지만 바로 옆에 소박하고 멋진 길이 있다는 건 이제야 알았습니다. 아직 발견하지 못했을 뿐, 길은 멀리 있지 않고 언제나 가까이에 있다는 걸 깨닫습니다. 이번 봄에는 주변의 작은 길들을 들여다보며 일상을 여행처럼 걸어보시기를! 여러분이 좋아하는 길은 어떤 길인가요? 


고다인 기자






독립예술영화의 재미


영화제가 오면 또 한 해가 흘렀구나 싶은, 전주에서 나고 자란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계절 감각 같은 것이 있습니다. 어릴 때는 부모님에 의해 반강제로 영화제를 찾았는데요. 이해하기 힘든 영화를 보면서 졸다가 깨기를 반복했었는데, 그때는 몰랐던 재미를 알아버려서 영화제 기간이면 4편씩 예매해 놓고 주말을 온종일 영화관에서 보내기도 합니다. 대학 시절에는 지프지기로 활동하기도 했는데 나름 우수 지프지기로 선정되어 마지막 날 단상에서 상장을 받기도 했습니다.(ㅎㅎ)


영화제의 재미는 역시 미리 리뷰나 평점을 보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복권을 긁는 심정으로 예매하는 것 같습니다. 전혀 맞지 않는 영화를 만나 멍하니 앉아 있을 때도 있지만, 아무 기대 없이 들어간 영화에서 취향을 발견했을 때의 기분은 보통의 영화 관람에서는 좀처럼 느끼기 힘든 것 같습니다.


크레딧이 올라가고 객석에 박수 소리가 퍼지는 것도 영화제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것 같은데요. 아무 공통점 없는 사람들이 모인 공간에서 같은 장면에 웃고 같은 장면에 숨을 죽였다는 걸 그 박수 소리로 확인하는 순간이 영화제에서 가장 좋습니다. GV도 마찬가지입니다. 영화는 GV가 아니면 창작자와 관객이 만날 일이 거의 없는 예술이니까요.


한국 영화 산업이 위기라고는 하지만, 흥행을 떠나서 요즘 독립영화 중에는 좋은 작품들이 많습니다. 최근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본 세 편도 모두 좋았습니다.(<우리에게는 아직 내일이 있다>, <센티멘탈 밸류>, <햄넷> 봤습니다!) 독립영화관 일반 상영에서 관객이 많은 것을 오랜만에 보았는데, 북적거리는 영화관 휴게실의 모습에 이상하게 들뜨기도 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영화관을 나서면 영화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좀처럼 없다는 것입니다. 문득 독서모임은 많은 것 같은데 영화모임은 찾기 어려운 이유에 대해 생각해 봤는데요. 출판계의 경우 독립서점들이 가교 역할을 해주는데, 영화계는 영화관이 그 역할을 하지 못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이는 영화제가 소중한 이유가 어쩌면 거기에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제가 끝나고 나서도 이어지는 관객 문화가 생기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류나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