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하는 책   2024.3월호

MZ세대의 문학이란


'MZ세대'는 문학을 소비하고 생산하는 형태도 기성세대와 다르다. SNS에서 화제 된 책이나 독서 관련 인플루언서들의 추천 책을 따라 산다. 출판사와의 거리도 좁다. 실제 직원들이 출연하는 민음사의 유튜브 구독자수는 18만명에 육박한다. 이에 맞게 요즘 젊은 작가들의 활동도 실로 대담하고 실험적으로 변하고 있다. 깡패가 되려고 시를 쓴다고 하질 않나, 새로운 시집의 구성을 보이기도 하며, 오타쿠 문학처럼 여겨지던 웹소설을 순문학에 가져온다. '등단'의 길에서도 벗어난다. 웹진이나 메일링 서비스, SNS를 적극 활용하며 비등단작가로서 활동하고, 심지어는 '웹 시집'을 낸다. 이러한 문학의 흐름을 선도하는 젊은 작가들을 소개한다. 이들에게 SNS란 단순한 소통의 공간이 아닌 자신의 문학 세계를 드러내고 전시하는 작은 갤러리다. 연예인처럼 프로필 사진을 찍어 스스로를 홍보하기도 한다. 소개하는 작가 대부분은 다수의 팔로워를 보유한 '문학 인플루언서'들이다.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첨부하니, 함께 살펴보아도 좋다.  






박참새 @bakchamsae

정신머리 | 민음사 | 2023


"누가 시를 왜 쓰냐고 하면은, 내 깡패 되려고 그렇소, 라고 답하면 되겠습니다." 최근 크게 화제 되었던 박참새 시인의 제42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소감이다. 시도 수상소감만큼이나 흥미롭다. 영어로 지은 시를 챗GPT를 통해 번역하는가 하면, 'X'(구 트위터)의 게시글의 형태를 한 시도 있다. 사실 문학계가 그를 주목한 지는 꽤 되었다. ‘가상실재서점 모이’의 북큐레이터였고, 팟캐스트 ‘참새책책’ 진행자였다. 문화저널 독자 중에서는 전주 웨리단길의 카페 '평화와 평화'의 북큐레이터로서 그를 기억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조예은 @yyyeaeun 

꿰맨 눈의 마을 | 자음과 모음 | 2023


최근 몇 년 사이 불모지와도 같았던 한국 장르 문학 시장이 급부상했다. 그 중심에는 천선란, 김초엽, 정세랑, 조예은과 같은 젊은 SF작가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조예은은 「트로피컬 나이트」, 「칵테일, 러브, 좀비」, 「스노볼 드라이브」 등이 잇따라 주목 받으며 팬덤을 대거 형성했다. 어딘가 기괴하고 호러스러운 이야기에서 사랑과 온기를 찾을 수 있는 것이 조예은만의 특징. 「꿰맨 눈의 마을」은 그의 신작으로, 바이러스로 뒤덮여 종말을 맞이한 세계를 환상적으로 그려내는 연작소설집이다. 





계미현 @gyemihyun

현 가의 몰락(The Fall of the Hyuns) | 2023


작가로 '인정'받을 수 있는 방법이 문학상이나 신춘문예 수상에만 있을까? 답은 '아니다'이다. 계미현 시인은 한국 최초로 '웹 시집'을 내며 스스로 데뷔했다. 웹사이트에 들어가 움직이는 개미들을 클릭하면 11편의 시를 읽을 수 있다. 시에도 개미를 비롯한 여러 '충'의 이야기를 다루는데, 동물권 운동가로 활동했던 시인의 이력이 반영되었다. 계미현의 한글시와 번역가 공민의 번역시가 함께 배치되어 한국어와 영어를 넘나들며 감상할 수 있다. 시집은 https://thefallofthehyuns.net/ 에서.





변혜지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법 | 문학과 지성사 | 2023


‘전지적 독자 시점’을 아는가? 2018년 연재를 시작하여 누적 조회수가 2억을 넘었으며, 완결된 지금까지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웹소설'이다.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법'은 이 웹소설의 주인공이 읽은 소설로, 시집의 제목은 여기에서 따왔다. 시집의 세계관 역시 판타지다. 언뜻 웹소설의 주인공이 가지는 클리셰가 보인다. 세계가 반복되고, 생존게임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철학적 주제로 확장한다.  





양안다 @uanda114

몽상과 거울 | 아침달 | 2023


1992년생의 젊은 작가이지만 벌써 등단 10년이 된 기성 시인(?)이다. 최근 인터뷰에 따르면 실리카겔과 맥 밀러의 노래를 들으며 시를 쓴다고 하니 일단 MZ가 맞긴 맞는 것 같다. 「몽상과 거울」은 그의 신작으로, 시집의 구성이 '거울'처럼 대칭적이다. 2부를 사이에 두고 1부와 3부의 시들이 같은 제목으로 맞물린다. 표지 또한 책등에 거울을 놓은 듯 데칼코마니로 디자인되었다. 다만 1부에는 4명의 인물이 등장하지만 3부에는 화자 혼자 남겨지며 사랑과 우정, 공동체의 관계를 되짚는다.





이슬아 @sullalee

가녀장의 시대 | 이야기장수 | 2022


문학 인플루언서의 시초라고 할 수 있겠다. 수필 메일링 서비스 '일간 이슬아'로 주목받기 시작했으며, 현재 9만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가녀장의 시대」는 주로 수필 인터뷰집을 써온 그의 첫 장편소설이다. 가녀장家女長, 생계를 책임지며 세계를 뒤집어엎는 딸들의 이름이다. 가부장, 가모장도 아닌 가녀장의 시대를 이야기하며 젊은 여성들이 각계각층에서 활약하며 과거에는 상상도 못한 혁신과 서사를 만들어내는 요즘의 시대상을 반영했다. 직접 각본 집필에 참여하여 드라마로도 방영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