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영화 중 하나는 <힘을 낼 시간>(감독 남궁선)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작한 이 영화는 무명 아이돌의 은퇴 이후를 다룬다. 어린 나이에 데뷔하여 상품화되고 노동력을 착취당하지만, 그들을 보호해 주는 어른은 없다. 은퇴 이후의 삶은 막막하기만 하고, 심지어 거식증이나 우울증 같은 후유증에 시달린다. '우상'이라는 뜻을 가진 아이돌(IDOL). 하지만 막상 당사자들이 처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아이돌의 인권 문제 외에도 케이팝 산업은 여러 담론을 가지고 있다. '빠순이'이라는 혐오 표현과 맞서 싸우며 자신들의 사랑을 끊임없이 증명하고 있는 팬들, 전 세계적으로 눈부신 성취를 얻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편견 아래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아이돌들의 음반과 무대, 관심이 곧 화폐가 되는 '관심경제'로서의 케이팝 시장까지. 어딘가 이상하고 기형적인, 하지만 그 어떤 것보다 사랑으로 점철되어 있는 케이팝의 흐름을 만난다.
아무튼, 아이돌
윤혜은 | 제철소 | 2021
무언가를 조건 없이 애정하는 마음은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을 얼마나 근사하게 만들어주는가! 덕질이 주는 순수한 즐거움은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저자는 초등학생 시절부터 수많은 휴덕과 탈덕을 거듭하며 지금까지 덕질을 이어오고 있는 '덕후'다. god, 베이비복스, 보아, 현재의 온앤오프까지 이르는 그의 덕질 일대기 속에는 아이돌의 성장을 바라보며 자신도 함께 성장한 모든 과정이 담겨있다. 대중이 알기 어려운 덕질 용어들을 사전 형식으로 정리한 일러두기, 덕질메이트와의 솔직한 대담을 담은 부록까지 만날 수 있다.
퀴어돌로지
스큅 외 11명 | 오월의봄 | 2021
케이팝 산업의 기본값은 '퀴어함'이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싶지만 <퀴어돌로지>를 읽으면 이해가 된다. 하얗고 마른 남성 아이돌들에게선 남성성의 상징인 '마초함'이 빠져있다. 여자 아이돌들은 '여덕'으로 불리는 여자 팬들의 사랑을 받는다. 1세대 아이돌 태동기부터 동성 멤버 간 사랑을 다룬 ‘팬픽’은 팬덤 문화를 이끈 핵심 동력원이었다. 남성 아이돌을 사랑하는 레즈비언과 여성 아이돌의 춤을 추는 게이, 여성 아이돌을 사랑하는 여덕의 마음, 알페스의 세계까지. '퀴어'로 물든 케이팝 산업을 바라본다.
망설이는 사랑
안희제 | 오월의봄 | 2023
부제는 '케이팝 아이돌 논란과 매혹의 공론장'이다. 아이돌들은 논란에서 가장 취약한 존재이다. 작은 말실수 하나에도 온라인 처형대에 오른다. 문화인류학을 공부하는 저자 안희제는 사람들의 관심이 곧 화폐가 되는 케이팝 시장에서 갑질, 학교폭력, 성폭력, 역사 인식 등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사건들이 어떻게 논란으로 증폭되는가에 대해 대중-팬-사이버렉카-언론-알고리즘-소셜미디어의 연결고리 안에서 다룬다. 그러면서도 '망설임'으로 아이돌들을 감싸는 팬들과의 대화를 통해 조금 더 나은 온라인 공론장 문화를 상상한다.
지금 여기의 아이돌-아티스트
김영대 | 문학동네 | 2021
김영대 음악평론가가 평범한 대중들에게 아이돌들의 매력을 전하기 위해 쓴 책이다. 아이돌은 아티스트인가? 케이팝은 대중 문화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며 전 세계로 나아가고 있다. 하지만 아이돌이라는 편견 아래 그들의 성취에 대한 인정과 음악적 평가는 거의 부재하다. BTS, 아이유, 블랙핑크, 태민, 태연, NCT, 레드벨벳, 데이식스, 이달의 소녀,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등 저자가 전하는 10팀의 아이돌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동안 모른 척해왔던 한국 대중음악의 담론을 살펴보자.
빠순이는 무엇을 갈망하는가?
강준만, 강지원 | 인물과사상사 | 2016
“빠순이 알기를 연탄재처럼 아는 전 사회적 음모에 저항하라!” 강준만 교수(빠순이 아빠)와 그의 딸 강지원(빠순이)이 함께 쓴 책이다. '빠순이'라는 단어 뒤에 숨어있는 여성과 아이돌에 대한 혐오, 팬덤 공동체 내부의 문화, 심지어는 민주주의 운동 내에서의 팬덤의 역할까지. 출간된 지 근 10년이 되어 현재의 팬덤 문화와는 약간 동떨어져 있는 부분이 있지만, 오랫동안 이어져 온 아이돌 팬덤 특유의 문화는 그대로기에 참고용으로 추천한다. 사실 빠순이아빠-빠순이의 소통 과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현재는 절판되어 도서관에서 읽을 수 있다.
DARK MOON: 달의 제단
HYBE | 학산문화사 | 2024
최근 문화콘텐츠 산업의 주요 키워드는 '원소스 멀티유스(OSMU)'다. 케이팝 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하이브 엔터테인먼트사는 BTS, 르세라핌,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등 소속 아티스트들의 세계관을 다룬 웹소설과 웹툰, OST를 공개하고 팬덤 문화의 하나로 이끌어가고 있다. <DARK MOON: 달의 제단>은 보이그룹 엔하이픈의 뱀파이어 세계관을 다룬 시리즈로, 하이브의 스토리 IP 중 가장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단순한 오타쿠 문화로 치부하기에는 누적 조회수 1억을 넘기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으며 관련 논문까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