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안 읽는 대한민국’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수식어를 얻은 지 오래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며 독서의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2030세대를 중심으로, 책을 읽는 대신 ‘듣는’ 독자들이 늘며 오디오북 시장은 성장 중이다. 오디오북은 전문 성우나 배우, 저자 등이 직접 책을 낭독해 귀로 들을 수 있게 제작한 디지털 콘텐츠다. 작은 스마트폰만 있어도 어디서든 이용할 수 있어 바쁜 현대인에게 인기다.
오디오북은 생각보다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1930년대 미국시각장애인재단이 비닐 레코드로 책의 녹음본을 만들었던 게 시초로 전해진다. 시각장애인 등 저시력자를 위해 주로 활용되던 오디오북은 이제 또 다른 독서의 형태가 되었다. 앉아서 책 읽을 여유가 부족한 사람,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어내기가 어려운 사람이라면 주목하시길. 출퇴근길이나 산책길, 잠들기 전 이어폰을 꽂고 책에 귀를 기울여 보는 방법은 어떤가. 오디오북이 좋은 대안이 되어줄지도 모른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알랭 드 보통 | 청미래 | 신용우 낭독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성우 신용우가 낭독한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는 따뜻하고 다정한 목소리를 통해 책의 내용을 더욱 깊이 있게 전달한다. 독자들 사이에서는 ‘귀 호강’ 하고 싶을 때 듣는 책으로 통할만큼 목소리 하나로 책의 매력을 더한다. 알랭 드 보통의 통통 튀는 감정묘사를 귀로 들으며 책의 제목과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 봐도 좋겠다.
토지
박경리 | 마로니에북스 | 정재헌 외 15인 낭독
20권 분량의 대하소설 ‘토지’의 오디오북은 전체 러닝타임만 240시간에 달한다. 기획부터 제작까지 1년이 걸린 초대형 프로젝트였다. 전문 성우 16명이 참여해 원작의 사투리를 맛깔나게 표현하며 소설 속 600여 명의 등장인물을 실감나게 연기한다. 갈수록 짧고 가벼운 콘텐츠를 찾는 시대에도 불구하고, 2021년 공개 당일 오디오 콘텐츠 플랫폼 윌라에서 종합 1위를 차지했다. 방대한 분량 탓에 읽기를 어려워했던 독자들이 ‘듣는’ 방식으로 토지를 접하는 기회가 되며 현재까지도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나태주 | 열림원 | 나태주 낭독
‘풀꽃 시인’ 나태주가 직접 읽어주는 시를 통해 위로와 응원을 건넨다. 작고 사소해 보이는 주변의 모든 존재를 애정 어린 눈으로 시에 담아온 그는 시집 속 176편의 시를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으로 읽어낸다. 소박하고 구수한 시인의 말투가 더해진 시는 더욱 친근하게 다가와 마음을 울린다.
무진기행
김승옥 | 민음사 | 장기하 낭독
서울과 무진,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갈등하는 주인공의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한국 문학사에 큰 의미를 갖는 ‘무진기행’. 가수 장기하의 낮고 차분한 목소리로 듣는 무진기행은 작품 속 장면들이 눈앞에 영상처럼 펼쳐지는 경험을 전한다. 한 시간 남짓의 분량으로 부담 없이 듣기에도 좋다.
에린 왕자
앙투안 드 생텍쥐베리 / 심재홍 | 이팝 | 임채경 낭독
‘에린 왕자’는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 왕자’를 전라 방언으로 번역한 작품이다. ‘근디 내가 그린 건 모자가 아니잖여. 코끼리를 생키는 보아 구렝이를 그린 뇜이란 말여.’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방언이 자연스럽게 반영되도록 번역에 공을 들였다. 낭독에는 젊은 소리꾼 임채경이 참여했다. 판소리의 근간이 되는 전라 방언의 감성을 살려내 듣는 재미를 더하며 마치 판소리 한 바탕을 듣는 기분을 안긴다.
그 여자네 집
박완서 | 문학동네 | 강다솜 차예린 임현주 낭독
‘그 여자네 집’은 현대문학의 거장 박완서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단편들을 모아 소개하는 단편소설 전집이다. 1995년부터 1998년까지 발표한 10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MBC 아나운서 세 명의 목소리를 통해 그 이야기들을 다시 만나며, 듣는 내내 작가의 젊은 시절의 느낌을 떠올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