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하는 책   2025.3월호

여성의 날을 맞이하여


올해 문학동네 젊은작가상은 수상자 7명이 모두 여성이다. 이상문학상 대상 또한 여성 작가인 예소연에게 돌아갔다. 한강, 김혜순, 백희나, 이수지, 정보라 등 최근 몇 년간 한국 여성 작가들이 세계 유수의 국제문학상을 휩쓸고 있기도 하다. 요즘 한국문학계는 여성들이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198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 문단은 지극히 남성 중심적이었다. 그 안에서 박경리, 박완서, 최승자, 양귀자와 같은 작가들이 태어났다. 전북에는 최명희 작가가 있다. 그보다 더 전에는 나혜석, 김명순 등이 있었지만 아직도 한국문학사는 남성 문인들을 중심으로 서술되고 있다. 3월 8일 여성의 날을 기념하여 여성을 중심으로 문학을 돌아볼 수 있는 책들을 소개한다. 책에서 여성들은 가부장적 세계관과 맞서 싸우기도 하고,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기도 한다. 그러면서 그 시절 여성들의 새로운 삶에 대한 가능성을 문학으로 표현하고 있다.






한국 여성문학 선집  

여성문학사연구모임 | 민음사 | 2024


한국 근현대 여성문학사 서술을 목표로 2012년 결성된 여성문학사연구모임의 첫 번째 연구 성과를 일곱 권의 책으로 엮었다. 근대 개화기 조선부터 1990년대 민주화 이후까지의 시대를 역사적 전환점으로 구분하고, 시대마다 독자적인 개성과 전환을 이룬 여성문학 작가와 작품을 선별해 담았다. 제도권 문학뿐 아니라 잡지창간사, 선언문, 편지, 신문 기사 등 다양한 장르가 총망라됐다. 그동안 구체화되지 않았던 한국 여성문학의 계보를 집대성한 최초의 작업으로서 의미가 크다.






다락방의 미친 여자

샌드라 길버트, 수전 구바 | 북하우스 | 2022


1979년 쓰인 19세기 여성 작가들의 계보를 집대성한, 페미니즘 문학 비평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받는 책이다. 저자는 조지 엘리엇, 샬럿 브론테, 메리 셸리, 제인 오스틴, 에밀리 디킨슨을 각자의 다락방에서 글을 쓰던 미친 여자로 소개한다. 이들은 모두 자신이 남성 중심의 사회에 '감금'되어 있음을 깨달은 인식에서 시작해 이로부터 벗어나려고 투쟁하며 글을 썼다. 감금, 거식증, 가스라이팅 등 현재까지도 여성들에게 유효한 담론을 이끌어낸다.






실크 스타킹 한 켤레

케이트 쇼팽 외 10인 | 문학동네 | 2021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쓰인 영미 여성 작가 단편선이다. 이 시기는 전통적인 성역할에 대한 가치관이 흔들리기 시작하며 여성의 삶에 커다란 변화가 찾아온 격변의 시기였다. 그로부터 한 세기가 흘렀지만, 이들이 소설을 통해 던졌던 질문은 아직도 유효하다. 여성과 자연이 남성적 문명에 위협받는 상황에 주목한 세라 오언 주잇의 대표작 <백로>부터 여성의 욕망을 전면적으로 다룬 케이트 쇼팽의 <아카디아 무도회에서>까지 다채로운 작품들을 담았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죽은 여자다

윤단우 | 허사이트 | 2021


'비운의 여주인공'이라는 말이 있다. <햄릿>, <지젤>, <오셀로>, <보바리 부인>, <안나 카레니나> 등 많은 고전의 공통점은 여성이 자살 혹은 타살로 생을 마감하며 사랑을 아름답게 그려낸다는 점이다. 반면 '오이디푸스'나 '리어왕' 등 남성 등장인물들은 비극을 견디며 생을 이어 나간다. 저자인 윤단우는 서문에서 "사랑은 왜 여성의 죽음으로 완성되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우리에게 친숙한 고전 열다섯 편을 '여성', '죽음', '사랑'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다시 읽어낸다.







문학을 부수는 문학들

권보드래 외 12인 | 민음사 | 2018 


2017년 10회에 걸쳐 진행되었던 강좌 '페미니스트 시각으로 읽는 한국 현대문학사'를 다시 글로 엮은 책이다. 1910년대부터 2010년대 한국문학사의 주요 마디를 페미니즘의 시각으로 점검한다. 염상섭이 김명순, 김일엽, 나혜석 등 1세대 여성 소설가들의 스캔들을 소재로 글을 쓰고 그것이 장르화되었다는 '모델소설'의 이야기부터, 염상섭의 소설에서 규범적 젠더 수행을 거부하는 남자 주인공이 등장한다는 이야기까지. 그동안 들여다보지 않았던 다양한 페미니즘 문학 비평이 오간다. 








근대여성작가선

김명순 외 4인 | 문학과지성사 | 2021


일제강점기 활동했던 한국 여성 작가 5인의 주요 작품을 모은 책이다. 김명순, 나혜석, 김일엽, 이선희, 임순득의 작품을 담아내며, 남성 중심 체제 속의 어머니이거나 아내라는 자리에서 벗어나 독자성을 가진 개인이고자 했던 일제강점기 신여성들의 목소리를 꺼낸다. 『신여성』지의 기자이자 작가였던 이선희의 작품 <계산서>의 한 구절을 옮긴다. "이것은 내 계산서뿐만 아니라 모든 아내 된 자의 계산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