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하는 책   2025.5월호

삼각형(?) 사랑


마음이 흔들흔들. 둘 중 한 명을 선택해야 하는 삼각관계는 아주 오래전부터 문학의 단골 소재였다. <폭풍의 언덕>, <위대한 개츠비> 등 많은 고전소설이 뜨거운(?) 삼각관계를 통해 인간 내면의 욕망과 갈등을 강렬하게 드러냈다. 현대에도 여전히 소비자들은 삼각관계 특유의 갈등과 사랑에 열광한다. 많은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는 덕선이를 사이에 둔 정환이와 택이의 엇갈린 감정은 수많은 시청자들 사이에 ‘누가 남편인가’를 두고 논란을 일으켰다. 


엇갈리는 타이밍, 선택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삼각관계. 이번 달 권하는 책에서는 삼각관계를 다룬 고전소설들을 소개한다. 작품 속 인물들은 단순히 사랑만 하지 않는다. 얽히고설킨 감정을 통해 사회 구조, 계급, 젠더 등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보여준다. 누군가는 짝사랑을, 누군가는 회피를, 누군가는 갈피를 잡지 못한 채 방황하며 의도치 않은 상처를 남긴다. 비록 사랑이 완성되지 않더라도, 소설의 끝에서 주인공들은 이전보다 조금 더 단단해진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모순   

양귀자 | 쓰다 | 1998


스물다섯 살 미혼여성 안진진은 동시에 두 명의 남자와 애매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김장우는 즉흥적인 예술가 타입, 나영규는 계획적인 모범생 타입이다. 너무 다른 두 남자 사이에서 갈등하며 사랑과 인생의 의미에 대해 탐색한다. 나라면 두 남자 중 누구를 선택했을지 생각해 보며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안진진의 사랑만을 다룬 소설은 아니며, 그녀의 가족관계 등 인생 전반에 걸친 '모순'을 그려낸다. 전주 출신 소설가 양귀자의 세 번째 장편소설로, 1998년에 발표되었지만 현재까지도 베스트셀러로 사랑받고 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프랑수아즈 사강 | 민음사 | 1959


삼각관계를 다룬 고전소설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실내장식가이자 39세 여성인 '폴'은 오랜 시간 만나온 연인 '로제'가 있다. 하지만 로제는 구속을 싫어하고, 내킬 때만 폴을 만나며 새로운 젊은 여성과의 만남도 마다하지 않는다. 깊은 고독을 느끼던 폴에게 우연히 키가 크고 잘생긴 25세 변호사 '시몽'이 나타난다. 시몽의 적극적인 애정 공세에 폴은 불안감과 호기심을 동시에 느낀다. 제목인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연하남인 시몽이 폴에게 함께 공연을 보러 가자며 쓴 쪽지에 적은 말이다.






순수의 시대

이디스 워튼 | 펭귄북스코리아 | 1920


남북전쟁 직후인 187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세 남녀의 엇갈린 사랑을 다룬다. 포악한 남편을 피해 뉴욕으로 돌아온 '올렌스카 백작 부인'. '아처'는 그녀의 반항적인 독립심과 솔직함에 반하지만, 그는 이미 올렌스카 백작부인의 사촌인 '메이'와 결혼을 약속한 상태다. <순수의 시대>는 옛 뉴욕의 상류 사회의 점잖으면서도 엄격한 분위기 속에 개인의 자유와 감정이 억눌리며 벌어지는 허위와 위선을 그려내고 있다. 여성 최초로 퓰리처상을 받은 이디스 워튼의 대표작이다.






지평선 너머

유진 오닐 | 지만지드라마 | 1920


농장을 배경으로 두 형제가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되며 벌어지는 일을 다룬 희곡이다. 책 읽기를 좋아하고 지평선 너머 이상을 좇는 삶을 꿈꾸는 '로버트', 농장 일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앤드루'는 서로 다른 성향이지만 우애는 돈독하다. 하지만 이웃 농장의 여자 '루스'를 함께 좋아하게 되며 갈등이 시작된다. 사랑으로 인해 자신들의 성향과는 다른 삶으로 나아가며, 결국 순리를 거스른 삶의 비극적 말로를 맞이한다. 미국 현대 연극의 아버지라 불리는 유진 오닐의 초기작이자 첫 장편 드라마로, 퓰리처상을 받은 작품이다.







물망초

요시야 노부코 | 을유문화사 | 1935


일본 여고에서 벌어지는 순수한 사춘기 소녀들간의 삼각관계를 다뤘다. 동급생인 '마키코', '요코', '가즈에'가 자아가 성장해 가는 과정에서 겪는 우정, 번민, 사랑, 질투 등이 섬세하게 그려졌다. 십 대 시절 누구나 경험해 봤을 에피소드들을 서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아름답게 그려냈다. 한편으로는 근대 자본주의에서 군국주의로 접어드는 일본 사회를 배경으로 성차별과 가부장제 사회의 억압도 날카롭게 비판한다. 근현대 일본 여성 독자들이 열광했던 요시야 노부코의 대표작 중 하나다.







보스턴 사람들

헨리 제임스 | 은행나무 | 1886


여성 참정권 운동이 일어난 19세기 보스턴을 배경으로 세 남녀의 기이한 삼각관계를 그린다. 여성 참정권 운동가 '올리브'의 초대로 보스턴에 온 남부 출신의 보수주의자 청년 '랜섬'. 이곳에서 여성의 권리에 대해 연설하는 '버리나'를 보고 한눈에 반하는데, 올리브 역시 버리나에게 반한다. <보스턴 사람들>은 결혼하지 않은 두 여성의 로맨틱한 우정을 표현한 단어 '보스턴 결혼'의 유래이기도 하다. 당시에는 사회 개혁의 움직임을 희화화했다고 혹평을 받았으나 현재는 19세기 말 페미니즘 운동을 사실적으로 관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