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지기들은 어떤 책을 읽을까? 동네책방에 들르면 늘 궁금해지는 질문 중 하나다. 책방지기들이 권하는 책은 공간만큼이나 그들과 닮아있다. 제목부터 취향이 잔뜩 묻어난다. 독서의 계절은 가을이라고들 하지만 여름만큼 책읽기 좋은 계절이 없다. 뜨거운 볕을 피해 자리를 잡고, 아껴 읽는 책 한 권의 시원함. 우리 동네 책방지기들이 추천한 책과 함께 그 즐거움을 만끽해 보자.

샤워젤과 소다수
고선경 | 문학동네 | 2023
202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하며 문단에 등장한 젊은 시인 고선경의 첫 시집이다. 체념과 무기력만 남은 듯한 세상에 희망이라는 농담을 던지는 시인은 자조적이면서도 능청스러운 유머로 현실을 비틀고, 경쾌한 내일을 그려낸다. ‘알프스산맥에 중국집 차리기’, ‘스트릿 문학 파이터’, ‘건강에 좋은 시’ 등 제목만으로 궁금하게 만드는 시들이 가득하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넓은 운동장을 가로지르며 시원한 슬러시를 마시는 기분이 들었어요. 땀으로 가득한 여름, 이런저런 상황에 부딪히고 좌충우돌하더라도 멀리서 바라보면 청량한, 그런 느낌을 담고 있는 시집이라 지금 읽기에 딱 좋을 것 같아요.”
서지석 책방지기 (일요일의 침대)

구름관찰자를 위한 그림책
개빈 프레터피니(지은이), 윌리엄 그릴(그림), 김성훈(옮긴이) | 김영사 | 2024
모든 구름은 세상에 단 하나뿐이며 각각의 구름은 저마다의 특별함이 있다. 이 책은 구름 감상을 시작하려는 초보 구름관찰자들을 위한 감성적인 안내서이다. ‘구름감상협회’를 설립하고 시종일관구름 사랑을 이어온 개빈 프레터피니가 쓴 책으로, 구름의 주요 유형에 대한 흥미로운 사실과 비밀, 구름이 주변 날씨를 어떻게 형성하는지를 들려주며 서정적인 그림에 구름의 아름다움과 신비를 다채롭게 담아냈다.
“구름 관찰은 제 개인적인 취미이기도 하지만, 이 책을 보고 사람들과 함께 구름을 관찰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7월은 1년 중 하늘의 색채가 가장 다양하고, 생명이 왕성한 시기잖아요. 지금 시기에만 만날 수 있는 풍경을 채집하는 일이 저는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 책을 읽고 여름의 색감을 채집해보는 건 어떨까요?”
이풀잎 책방지기 (풀의 유영)

타자 종로 3가, 종로3가 타자
서울퀴어콜렉티브 | 서퀴콜프레스 | 2020
“도시의 특정 공간을 어떻게 정당하고 온전하게 기록할 것인가”라는 문제에 대해 방법을 찾으려는 노력의 결과물이다. 종로3가를 새롭게 해석한 시각 자료들과 이 공간에 대한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통해 이 보행의 체험을 재현하고 기록하려는 시도를 보여준다.
“이 책을 한 문장으로 소개한다면 ‘도시를 걷자. 공공의 거리를 걷자. 손을 걷고, 함께 행진하자.’라고 말하고 싶어요. 지금은 아쉽게도 절판되어 구하기가 어려운 책인데요. 프롬투 책방에 몇 권을 구비하고 있으니 궁금한 분들은 프롬투에 놀러오세요.”
황자양 책방지기 (프롬투)

음악소설집
김애란, 김연수, 윤성희, 은희경, 편혜영 | 프란츠 | 2024
음악 전문 출판사 프란츠가 다섯 명의 작가에게 음악을 주제로 한 소설을 청했다. 그렇게 묶인 다섯 곡의 음악, 다섯 편의 이야기, 다섯 번의 삶이 담긴 앤솔러지다. 20년 이상 소설을 써온 소설가들이 품위 있는 소설로 멋진 하모니를 연주한다. 책 말미엔 음악이 소설이 된 순간에 대한 각 작가의 인터뷰도 실려 있어 소설이 한결 풍성해진다.
“음악이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인물의 내면과 장면을 잇는 매개로 쓰인다는 점이 특히 좋았습니다. 북눅의 감성과 분위기와도 잘 어울려서 추천하고 싶어요!”
이정승 책방지기 (북눅)

일억 번째 여름
청예 | 창비 | 2025
한국문학의 주목받는 작가 청예의 장편소설이다. 무더운 여름만이 반복되는 세계에서 멸망을 막기 위해 함께하는 이들은 과연 불안과 공포를 이겨 내고 새로운 계절을 맞이할 수 있을까?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소설은 서로를 구하기 위해 기꺼이 온 삶을 내던지는, 굳센 사랑 이야기를 들려준다.
“지금 시기에 딱 읽기 좋은 신간이에요. 내용은 판타지적이지만 읽다보면 너무 먼 미래의 이야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느껴지는 게 참 많은 작품이죠.”
김지희 책방지기 (종이골짜기)

맨숀, 나의 친애하는 서울의 오래된 아파트
임지은 | 새서울 | 2023
이 책은 서울에 현존하는 60~70년대 지어진 오래된 아파트 및 연립주택의 답사기다. 사진이 많은 에세이로, 서울이라는 도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더욱 좋다. 도심 한복판에 있는 오래된 연립과 아파트들에 관심이 있다면, 빈티지한 도시 풍경을 사랑한다면 그 누구라도 반할 책이다.
“아무리 정권이 바뀌고 세상이 변해도 결국 개발 이슈는 지속될 수밖에 없으니 사라질 것들에 대한 기록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오래된 공간에 쌓여있는 시간과 이야기, 사람들의 추억을 잘 갈무리해내야 다음으로 나갈 때 힘이 될 수 있죠.”
정은실 책방지기 (책방똑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