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하는 책   2025.8월호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인간관계의 복잡함과 도덕적 기준의 모호함은 문학 속에서 더 또렷하게 드러난다. 불륜이나 근친처럼 사회적으로 금지된 이야기들도 문학으로 들어오는 순간 이상하리만치 쉽게 낭만화된다. 우리는 그런 이야기를 읽으며 불편함을 느끼는 동시에, 이해하고 심지어 공감하기도 하는 모순을 겪는다. 작품 속 인물들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사랑과 책임 사이에서 흔들리고, 스스로를 방어하면서 이 감정이 사랑이라고 스스로를 설득한다. 금지된 사랑을 다룬 문학 작품들은 흔히 ‘파격’이나 ‘통속’이라는 이름으로 묶이며 용서받을 수 없는 관계를 미화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 자극적인 이야기 이면에는 언제나 인간의 결핍과 갈망이 있다. 단순히 도덕을 어겼다는 이유로만은 설명되지 않는, 훨씬 더 복잡한 감정이다. 이번 권하는 책에서 소개하는 작품들은 인물들의 사랑이 옳고 그른지 평가하지 않는다. 다만 사랑이란 무엇인지, 사랑은 정말 아름다운 것인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로버트 제임스 윌러 | 시공사 | 1992


"불륜인데 아름다우면 괜찮다?" "예!"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밈’화 되어 회자되고 있는 ’무한도전’의 장면, 바로 정준하가 이 책을 읽고 남긴 말이다. 읽고 나면 그의 말에 공감하게 된다. 시골에 살고 있는 평범한 주부인 프란체스카. 남편이 잠시 집을 떠난 사이, 마을에 찾아온 낯선 남자와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 가정이 있는 주부와 중년 남성의 사랑이라는 자칫 통속적으로 보일 수 있는 주제이지만, 두 사람의 사랑을 가볍게 그리지 않는다. 영화와 뮤지컬로도 제작되어 인기가 많은 명작.







마음의 심연

프랑수아즈 사강 | 민음사 | 2019


사강의 아들이 2004년 사강의 사망 이후 발견한 원고를 십여 년간 스스로 엮고 다듬어 나온 작품이다. 도발적인 사랑을 자주 다룬 사강의 작품 중에서도 내용이 파격적인 편으로, 사위와 장모의 사랑을 다룬다. 사랑 없는 결혼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뤼도빅과 그의 아내 마리로르. 자신의 딸 부부의 위태로운 관계를 걱정하는 장모 파니는 처음엔 뤼도빅과 마리로르가 잘 지내길 바란다. 그러나 뤼도빅을 안타깝게 여겨온 파니는 점차 뤼도빅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무진기행

김승옥 | 더클래식 | 1964


김승옥이 23세에 발표한 단편소설이다. 서울에서 제약회사 사장의 딸과 결혼해 안정적인 생활을 하던 남자가 안개로 유명한 자신의 고향 무진을 방문한다. 잊고 싶은 과거가 숨쉬는 고향에서, 남자는 서울로 데려다 달라는 여자를 만나 갈등한다. 박찬욱 감독은 영화 <헤어질 결심>(2022)의 시나리오를 정훈희의 노래 '안개'를 들으며 떠올렸다고 한다. 정훈희의 안개는 <무진기행>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안개>(1967)의 주제가이다. <헤어질 결심>과 비교해 가며 읽어보아도 좋다.







연인 

마르그리트 뒤라스 | 민음사 | 1984


뒤라스가 자신이 베트남에서 겪었던 가난한 어린 시절과 중국인 남자와의 광기 서린 사랑을 섬세하고 생생한 묘사로 되살려낸 자전적 소설이다. 배경은 옛 프랑스령 베트남이다. 가족과 함께 방학을 보낸 프랑스인 소녀는 우연히 부유한 중국인 남자를 만난다. 남자의 제안으로 학교 앞까지 그의 자동차를 얻어 탄 이후, 남자의 아파트로 안내된 소녀는 그곳에서 처음으로 욕망을 경험하고 해방감을 느끼게 된다. 1992년 장자크 아노 감독의 동명영화로 제작되었다.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은희경 | 문학동네 | 1998


작가 특유의 낭만 없는 연애소설이 잘 드러난 작품. 주인공인 진희에게는 셋 이상의 남자가 있다. 전남편 상현, 애인이자 모교 교수인 현석, 애인이지만 유부남인 종태다. 진희에게 애인은 셋 정도 되어야 하고, 누구와도 사랑을 나눌 수 있다. 누군가 떠나더라도 누군가 남아있기에 상처를 덜 받는다는, 일종의 분산 투자(?)식의 사랑이다. 이러한 진희의 태도는 주변인들의 비난과 오해를 사지만, 진희는 그 오해를 이해한다고 말하면서도 가벼운 만남을 이어 나간다.






바람둥이 알피 

빌 노턴 | 지만지드라마 | 1963


BBC 라디오 드라마를 각색한 희곡으로 1963년 초연되었다. 런던의 바람둥이 알피는 여러 여성과 자유로운 연애를 즐기면서도 결혼과 같은 구속된 관계는 회피한다. 그의 책임감 없는 행동은 타인뿐만 아니라 알피 본인에게도 큰 상처를 입히지만 애써 외면하려 노력한다. 알피가 다양한 여성과 가벼운 연인 관계로 발전하고 또 이별을 겪는 과정은 인간관계의 복잡함과 진정한 사랑을 찾기 어려운 현실을 희비극적으로 보여준다. 1966년과 2004년에 영화로도 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