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하는 책   2025.10월호

대화가 열어주는 길


대담집은 두 사람이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에서 태어난다. 혼자서 말할 때는 잘 드러나지 않는 생각들이 공감과 딴지(?), 대답을 오가며 더 선명해지고, 때로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확장된다. 그래서 대담집을 읽다 보면 전문 지식은 더욱 쉽게 다가오고, 낯선 분야도 자연스럽게 열리며, 독자도 대화에 참여하여 옆에서 이야기를 듣는 듯한 생생함을 느낄 수 있다. 


음악가와 과학자처럼 서로 다른 영역의 사람들이 마주하면 혼자서는 떠올리기 어려운 발상이 쏟아지고, 독자는 그 과정 속에서 새로운 통찰을 얻게 된다. 때로는 예술가와 평론가처럼 같은 장르 안에서 다른 입장을 가진 두 사람의 이야기가 얽히며 잔잔하고 재미난 논쟁을 볼 수도 있다. 이번에 추천하는 여섯 권의 대담집은 각기 다른 분야의 목소리를 담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대화의 힘을 보여준다. 오가는 대화 속에 피어나는 새로운 이야기들을 만나보자. 







에드워드 사이드와 다니엘 바렌보임      

평행과 역설 | 마티 | 2011


세계적인 지휘자 바렌보임과 『오리엔탈리즘』으로 잘 알려진 석학 사이드. 두 사람은 친구이지만, 바렌보임은 나치의 박해를 피해 남미로 이주한 유대인의 아들이고, 사이드는 이스라엘의 점령으로 예루살렘을 떠나야 했던 팔레스타인 사람이다. 이 책은 음악을 중심으로 대화하면서도 그들을 둘러싼 역사적·정치적 맥락을 함께 다룬다. 두 사람은 중동 분쟁 지역의 아이들과 함께 ‘서동시집 오케스트라’를 창단해 평화를 연주하기도 했다. 가자 지구에서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지금, 다시 꺼내 읽어볼 만한 책이다. 








이성복과 사람들

끝나지 않는 대화 | 열화당 | 2014


'시는 무엇이며 어떻게 쓰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것에 대하여 이성복 시인과 다양한 사람들이 30년간 했던 대담 16편이 묶여 있다. 시인 이성복의 고민과 인간 이성복의 일상이 오롯하게 드러난다. 이 대담들은 대개 시인이 새로운 시집을 발표했을 무렵에 이루어진 것으로, 당시 그가 품고 있던 삶의 화두들이 어떤 것이었는지, 그리고 그것들이 어떻게 시로 형상화되었는지 생생하게 전해 주고 있다. 출판사 열화당의 '인문열화 200년'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다.






움베르트 에코와 장클로드 카리에르

책의 우주 | 열린책들 | 2011


『장미의 이름』의 저자 움베르트 에코와 영화 시나리오 작가 장클로드 카리에르의 대담집. 오래된 장롱에 구텐베르크 성서 한 권을 가지고 있는 어떤 노인을 찾아내는 것이 꿈이라는 지독한 애서가이자 고서 수집가인 두 사람이 디지털 시대를 맞아 고전하고 있는 책의 가치를 되짚는다. 파피루스에서 전자책에 이르기까지 책의 흥망성쇠를 논하는가 하면 미래의 책, 책의 미래를 점치기도 한다. 책에 관련된 거의 모든 이야기를 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책은 죽지 않는다'는 확신을 가지게 된다.  







류이치 사카모토와 후쿠오카 신이치  

음악과 생명 | 은행나무 | 2025


류이치 사카모토는 음악가인 동시에 열정적인 환경운동가였다. 후쿠오카 신이치는 일본을 대표하는 생물학자로, 실험실에서 “동물을 죽이고, 세포를 짓뭉개고, 유전자를 조작하는 일”로 생명의 본질을 파악하려는 기계론적 생명과학을 비판해왔다. 두 사람은 '자연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로 오랜 시간 유대를 쌓고 영감을 주고받아 왔다. 류이치 사카모토가 '자연의 소리'를 음악에 담아낸 앨범 <async>를 감상하며 함께 읽어보시기를.  






주디스 버틀러와 프레데리크 보름스

살 만한 삶과 살 만하지 않은 삶  | 문학과 지성사 | 2024


미국의 젠더연구학자인 주디스 버틀러와 프랑스의 철학자 프레데리크 보름스가 '삶을 살 만하게, 살 만하지 않게 만드는 조건'에 대해 탐구한 대담집이다. 두 편의 대담이 실려있는데, 첫 번째는 난민 수용 문제로 유럽 사회가 사회적 갈등을 겪고 있던 2018년에 이루어졌으며, 두 번째는 코로나 팬데믹이 확산되었던 2022년에 이루어졌다. 이들은 중대한 사건들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면서 단순히 목숨이 붙어있는 것이 아닌, '살 만한 삶'을 확보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데이비드 호크니와 마틴 게이퍼드 

그림의 역사 | 미술문화 | 2024


영국 팝아트의 거장 데이비드 호크니와 그의 오랜 친구이자 미술평론가인 마틴 게이퍼드가 동굴벽화부터 아이패드까지 폭넓은 그림의 역사에 대해 짚는다. 회화, 사진, 영화 등 다양한 종류의 그림이 남긴 풍부한 역사가 있음에도 모든 그림을 아우르는 역사는 지금껏 중요하게 다루어진 적이 없다. 이 책에서는 사조나 연대별로 그림을 설명하기보다는 예술가와 평론가라는 서로 다른 입장에서 그림을 탐색하며, 중요한 질문들을 던지며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