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하게 산다는 건 생각보다 많은 힘이 드는 일이다. 스스로를 돌볼 틈도 없이 팽팽한 상태에서는 타인을 돌볼 여력 역시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결국 작은 다정함이 관계를 만들고 공동체를 지탱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이번 권하는 책에서는 과학과 인문, 에세이를 넘나들며 다정함이 무엇인지, 왜 지금 다시 다정함을 이야기해야 하는지를 묻는다.
‘서로에게 다정하자’는 말이 이 사회에 벌어지는 수많은 사건과 폭력을 단번에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때로는 너무 순진한 말처럼, 현실을 모른 채 던지는 이상론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계속 다정하자고 말해야 하지 않을까. 냉소와 혐오가 기본값이 된 사회에서 다정함은 가장 먼저 사라지는 감각이자 회복하기 어려운 태도이다. 차가운 계절이지만, 다정한 마음으로 서로의 온기를 조금이나마 나눌 수 있는 2월이 되기를 바란다.

다정해서 다정한 다정 씨
윤석남, 한성옥 | 사계절 | 2016
1세대 여성주의 화가 윤석남의 다정한 드로잉 32점과 에세이가 담긴 첫 그림책. 윤석남은 작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 <핑크문>을 통해 소개되었던 바 있어 영화를 봤던 독자라면 반가울 책이다. 그의 작품에서 '다정'을 읽어내고 깊이 감화해 왔던 그림책 작가 한성옥과 전시회에서의 만남을 계기로 함께 책을 꾸렸다. '어머니'가 자주 등장시키는 그답게, 이번 책에서도 따듯하고 섬세하게 그려진 어머니들의 모습은 그대로 돌봄과 보살핌의 정서로 이어진다.

천천히 다정하게
박웅현 | 오월의봄 | 2025
『책은 도끼다』로 많은 독자를 만났던 광고인 박웅현의 시 강독집이다. 저자는 김사인, 박준, 이문재, 반칠환, 전남진, 황지우 등 자신에게 깊은 울림을 준 시인의 작품을 읽으며, 분석하거나 해설하기보다 시 앞에 천천히 머무는 읽기의 태도를 제안한다. "시를 읽는 일은 곧 삶을 읽는 일"이라며, 빠르고 바쁘게 흘러가는 시대 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천천히, 다정하게' 살아가는 힘에 대해 이야기한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브라이언 헤어, 버네사 우즈 | 디플롯 | 2021
두 명의 과학자가 쓴 책으로, 가장 강한 자가 살아남는다는 ‘적자생존’의 기존 통념을 뒤집는다. 호모 사피엔스는 친화력과 협력을 기반으로 생존에 유리하게 진화했다는 것이다. 동시에 우리 편을 향한 친화력 이면에는 다른 집단에 대한 공격성과 혐오가 자리하고 있다는 것도 포착한다. 이에 대한 해답 역시 교류와 협력을 기반으로 한 다정함이다. '왜 다정해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을 정갈한 논리로 따뜻하게 풀어냈다.

뾰족하게 다정할 것
신혜림 | 유유 | 2025
소개하는 다른 책들이 우리의 일상을 다정하게 바라보기 위함이라면, 이 책은 우리 사회를 다정하게 하기 위한 한 언론의 분투기다. CBS 시사·교양 유튜브 채널 ‘씨리얼’의 담당 PD의 콘텐츠 제작기를 담은 책으로, '뾰족하게 다정할 것'은 씨리얼의 지향점이자 문제의식이다. '4월은 제주', '왕따였던 어른들', '용돈 없는 청소년' 등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는 시사 이슈를 숏다큐와 르포, 인터뷰로 밀도 있게 다뤄오며 했던 노력과 고민을 만날 수 있다.

다정소감
김혼비 | 안온북스 | 2021
에세이스트 김혼비의 산문집이다. 제목은 ‘다정다감’을 장난스럽게 비튼 말로, 작가가 다정한 사람들과 경험하며 얻은 작은 감정들의 총합을 뜻하기도 한다. 산문 속 주인공들은 각자의 사정과 사연을 안고 삶을 견디며 다정을 실천하고, 우정을 나눈다. 첫 직장에서의 위기, 영화와 음악, 친구와 사소한 사물에서 얻는 다정 모두를 섬세하게 기록하며, 일상 속 다양한 경험과 연대의 순간을 통해 삶을 지탱하는 힘을 보여준다.

다정한 호칭
이은규 | 문학동네 | 2012
시인 이은규가 등단 6년 만에 냈던 첫 시집이다. 모두 따뜻하고 다정한 시들이어서, 시와 친하지 않은 사람도 읽기에 좋다. 일상과 기억, 관계 속에서 느낀 감정들을 섬세하게 담아냈으며, 사소한 것 하나도 놓치지 않고 다정하게 불러내는 그의 시적 태도를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속눈썹 같은 것들! 때로 헤어진 줄 모르고 헤어지는 것들이 있다 // 가는 봄과 / 당신이라는 호칭 / 가슴을 여미던 단추 그리고 속눈썹 같은 것들 ―「속눈썹의 효능」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