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밥상 풍경은 확실히 달라졌다. ‘차린다’, ‘해먹는다’ 같은 말보다 ‘떼운다’라는 표현이 더 자연스러운 시대가 됐다. 바쁜 일상 속에서 혼자 끼니를 때우다 보면, 먹는다는 행위가 단순히 생존을 위한 섭취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핸드폰 화면 속 배달 앱과 대형마트가 우리의 ‘시장’이 되면서, 계절을 느끼며 음식을 준비하는 경험도 많이 사라졌다. 겨울이 오면 굴을 먹는 정도가 계절감을 느끼는 순간이다.
우리는 지금 ‘잘’ 먹고 있는 걸까? 재료를 고르고, 손으로 요리하며 냄새와 색을 느끼는 시간은 단순한 끼니를 넘어 삶을 돌보는 행위가 된다. 이번 권하는 책에서 소개하는 책들은 그런 밥과 음식이 가진 힘, 그리고 삶을 조금 더 느리게 즐기는 방법을 담은 이야기들이다. 사라지고 있는 과거의 식문화도 함께 담겨있다. 다가오는 봄은 제철 재료들을 만날 수 있는 계절이기도 하다. 음식 이야기가 담긴 책을 읽으며, 오늘은 잠시 멈춰 ‘나만의 밥상’을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통영 섬 부엌 단디 탐사기
김상현 | 남해의봄날 | 2014
통영에서 나고 자라 지역 언론에서 수산 전문 기자로 오래 활동한 저자가 통영 섬의 다양한 '부엌'들을 살펴본 책이다. 지금도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우도의 '아궁이', 더위를 피하고자 야외에 설치한 '한데 부엌', 배에 설치한 '배 부엌'과 같은 섬의 환경이 반영된 다양한 부엌을 발견한다. 그리고 때로는 섬 전체가 하나의 부엌임을 깨닫는다. 지역 출판사에서, 지역 출신의 디자이너와 지역에 정착한 일러스트레이터가 함께 만들어 더욱 의미깊은 책이다.

참꽃이 피면 바지락을 먹고
신경균 | 브.레드 | 2021
그릇을 만드는 도예가 신경균의 음식 에세이다. 참꽃이 피면 바지락을 먹는다는 제목처럼, 자연의 흐름에 맞추어 먹는 계절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부산 기장에서 새벽 시장 식재료로 차린 소박한 한 끼, 스님들에게 배운 사찰음식, 가마터를 옮기며 오지에서 먹은 음식, 그리고 대를 이어 전해지는 가족의 밥상으로 이어진다. 마당에서 죽순을 기르고, 여름 빗소리 듣기 위해 파초를 심고, 가을 햇살 아래 능이버섯을 다듬으며 사는 그의 자연적 일상을 식탁에서 엿본다.

황석영의 밥도둑
황석영 | 교유서가 | 2016
소설가 황석영이 음식을 나눠 먹으며 웃고 울던 곡절 많은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풀어낸 음식 회고록이다. 군대 시절 닭서리를 하여 철모에 삶아 먹던 이야기, 북한의 김일성 주석과 함께 먹었던 언 감자국수에 얽힌 사연, 감옥에서 봉사원과 함께 만들어 먹던 부침개, 노티(평안도 지방의 향토 음식)에 얽힌 이산가족 이야기 등 한 편 한 편에 우리의 굴곡진 현대사와 공동체에 대한 그리움이 담겨 있다. 2001년 출간되었던 <노티를 꼭 한 점만 먹고 싶구나>의 개정판이다.

요리를 한다는 것
최강록 | 클 | 2025
'마스터셰프 코리아2'와 '흑백요리사2'에서 우승하며 주목받고 있는 최강록 셰프가 전하는 직업 에세이다. 그의 지난날과 현재를 음식, 요리, 식당, 요리사라는 키워드로 나누어 이야기한다. 스타 셰프라는 화려한 겉모습 뒤에는 내향적인 성격과 고단한 자영업자의 현실이 함께다. 내향적인 그가 "어서오십쇼!" 라고 크게 이야기해야 하는 운명을 맞이하는 과정을 특유의 유머와 함께 담담하게 풀어낸다. 우리 인생에서 음식과 요리란 무엇인지, 일과 직업이란 무슨 의미인지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다.

경양식집에서
조영권 글 이윤희 그림 | 린틴틴 | 2021
피아노 조율사 조영권 씨의 조율 작업, 그 뒤 이어지는 경양식 탐방기다. 어릴 적 가족과 함께 외식하던 기억, 연인과 데이트하던 기억.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경양식집에서의 추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사라져 가지만, 여전히 전국 곳곳에는 옛 정취를 간직한 멋진 경양식집들이 남아 있다. 인터넷에도 안 나오는 시골 읍내 경양식집까지 찾아가며,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만화와 에세이, 사진으로 엮었다. 저자는 경양식 이외에도 <중국집>, <국수의 맛> 등과 함께 식문화 3부작을 펴냈다.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라우라 에스키벨 | 민음사 | 2004
두 남녀의 애절한 사랑을 요리로 풀어내는 멕시코 소설이다. 멕시코 요리의 화려한 색감, 재료를 손질하는 주인공의 손놀림, 지글지글 익는 소리와 매콤달콤한 맛까지, 읽다 보면 마치 부엌 한가운데 서 있는 것처럼 오감이 살아난다. 이 소설에서 '요리'는 여성들에게 부과된 억압과 의무로 묘사되었던 기존 문학과는 달리 자기표현의 수단으로 사용된다. 마음을 숨겨야 하는 여자 주인공은 사랑과 슬픔을 음식에 담고, 그 감정은 먹는 사람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