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2025.8월호

평화의 시대는 아직 오지 않았다


김주용 원광대 역사문화학과 교수


미래세대에 대한 경고

21세기를 맞이하여 바야흐로 아시아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그러한 역사적 전환기에서 아시아의 주역인 중국과 한국, 일본 등 동북아 삼국은 우의와 평화를 바탕으로 과거 불행했던 일을 극복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나가야 한다. 지난 세기 일본 제국주의는 패권주의(覇權主義) 야욕으로 아시아의 자유와 평화를 유린하면서 동북아시아에 심대한 시련과 고통을 안겨 주었다. 예컨대 중국의 평정산 제노사이드, 난징 대학살 그리고 3.1운동 당시 화성 제암리 학살 등 그것은 인류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비인도적, 반인류적 만행이었다. 한 세기를 넘기고 있건만 그로인한 아픔과 상처는 아직도 치유되지 못한 채 오늘날까지 짙게 남겨져 있다. 그 아픔과 상처를 달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일본의 철저한 사죄와 반성이 따라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일본은 1945년 패망 이후 사죄와 반성을 교묘하게 기피한 채,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망언과 역사 왜곡을 일삼아 왔다. 


더 이상 일본은 동북아 평화를 해치는 망언과 역사 왜곡을 도발해서는 안된다. 우경화와 함께 망언과 왜곡을 부채질하는 현재의 상황을 접하면서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는 개탄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결코 일본 자국 내 문제로 그치는 것이 아니다. 과거 제국주의의 만행을 미화하거나, 은폐하는 행위는 인류 평화에 반하는 것이며 또다시 역사의 죄를 짓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과거 일본 제국주의가 결국 패망으로 치달았던 것처럼, 망언과 역사왜곡은 일본의 불행과 고립을 자초하는 것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일본 관동대지진과 조선인 학살

1923년 9월 1일 오전 11시 58분 도쿄를 위시한 요코하마, 치바 등 일본 관동 지역에서 진도 7.9의 강진 이른바 ‘관동대지진’은 제국주의 일본의 수도를 폐허로 만들었다. 1868년 메이지 유신 이후 서구자본주의 체제를 ‘종교’처럼 받들어온 일본의 속도전이 무색할 만큼 1923년 도쿄에 대한 ‘자연공습’은 처참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사망자 9만여 명, 부상자 10만여 명, 행불자 4만여 명, 이재민 총수 340만여 명, 소실 가옥 44만 여 채 등 그 피해는 이루 헤아리기 어려웠다. 참혹함 그 자체였다.


9월 2일 도쿄 일부 지역에 계엄령을 선포한 후 다음날 도쿄 전 지역으로 확대하였다. 따라서 계엄령이 반포된 상태에서 이루어진 일본군들이 자행한 조선인 학살은 어찌 보면 일본 내에서 발생한 일본인과 조선인 사이에 발생한 ‘민족전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제국 일본이 일방적으로 시작한 것이었으며, 한일 민족 간의 전쟁이 아닌 일본인에 의한 일방적인 조선인 학살의 형태로 나타났다. 일본 거주 조선인이라는 한계가 주는 압박감과 공포 속에서 재일 조선인은 단지 조선인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이유 없이 일본인에게 일방적으로 학살당한 것이다. 그 숫자는 약 6,600여 명으로 알려져 있다. 


대한민국임시정부에서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면서 피해 일본인들에 대한 인도적인 지원을 시행하였다. 하지만 일제는 조선인 학살로 ‘화답’하였다. 제국 일본의 문명화된 민낯을 여실히 보여 주는 사건이었다.


역사의 치유는 가능할까?

가해자가 진정사과하고 피해자가 온전히 용서하고 화해하는 사회는 먼 미래의 이야기일까.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100년이 되었다. 영화 ‘박열’에서 주연배우는 실감나게 박열을 연기하였다. 많은 한국인들은 잠시 영화 ‘박열’을 보면서 관동대지진과 조선인 학살을 떠올렸을 것이다. 거기까지이다. 가해자는 자신이 저지른 일들에 대해 비겁하게 숨기는 데 급급하다. 관동대지진 때 학살당한 조선인 및 중국인에 대한 역사 치유작업도 동시에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제국주의 일본은 메이지유신 이후 끊임없는 대륙침략 정책을 단행하였다. 그 가운데 동북아 최초의 대규모 제노사이드였던 동학농민혁명이 있었으며, 청일전쟁, 러일전쟁, 대한제국 강제침탈, 만주사변, 중일전쟁, 태평양전쟁을 일으켰다. 제국 일본으로 동북아는 전쟁에서 자유로울 때가 없었다. 일본인들 역시 최고지도자의 잘못된 판단과 위정자들의 그릇된 외교 정책으로 항상 전쟁 속에서 생활하였다. 이것도 국가폭력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는 동북아 여러 국가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국가의 위정자들이 잘못된 정책으로 그 구성원과 주변 국가까지도 위험에 노출된다면 이것은 국제사회에서 범죄로 다스려야 한다는 인식의 확산과 연대가 필요하다. 역사의 준엄함이 막강한 권한과 권력을 함부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법력으로 사용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주용 

원광대학교 역사문화학과 교수로 전북의 독립운동과 3.1운동세대 등 다수의 연구를 통해 우리 역사와 독립운동사를 알리는데 힘써왔다. 최근 한국학대형기획총서사업에 선정되며 '제국주의 일본의 밀정과 한국 독립운동의 내파'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