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2025.12월호

이제는 돈 내고 볼 때가 되었다? 


박천남 큐레이터·미술비평가


국립중앙박물관이 단계적 관람 예약제와 유료화 전환을 예고했다. 2008년 전면 무료화가 시행된 이후 17년 만에 유료로 전환되는 것이다. 유료화는 이르면 내후년부터 시행될 전망으로, 내년 상반기에 부분 예약제를 시범 도입, 운영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올해 국립중앙박물관은 개관 이래 처음으로 연간 관객 500만 명 시대를 열었다. 파리의 루브르박물관과 뉴욕의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등과 함께 관람객 수만 놓고 보면 세계 5위권 수준이다. 수치만 놓고 보면 운영 당사자 입장에서는 경사요, 가히 즐거운 비명일 수 있지만, 기존과는 달리 차분한 관람이 어렵다며 박물관을 ‘도떼기시장’에 비유하는 사람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질서 있는 박물관 문화 정착을 위해 예약제 운용의 필요성이 자연스레 대두되었을 것이고 이른바 공짜로 즐기던 박물관의 문화 유물을 ‘이제는 돈을 내고 볼 때가 되었다’는 말도 나오게 된 것으로 이해된다. 예약제와 입장료라는 물리적, 심리적 틀이 부재하면서 무질서가 질서로 자리잡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극장이나 대형복합문화공간 등이 관람 요금을 징수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에 반해 미술관이나 박물관 입장시 입장료를 내는 것에 대해서는 불편을 호소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특히 사립이나 작은 미술관, 박물관의 경우 관객의 볼멘소리가 여전한 것도 사실이다. 미술관, 박물관은 '공짜'라는 인식이 여전히 자리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이용객이 급증한 배경에는 최근 ‘케이팝 데몬 헌터스’ 등으로 상징되는 한국 전통 문화유산 관련 콘텐츠의 글로벌 흥행도 크게 한 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지속적인 전시 콘텐츠 개발과 전시장 리모델링, 문화 상품의 대중적 인기 폭발, ‘국중박(국립중앙박물관 약칭) 분장대회’와 같은 관객 참여 프로그램 운영 등의 내적 요인이 관람객 급증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제 박물관은 이런저런 내적, 외적 노력과 요인에 의해 굳게 닫힌,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활짝 열린 시민 공간으로 전환되었다. 이제는 그것이 꼭 우리 문화유산이나 유물 전시가 아니더라도 서양의 미술, 전통공연, 이벤트 등 다양한 방식으로 박물관 문화를 경험할 수 있게 되면서 차분하게 박물관을 경험하는 일은 과연 지난 일이 되었다. 박물관 문화 선진국의 경우, 이러한 변화된 상황을 이미 오래전에 경험했으며 그에 따른 개선 방안과 대안으로 부분, 전면 예약제를 시행했다. 그리고 막대한 예산이 투여되는 박물관의 원활한 운영과 유지 관리를 위해 유료화를 선택했다. 


국립중앙박물관 운영·이용 정책의 단계적 전환 예고를 계기로 미술관, 박물관의 입장 방식과 입장료 징수에 관한 논쟁이 재점화하고 있다. 초대형 박물관으로, 지명도나 기능, 운영의 틀이 오랜 시행착오를 거치며 분명하게 자리 잡은 국립중앙박물관의 변화가 가져올 뮤지엄 문화 전반의 변화가 궁금하다. 박물관은 ‘공짜’라는 한국적 인식과 정서도 십분 고려해야 하고 예약제 시행에 따른 기존 이용객의 불편과 심리적 저항도 부담일 것이다. 전문가 그룹의 의견은 물론 일반 이용객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는 등 다양한 방식의 면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한 이유다. 


유료화 문제는 특히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새로 짓고 있는 지자체나 기업, 재단, 기관이 준공이나 완공을 앞두고 있는 경우, 마치 통과 의례처럼 불거지는 이슈 중 하나이기도 하다. 개관을 앞두고 일정기간 부분 개관, 시험 운영을 하거나 중장기, 연간, 프로그램, 사안별 운영비용 등을 검토하면서 주로 터져 나오는데, 거칠게 말해, 말 그대로 돈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사공이 많기로 소문난 미술관 건립과 운영에 관한 논쟁은 하도 많이 보고 들어서 새로울 것도 없다. 특히 입장료는 그것이 싸든 비싸든, 있든 없든 결국 돈 문제이기에 운영 주체로서는 책정, 징수 방식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예약제, 유료화 모두 박물관이 처해 있는 상황에 따라, 또 운영 주체가 선택적으로 채택하는 사안이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이들 모두가 박물관 문화 수용자, 특히 기존 방식에 따른 이용객의 편의와 편리를 우선하면서 순차적으로 고려, 채택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유료화, 무료화 정책은 현재 우리나라 박물관에 있어 부재에 가까운 기증, 기탁, 기부 문화와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국가나 지자체, 기업 등 미술관, 박물관 운영 주체의 인식 전환도 절실하다. 미술관, 박물관은 돈을 버는 곳이 아니라 돈을 쓰는 곳이다. 문화력이라는 유무형의 가치를 생산하는 문화 전초기지다. 


대부분의 미술관, 박물관이 채택하고 있는 기존 무료입장, 관람 대상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멤버십 운용, 가입 회원에 대한 혜택 강화, 현장 구매 관객과의 입장 동선 문제, 주차비 감면책, 시간당 전시 관람 회전율을 고려한 시간대별 예약, 순차적 입장 등 면밀한 대안을 강구, 채택해야 할 것이다. 미술관, 박물관의 예약제, 입장료 정책은 어느 한사람의 결정에 따를 일이 아니다. 또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볼 것, 즐길 것이 분명하게 전제되어야 한다. 그래야 설레는 마음으로 예약도 하고 입장 비용도 기꺼이 지불할 것이기 때문이다.





박천남

홍익대 예술학과, 동 대학원 미학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호암미술관 큐레이터, 서울시립미술관 전시과장, 부산시립미술관·성곡미술관 학예연구실장 등을 역임했다. 2006년 한국박물관협회 ‘자랑스러운 박물관인상’을 수상. 현재 독립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