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4월 1일부터 매주 수요일을 '문화가 있는 날'로 정한다는 소식이다. 기존 마지막 주 수요일 한 번에서 한 달에 네 번으로 확대된다니 반갑지 않을 수 없다. 공식적으로 매주 날을 정해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한 나라는 세계적으로도 그리 많지 않을 듯하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현실적으로 효과가 있을지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희소성이 떨어지다 보니 그냥 의례적으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 특히 주 1회 주간회의도 힘겨운 직장인들에게 매주 문화를 접하도록 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 수 있다.
게다가 2014년 1월 이른바 ‘매마수’라고 해서 문화가 있는 날을 처음 만들 때와 직장 내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당시만 하더라도 조기퇴근 하려면 이 눈치 저 눈치를 봐야 했다. 문화생활을 즐기겠노라 일찍 퇴근하겠다는 말을 감히 꺼내기조차 어려웠다. 그런 직장인들에게 ‘매마수’는 당당하게 회사에서 벗어날 수 있는 황금 같은 날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직장문화도 많이 바뀌었다. 유연근무제로 퇴근시간을 자율적으로 바꿀 수 있게 되었고,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 한 조기퇴근을 위해 상사 눈치 볼 일도 없다. 직장인들에게 문화가 있는 날의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얘기다.
더욱이 문화가 있는 날에 제공하는 할인 혜택도 녹록지 않아 보인다. 가뜩이나 어려운 영화업계는 진작에 난색을 보였다. 여기에 대해 문체부 장관은 "할인 혜택 제공은 정부가 강요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비단 영화뿐 아니라 공연이나 시각예술 업계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공공은 몰라도 민간이 매주 할인혜택 제공에 동참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영화관이나 공연, 전시 등 특정 산업에 혜택이 집중될 수 있고 상시 할인 정책이 시장을 왜곡할 수 있다는 우려도 문화가 있는 날 확산의 걸림돌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 시민의 참여를 어떻게 끌어내느냐가 관건이다.
정부가 발표한 예술행사 관람 횟수를 보면 영화 1.9회, 대중음악/연예 0.2회를 제외한 나머지 분야는 모두 0.1회 이하이다. 평균적으로 국민 1인당 연극, 뮤지컬, 미술전시, 전통예술은 10년마다 한 번씩 보러가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가장 많이 찾는다고 하는 영화관도 1년에 2회 정도 찾는 게 고작이다. 그러니 문화가 있는 날을 확대한다고 해서 국민들이 갑자기 자발적으로 매주 문화현장에 갈 거라는 기대는 애당초 무리다.
그렇다면 어떻게 문화가 있는 날을 정착시킬 수 있을까? 우선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직장이든 학교든 그 어디든 원하는 곳이 있으면 직접 찾아가서 그들을 위해 공연을 하고 미술작품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두 가지 효과가 있다. 우선 문화생활을 즐기는 사람뿐 아니라 문화생활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이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자연스럽게 마련해줄 수 있다. 이미 현장에서 공공단체를 중심으로 찾아가는 공연, 전시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 건 이런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 예술단체나 회사들에게 새로운 플랫폼이 될 수 있다. 갈수록 영화관 수입이 줄어드는 영화업계는 찾아가는 영화관을 통해 새로운 매출을 확보할 수 있다. 공연단체나 미술관도 마찬가지다. 공연예술의 경우 1조 5천 억, 미술시장은 5천 4백억에 불과한 시장을 확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소요되는 비용은 정부, 단체 그리고 초청 회사 측에서 분담하면 된다. 단체는 비용을 최대한 줄이고, 초청하는 측이 최대한 부담하되, 이를 정부가 보조해주는 구조다.
찾아가는 문화가 있는 날이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컨트롤타워가 적극적이어야 한다. 매마수 시행 초창기에 추진했던 기업 참여 확대 및 생활밀착형 산업 연계 전략이 큰 결실을 맺지 못했던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찾아가는 문화를 초청할 수 있는 회사나 학교 발굴이 중요하다. 특히 회사의 경우 문화를 접목하면 어떤 긍정적인 효과를 회사 운영에 가져다 줄 수 있는지를 명쾌하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예술단체의 협조도 이끌어내야 한다. 당연히 찾아가는 문화행사가 정규 공연장이나 영화관의 매출과 같은 수준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 찾아가야 하는 당위성을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한다. 차제에 법제화를 통해 지자체에 의무를 지우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문화가 있는 날이 ‘알맹이 없는 전시행정’, ‘소비자가 아닌 공급자 위주의 정책’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나 국민이 공감하는 “찾아가는 문화가 있는 날”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선영
다양한 예술 분야를 촬영하는 PD로 일하며 재능TV 편성제작국장, EBS PD,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홍익대학교 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를 지내며 예술산업과 예술의 자생력에 대한 방법론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