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현장ㅣ전북소방본부 제공
전주는 음식의 고장이다. 너른 들과 산, 바다가 있는 지역의 거점도시에 걸맞은 식자재가 풍부하고 여러 음식에 상차림도 넉넉했다. 다 자라서 집을 떠난 아이들에게 엄마표 집밥은 따뜻한 그리움이다. 재료를 준비하고 다듬고 끓이고 익혀서 한 상을 차려서 잘 먹고 나면 산더미 같은 설거짓거리가 남는다. 가족 누군가의 수고로 숭고한 식사가 마무리된다. 이제 남은 일은 잔반과 쓰레기는 처리하는 일. 물기를 빼서 내놓으면 끝이다. 먹고사는 문제에서 벗어나 과영양과 비만과의 전쟁이 남았다. 그래서, 운동하러 간다. 기후 위기와 전쟁으로 농산물 가격이 오르고 수많은 사람이 굶주림에 시달린다는 소식에 자책감이 들기도 한다.
2021년 유엔에서 발표한 자료에는 전 세계 음식물쓰레기 발생량이 대략 9억 3천만 톤에 이른다. 40톤 대형 화물차 2,300만 대 분량이고, 일렬로 세우면 지구를 7바퀴 반이나 돌 수 있다. 낭비되는 식량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9,400억 달러, 우리 돈 1,120조나 된다. 우리나라 음식물 낭비도 심각한 수준이다. 가정과 식당에서 1만 5천 톤, 식품 제조업에서 발생하는 동식물성 잔재물도 5천여 톤. 이를 연간 배출량으로 계산하면 769만 톤이다. 전 세계 배출량의 0.82%를 차지한다. 경제적으로 20조 원 정도가 낭비되고 처리 비용으로 8,600억 원이 들어간다. 더욱이, 메탄과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가 연간 885만 톤(CO2e)이 배출돼 환경오염의 원인도 된다. 도시화 이전에는 개와 돼지, 소를 먹이고 난 그 똥으로 거름을 만들어 땅으로 보냈다. 다른 생활계 쓰레기가 태워지거나 매립되는 반면, 음식물쓰레기는 환경오염을 줄이는 처리 공정을 거쳐 사료나 퇴비로 재활용된다. 수치상으로 100% 자원순환이다. 조금만 노력하면 줄일 수 있다. 살림살이에도 이득이고 세금 낭비도 줄일 수 있다. 전주시민 1인당 음식물쓰레기 배출량은 0.36㎏으로 전국 평균(0.25㎏)보다 1.7배 높다. 대략 하루 270여 톤이 음식물쓰레기 자원화시설인 전주 리사이클링센터로 반입 처리된다.
편리함 뒤에는 누군가의 수고로움이 있다. 환경 측면으로 안전하게 처리해서 재활용하기 위해 악취와 싸우는 수거 노동자와 음식물쓰레기 자원화 시설 노동자들이다. 인근 주민들도 악취로 인해 큰 고통을 받았다. 환경영향 조사에서 정부가 정한 복합악취 기준치를 300배 이상 초과했다. 민간 투자 방식으로 운영돼 온 전주 음식물자원화시설은 2016년 가동 이후 부실시공과 처리 공법상의 문제로 잦은 고장과 고농도 악취가 발생했다. 공동 운영사인 ㈜에코비트워터의 기술적 한계도 도마 위에 올랐다. 당연히 시설 개선과 보수, 적정 처리로 악취를 줄여야 했다. 하지만 업체는 돈이 들지 않는 손쉬운 방법을 택했다. 외부로 나가는 악취를 줄이기 위해서 셔터를 내렸다. 메탄가스 등 가스상 물질을 빼내는 배기 시설 작동을 멈췄다.
한술 더 떠 시도 모르게 전국 각지의 음식물 쓰레기 폐수 17만 8천여 톤을 들여왔다. 이렇게 불법으로 얻은 이익이 140억 원에서 2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에코비트워터가 막대한 돈벌이를 하는 동안 피해는 전주시민에게 돌아갔다. 적정 처리 용량 초과로 전주시 음식물쓰레기 처리는 지연되었고,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폐수가 하수처리장으로 흘러가기 일쑤였다. 시설에 부하가 걸려 고장도 잦고 설비 노후화도 심해졌다. 자동차로 치면 과적 운행이다. 지하 밀폐된 공간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이 크게 위협받는 상황이었다.
결국, 터질 것이 터지고 말았다. 전주 리사이클링센터 지하 메탄가스 폭발 사고가 일어났다. 안타깝게도 생때같은 20대 청년과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다섯 노동자가 전신에 심각한 화상을 입었다. 소방 당국은 시설 지하 1층에 쌓인 메탄가스가 폭발해 관교체 작업 중이던 노동자들이 다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가스상 물질이나 화학물질의 누출 및 폭발 사고는 관교체 작업 중에 자주 발생한다. 사전에 반드시 누출 검사로 안전 상태를 확인하고 공사를 해야 한다. 그런데 업체는 기본적인 사고 대비 조치인 가스누출 검사도 하지 않았다. 이윤 추구에 생명 안전은 뒷전이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문제는 민간 투자 대주주인 태영건설이 지난 1월 유기성 폐기물 처리시설 운영 경험도 없고, 전문성도 없는 일반 건설업체인 ㈜성우건설에 운영을 맡긴 것이다. 음식물쓰레기 처리시설 운영은 전문 공법과 기술력, 숙련도가 요구된다. 그런데, 우범기 시장이 ‘전문 운영회사만이 시설을 운영하도록’ 한 고시와 협약을 무시하고, 운전 경험도 면허증도 없는 회사에 운전대를 넘겨준 것을 묵인했다. 게다가 인수 과정에서 시설에 대한 이해와 운용 경험이 많은 노동자를 대거 부당 해고했다는 점에서 예견된 사고였다.
해고 노동자들은 지난 1월, 기자 설명회에서 사진과 동영상으로 낡은 설비와 배관에서 폐수가 새어 나오거나 흄가스 누출을 지적했다. 가정이지만 공정과 설비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있고, 작업 안전 지침을 준수해 온 해고 노동자들이 정비했다면 이렇게 큰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철저한 감식과 수사를 통해 책임자를 엄중 처벌해야 한다. 전문회사가 아닌 건설회사가 주관 운영사가 되는 제도개선, 공법과 공정의 안전성 확보, 건강한 일터에서 일할 노동자의 권리 보장, 나아가 음식물쓰레기 시설을 시가 직영할 수 있도록 진단과 처방이 있어야 한다.
여름은 청소 관련 노동자들이 견디기 힘든 계절이다. 특히, 음식물쓰레기 수거나 자원화 시설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고충이 크다. 부패 속도가 빠르고 악취도 심해진다. 폐수가 덜 나오도록 물기도 잘 빼고, 냉장고 관리를 잘해서 발생량을 줄여야 한다. 쓰레기 처리시설은 혐오시설이고 기피 시설이다. 보이지 않는 노동으로 우리의 쾌적한 삶을 돌보는 이들을 배려해야 한다. 사고를 당한 노동자의 쾌유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