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의 환경리포트    2024.7월호

노란배거북아, 네 탓이 아니다

생태계 교란종의 딜레마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내 일찍이 이런 대물은 보지 못했다. 하짓날 오전, 자전거 타던 어르신이 만경강 비비정 주변 산책로에서 발견해 사무실로 가지고 왔다. ‘붉은귀거북'의 친척인 노란배거북으로 추정, 등딱지만 35cm가 넘고 무게가 5kg에 육박했다. 발톱도 날카롭고 발로 미는 힘도 세다. 성질도 있어 보인다. 꼬리가 작고 덩치가 큰 것으로 볼 때 암컷이다. 크기로 보면 최소 20년 넘게 산 놈으로 보인다.


어르신은 귀한 것인 줄 알고 챙겨왔는데 집에서 난리가 났단다. 손주들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전주 삼천동 집까지 그 먼 거리를 한달음에 달려왔는데, 아내는 기겁했다. 딸은 생태계 교란종 같은데 데려오면 어떻게 하느냐, 당장 환경단체와 상의를 해 보든지 다시 가져다 놓든지 하라며 핀잔했다.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고 도움을 요청해 왔다. 환경연합도 방법이 없으면 그냥 전주천에 풀어줄까 한다고 했다. 좋은 마음만 보고 일단 사무실로 가져오시라 했다. 


그런데 이렇게 큰 노란배거북인 줄 몰랐다. 감당할 수 있는 녀석이 아니었다. 난감했다. 붉은귀거북의 아종으로 미국 미시시피강 유역 출신인 노란배거북도 애완용으로 인기를 끌었다. 우리나라도 붉은귀거북이 유해 동물로 지정되면서 그 대용으로 수입되었다. 이후 방생이라는 이름의 유기와 관리 부실로 전국의 하천과 저수지로 퍼져 나갔다. 정부는 붉은귀거북 속 전체를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하고 수입과 거래를 금지했다.


현행법상 생태계 교란종은 기르거나 누구에게 넘길 수 없다. 사육도 거래도 불법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방생이었든 유기였든 그 결과에 대한 책임도 사람이 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제 발로 걸어 온 것도 아니고 비행기나 배를 타고 온 녀석들이다. 사람들이 들여오고 제도적으로 용인한 결과이다. 생태계 교란종도 한 생명이다. 생태계 교란을 일으키니 방사하거나 유기하지 말라는 것이지 보이는 대로 죽여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버린 것도 잘못인데 죽이기까지 하는 것은 지나치지 않은가. 가해자로 낙인찍는 교란 종, 침입종이라는 말도 적절하지 않다. 강제 이주 종이란 말로 부르는 것이 정확한 것 같다. 


페이스북에 올려 친구들의 의견을 물었다. 교란 종도 한 생명으로 보고 그 권리를 존중해야 하며, 외래종이 들어오는 것도 받아들여야 하며 사람 탓이나 살던 곳으로 돌려보내자는 의견이 더 우세했다. 하지만, 생태계 구성 전체를 생각한다면 살던 곳으로 돌려보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많았다. 블루길과 배스처럼 번식력과 생존력이 강해서 토종 물고기에 치명적인 외래 교란 종을 예로 들었다. 배스는 원산지에선 먹이 사슬의 중간에 위치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하천에는 최상층이다. 가물치 정도가 경쟁자이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동물도 외국에서는 대표적인 교란 종이 된다. K시리즈의 원조, 무당개구리는 관상용으로 외국에 팔려 가 무시무시한 항아리곰팡이병을 퍼뜨렸다. 파나마 황금두꺼비, 랩스 청개구리 같은 멸종위기종 양서류 200여 종을 절멸 상태로 몰아갔다. 갓 쓰고 돌아다니는 양서류의 저승사자다. 미국에선 고가의 장비와 인력을 동원해 장수말벌 사냥에 나선 것도 생태계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꿀벌의 생존에 큰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다만, 산채로 땅에 묻는 등 생명을 경시하는 처분 방식이 개선되어야 하며, 수입과 사육 금지, 식용 및 사료용으로 허가된 종에 대한 관리는 더 엄격하게 해야 한다는 의견에 다들 공감했다. 


준설 공사 중에 멸종위기종 남생이 서식이 확인된 덕진공원은 붉은귀거북의 천국이다. 이번에 보호 조치한 남생이는 15마리 정도인데, 제거한 붉은귀거북은 200여 마리에 이른다고 들었다. 중국줄무늬목 거북은 남생이와 같은 속에 해당하기 때문에 국내 고유종인 남생이의 유전적 다양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 서로 교배할 수 있다는 뜻이다. 


국내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된 동식물은 총 63종이다. 붉은귀거북이 속만 32종이다. 2001년 12월 붉은귀거북 속 전 종이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됐으며, 최근 늑대거북까지 5종이 추가로 지정됐다. 


시민이 환경연합에 노란배거북 처리 요청을 위임한 만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북지방환경청, 국립생태원, 전주시에 전화를 걸었다. 환경청은 “양도·양수, 줘서도 받아도 안 된다.”, “허가 없이 길러도 안된다. 학술연구나 식용이 아니면 이마저도 안 된다.”고 했다. 환경청 앞에 풀어놓으면 어쩌냐 물으니 법 위반이란다. 시에 도움을 받아 보거나 동물병원에 가서 안락사시켜야 한다는 절차만 나열했다.


국립생태원에서 멸종위기종 남생이를 연구하는 박사는 “붉은귀거북의 세력권이 남생이나 자라와 겹치기 때문에 개체수도 적고 힘이 약한 토종이 서식지에서 밀려나는 경우가 많다”라면서 “현장 조사에서 교란종을 발견하면 안타깝지만 포획해서 냉동고에 넣어 처리한다”라고 밝혔다. 겨울잠을 자는 동물 특성상 고통이 덜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안락사 처리는 수의사만 가능하다고 했다. 작년과 올해 두꺼비 구조를 같이한 전주시 환경정책팀장은 “살리는 일은 도울 수 없지만, 고통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안락사 처리를 돕겠다”라고 나섰다.


남생이 같은 토종생물이 줄어드는 것은 외래 교란종의 책임도 있겠지만, 더 큰 원인은 서식지 파괴와 무분별한 남획이다. 덕진공원처럼 저수지 준설과 호안 정비 사업이 남생이와 자라의 서식지를 위협한다. 외래종 탓만 할 일이 아니다. 천적이 없다던 배스나 황소개구리가 수달, 왜가리 등 우리 먹이 사슬 내에서 개체 수가 조절되고 있다. 생명을 다루는 일인 것만큼 노란배거북에 대한 오해는 없는지 따져보면 좋겠다. 토종 생태계에 어떠한 위해성이 있는지, 남생이나 자라 등에 미치는 생물학적인 영향은 어떤지 연구를 더 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도 노란배거북의 운명을 놓고 최선은 없는 것 같다. 이 딜레마를 어찌할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