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의 환경리포트    2025.3월호

나무를 심는 사람들

‘온난화 식목일’ 17년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3월 22일은 UN이 정한 세계 물의 날, 올해 주제는 ‘빙하 보존(Glacier Preservation)’이다. 두 말이 필요 없는 기후 위기의 대표 상징이다. 기후 시스템과 물의 순환에서 빙하와 눈, 얼음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구온난화로 남극과 북극의 얼음이 사라지고 있다. 1980년 대비 북극 해빙 면적은 766만 7천㎢에서 2021년 9월 15일에는 374만㎢까지 줄어들었다. 40년 사이 48.7%가 감소했다. 여름철 극지 기온이 20~30도까지 오르면서 벌어진 일이다. 빙하는 녹고 해수면이 상승하고 지구의 연평균 기온은 높아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육지에서는 나무와 숲이 얼음이고 빙하이다. 윤석열 정부는 원전의 비중을 늘리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줄이는 계획을 밀어붙였다. 안토니오 구테우스 유엔 사무총장 말대로 기후 지옥을 향한 고속도로에서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2025년 7월, 도시공원일몰제 최종 시행으로 전주시 도시공원 내 사유지가 공원 부지에서 해제된다. 숲세권 아파트나 녹지 주변 난개발이 앞두고 우려된다. 우범기 전주시장은 도시계획조례나 개발행위 지침을 보완해서 나무와 숲을 지켜야 함에도 외려 자연녹지의 규제를 완화하고, 공원 주변 고도지구도 대부분 풀어줬다. 도심 환경을 푸르게 전주천과 삼천에서 수백 그루의 버드나무와 갈대, 물억새를 잘라냈다. 잘 자리 잡은 덕진공원의 나무까지 잘라내고 있다. 기후 위기를 불러오는 정책에 우범기와 윤석열의 우열, 나음과 못함을 가리기 어렵다. 


세계 물의 날 오전엔 전주천 한벽당 위 자연생태관에서 서신동 삼천 합수부까지 8km 좌우 물가를 살피고 나무를 세었다. 시가 심은 나무, 두 차례 벌목에 살아남은 나무들이다. 밑동만 남은 버드나무의 맹아 가지가 20~30개 넘게 올라왔다. 서신동 가련교 아래 갈대 그대로 둔 자투리 수변에서 놀란 고라니가 튀어나왔다. 갈대밭이 남아있던 곳에 숨어있다 나무 조사 발걸음에 놀란 것이다. 놀라긴 우리도 마찬가지. 고라니는 천변 산책로를 용수철 튀듯 좌우로 달렸다. 갈대와 물억새밭 준설에 버드나무 벌목으로 서식지가 줄어든 현실을 실감했다. 어디 몸 숨길 곳도 마땅치 않은데, 어디로 갔을까. 국민들 처지도 고라니와 다름없다. 대한민국 역시 종잡을 수 없고 어디에도 몸과 마음을 맡길 곳이 없다. 






오후엔 모두가 간절히 바라는 민주주의 봄을 위해 14차 윤석열 퇴진 전북도민대회에 참가해 모래내시장에서 선너머 네거리까지 행진했다. 2만 보 넘게 걸었지만 피곤함보다 연대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농민회 회장님 말마따나 4km가 1km 같다.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거리로, 광장으로 나섰던 시민들이 잠시 불안과 초조함을 뒤로 한 채 기후 위기에 대응하고, 새로운 민주주의의 열망을 담아내고자 3월 29일 건지산 덕진공원에 나무를 심었다. 


도시의 숲은 미세먼지 26%, 초미세먼지 41%를 줄여주고, 도심 온도 4.5℃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 또한, 온실가스를 흡수해서 산불, 폭염, 태풍, 홍수 등 전 지구적인 기후 위기 재난을 줄일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지난 10년간 전주시·완주군 일원의 식목일 평균기온은 10.76도로 1940년대 8.3도에 비해 2.46도가 올랐다. 나무 심기는 싹이 나기 전인 6도 전후가 적당하다. 가능한 겨울이 지나 땅이 녹은 후 빨리 심는 것이 좋다. 온도가 낮아 나무에서 증발하는 수분의 양이 적어 잘 살아남기 때문이다. 때가 늦으면 늦을수록 나무가 살아남기 힘들다. 온도가 높고 건조하면 활착률이 낮아진다. 이미 싹이 튼 나무를 심어야 하고, 묘목을 심을 때 뿌리 생육에 지장을 주기 때문이다. 나무를 더 빨리 심고, 더 많은 나무를 심을 수 있는 시간이 있음에도 4월 식목일 행사에 맞추다 보니 나무 심기가 늦어진다.


전북환경운동연합은 2008년부터 기후변화로 앞당길 필요가 있는 나무 심기 좋은 날을 “온난화 식목일”로 정하고 미래세대를 위해 온실가스 흡수원을 확충하고 도심 녹지를 보전하자는 의미를 담아 17년째 도시공원과 사유지 매입지에 나무를 심고 있다. 


대충을 허용하지 않는 생태조경 전문가 김재병 전 사무처장의 진두지휘 아래, 땅의 상태를 살펴 심을 나무를 고르고 주변 조경과 어울리게 심었다. 거름도 주고, 물차로 흠뻑 물도 주고 지주목도 세웠다. 단단한 땅에는 자갈과 부직포를 깔고 관으로 공기 구멍도 냈다. 새집도 달았다. 나무 구입비, 비료, 지주목, 운반비, 식대까지 회원 모금으로 충당했다. 


나무 한 그루는 연간 35.7g의 미세먼지를 흡수한다. 도시 숲은 여름 한낮 평균기온을 3~7도 낮추고, 평균습도를 9~23% 높여준다. 성인 7명이 1년간 필요로 하는 산소를 배출하며, 연간 이산화탄소 2.5톤을 흡수한다. 지구라는 공간에서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존재가 바로 나무이다. 나무를 대하는 태도가 도시의 미래를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