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밀려드는 외세와 서구 열강의 쓰레기에 맞서 싸운 동학혁명 최초 승전지인 정읍 황토현에 다시 쓰레기가 몰려오는 것을 두고만 볼 수 없습니다.” 지난 20일, 하루 552톤의 쓰레기를 태우는 발전소를 반대하는 기자회견장을 깜짝 방문한 이광재 작가의 말이다. 이 작가는 전봉준 평전 「봉준이, 온다」, ‘혼불문학상’ 수상작 「나라 없는 나라」, 「청년 녹두」등 새 세상을 꿈꿨던 동학사상과 동학농민혁명을 다룬 작품을 주로 써왔다. 이런 활동을 인정받아 올해 동학농민혁명 대상을 받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이 상을 받았다. 그런 그가 지인에게 소식을 듣고 평소와 달리 말쑥한 정장 차림으로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것이다. 머리띠를 두르고 거친 손에 피켓을 들고 그의 말을 듣고 있는 농민들의 굳은 표정에서 갑오년 농민군이 떠올랐다.
정읍시 영파동과 덕천면 경계에 조성 중인 BIO-SRF 발전소는 하루 552톤의 폐목재 쓰레기를 연료로 사용해 21.9MW의 전력을 생산하고, 인근 기업 3곳에 스팀을 공급할 계획이다.
‘바이오’, ‘목질계’라는 말은 듣기 좋지만, 실상은 유해 물질로 범벅된 쓰레기나 다름없다. 폐목재 자재는 도장, 방부 처리, 접착제 혼합 등의 과정을 거치며 중금속을 다량 포함하게 된다. 특히 품질 기준 강화 이전에 생산된 MDF(톱밥을 접착제로 압착한 목재)는 최대 50%가 접착제로 이뤄져 있다.
이러한 물질을 태우는 과정에서 발암물질이 발생하며, 악취도 함께 난다. 중금속과 유해 물질이 대기 중으로 방출되면 호흡기 질환, 암, 환경성 질환을 유발할 수 있으며 특히 노약자와 기저질환자는 더 큰 위험에 처하게 된다. 국립환경과학원의 ‘고형연료 배출 특성 연구’에 따르면, BIO-SRF는 비닐 및 플라스틱계 SRF보다 더 많은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지 농도는 약 3배, 이산화황 농도는 약 2배나 높았다.
태우는 것은 위험하다. 전주시, 완주군, 김제시, 임실군 등 84만 명이 배출하는 생활 쓰레기의 하루 소각량은 약 300톤. 그런데 정읍의 SRF 발전소는 하루 552톤, 즉 150만 명 도시의 소각량에 맞먹는 규모다. 대기오염물질 확산 범위는 반경 4~6km로, 지형과 바람의 조건에 따라 정체하거나 더 멀리 퍼질 수도 있다. 내장산 국립공원과 칠보산이 병풍처럼 둘러싸인 정읍 시내권 전체가 영향권에 포함된다.
수도권과 대도시는 쓰레기 고형연료 사용시설을 짓지 못한다. 수도권과 대도시는 ‘퇴출’로 가는데, 전북자치도와 정읍시는 이와 반대로 ‘수용’으로 가고 있다. 2013년,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환경부가 고형연료 사용 규제를 완화하면서 전국적으로 SRF 발전소가 난립했다.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환경부는 2017년 SRF 사용을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변경하고, 서울특별시, 6대 광역시, 수도권 13개 도시에서 고형연료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2019년 소규모 시설의 사용 제한, 연료 품질 및 배출 기준 강화와 함께 SRF 발전소를 신재생에너지에서 제외했다. 순수 목질계인 우드칩이나 펠릿은 신재생에너지로 인정해 왔지만, 올해부터 신규 시설도 가중치를 주지 않기로 했다. 사실상 정책적으로 퇴출 수순을 밟고 있다.
주민들은 말한다. 왜 정읍시는 예외인가? 정읍 시민의 생명과 안전의 무게가 수도권 시민보다 덜 한가? 대기 환경 관리 정책은 전국적으로 일관성 있게 적용되어야 한다. 차별을 제도화하는 것이 아니라면 대도시와 농촌이 달라야 할 이유가 없다.
정읍시는 사회재난으로 규정된 미세먼지 농도가 높다. 2016년 미세먼지 농도가 전국 1위를 기록했다. 초미세먼지 수치도 전주시 팔복동 등 공업지역보다 높았다. 이런 조건에서 가스상 물질이 다량으로 배출되면 화학조성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또한, 정읍 일반산업단지에는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공장은 물론 생활 쓰레기 소각장, 광역 쓰레기매립장, 분뇨 공공처리시설, 하수처리 및 슬러지 건조 시설 등이 밀집해 있다. 더는 ‘추가적 오염 시설’을 수용할 수 없다. 이 일대는 오염물질 총량 관리가 필요한 지역이다.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환경영향평가와 조례, 모두 피했다. 10MW 이상 SRF 시설은 원칙적으로 환경영향평가 대상이다. 대기오염물질 확산 범위 산정, 대기오염 방지 대책 적절성 검토, 주민 건강 영향을 따져보기 위해서다. 하지만 산업단지에서는 30MW 이상일 때만 환경영향평가를 받도록 기준을 완화해, 하루 552톤을 태우는 이 발전소는 평가를 회피했다. 2020년 전북도는 하루 50톤 이상 고형연료 발전시설에 대해 환경영향평가를 받도록 조례를 제정했지만, 이 시설은 시행 이전 허가로 적용을 피했다. 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으니, 사후환경영향조사나 주민 건강 조사 등 관리 장치도 없다.
절차상 위법도 의심된다. 처음 사업 신청시에는 순수 목질계 ‘우드 펠릿’만 사용한다고 했지만, 슬그머니 폐목재 SRF로 연료를 변경했다. 인허가 과정에서 주민 동의 조작, 대표성 없는 단체와의 협약, 사업자 측 대리인이 협약 당사자로 등장하는 등,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꼼수가 드러나고 있다.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단지 깨끗한 공기, 안전한 먹거리, 쾌적한 삶이다. 121년 전, 지배층의 폭정과 탐관오리의 수탈에 맞서 싸운 동학농민군이 ‘보국안민, 척양척왜’를 외쳤듯, 오늘날 정읍의 BIO-SRF 발전소 반대 운동은 농촌을 쓰레기장으로 만드는 잘못된 자원순환 정책에 맞서는 현대판 갑오농민운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