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의 환경리포트    2025.8월호

전주천 회화나무 가지치기의 전말

폭염과 열대야 속 사라진 그늘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폭우와 불볕더위, 열대야에 시달리는 기후 재난이 일상이 되었다. 가로수는 숨 막히는 도시의 숨통을 틔워주는 공기 청정기이자 냉방기 기능을 동시에 한다. 시원하고 맑은 공기가 지나는 바람길이자, 그늘을 만들어 뚜벅이의 체감 온도를 낮춰준다. 자동차 매연과 미세먼지를 걸러주며, 온실가스를 흡수하고 산소를 내뿜는다. 아스팔트에 물을 뿌려주는 것처럼 이파리의 증산작용은 도심의 온도를 낮춘다.


새들이 먹이를 찾고, 벌과 나비가 꿀을 따고, 곤충이 살며 생물의 작은 서식지 역할을 하는 전주천 여울로의 회화나무 가로수들. 잘 생겼다. 쭉쭉 뻗은 수관과 과하지 않게 늘어진 가지가 훤칠하다. 생육 상태도 좋다. 잘리고 뒤틀린 상가 앞 가로수와 달리 아파트 뒤편 천변길은 차량이 많지 않아 매연이 적고, 보행자도 많지 않아 자연성을 회복한 전주천과 어우러져 사시사철 멋진 경관을 이룬다.


황방산에 노을이 질 때, 사평교 다리에서 보는 전주천의 반짝이는 수면과 억새, 갯버들, 그리고 제방길 회화나무 가로수 풍경은 붉은빛과 푸른색이 경계가 없는 모네의 그림처럼 아련하고 아득하다. 나는 이 풍경을 오래도록 내려다보곤 한다.


회화나무는 전주의 정체성을 품고 있다. 집 앞에 세 그루씩 심으면 유명한 학자가 나온다고 해서 ‘학자수’나 ‘선비나무’로 불린다. 궁궐이나 문묘, 고택에 많이 심었다. 전라감영의 회화나무는 동학농민혁명의 집강소, 일제강점기 도청, 한국전쟁 등 근현대사의 격랑에서 유일하게 남은 역사적 흔적이다. 250년 수령을 자랑하는 경기전과 교동의 회화나무는 전주가 선비의 고장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전주시 첫 도시재생 사례라 할 수 있는 웨딩거리도 노란 회화나무꽃이 한창이다. 


회화나무는 가로수로도 인기가 많다. 전주시 가로수 6만 5천여 그루 중 회화나무가 6번째를 차지한다. 나무의 수형, 외모도 출중하고, 나무줄기가 갈라지는 위치도 높고, 수관이 넓게 퍼지지 않아 전선 등과 크게 마찰을 일으키지 않는다. 공해나 병충해에도 강하다. 우리나라 5대 거목으로 꼽힐 만큼 오래 살고 높고 크게 자란다. 


그런데 최근, 본디 모습 그대로 잘생긴 전주천 여울로 회화나무 70그루가 가지 대부분이 잘리는 수난을 겪었다. 가지치기는 죽은 가지, 병든 가지를 자르고 서로 겹치는 가지를 솎아내는 것이다. 자연스러운 형태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스스로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그런데 강전지는 매우 짧게, 심지어 원줄기에 가깝게 잘라 내는 가지치기이다. 환경부는 닭발 가로수, 전봇대 가로수를 만드는 강전지에 대한 비난이 커지자 선진국처럼 가지의 25% 이상은 잘라내지 못 하도록 권고했다. 하지만 지켜지지 않는다.


일반적인 가지치기는 나무의 생장이 멈추는, 낙엽이 진 늦가을에서 이른 봄까지가 적당하다. 나무의 활동이 최소화되어 가지치기로 인한 스트레스가 적고, 나무에 난 상처도 봄이 오기 전에 충분히 아물 수 있다. 한참 자라는 시기에 잎이 대량으로 잘려 나가면 광합성 활동이 줄어들어 스스로 영양분을 생산할 수 없게 된다. 사람으로 치면 굶주림에 시달리는 것과 같다. 잘린 가지는 곰팡이나 세균, 해충 등이 침입하기 쉬운 통로가 되어 감염 위험이 커진다. 감염된 부위가 썩어 들어가면 나무 전체의 건강에 치명적이다. 나무를 지탱하는 뿌리도 약하게 만들어 미래의 재난에 더 취약해질 수 있다. 


태풍 대비라면 속이 비거나 썩은 가지가 있어 넘어질 우려가 있는 나무를 골라서 가지치기를 하면 된다. 모든 나무를 다 자를 이유도 그럴 필요도 없다. 


한쪽에서 가로 정원을 가꾸고, 나무를 심는다고 하면서, 다른 한쪽에선 나무를 자르고, 옮겨 심고, 강한 가지치기로 살풍경을 만드는 것이 도시의 기후 회복력을 스스로 훼손하는 모순 행정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가로수는 도시의 얼굴이다. 나무를 대하는 태도가 도시의 품격이자 시민의식의 수준이다. 멋진 도시, 살만한 도시는 모두 가로수를 가장 가까이 있는 숲이자 공원으로 유지관리하고 있다. 이발비 아끼려고 빡빡 밀던 시절 아니다. 전주시 행정에 대해 ‘빚쟁이 벌목공’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가지치기에도 전문가가 필요하다. 심는 것 못지않게 가꾸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토목 사업에 쏟는 예산을 줄이고 나무 의사와 수목 치료 전문가를 배치해서 가로수의 체계적인 관리에 투자해야 한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손발이 잘린 회화나무가 궁금해서 나가보니 글쎄, 가지치기한 나무에 보호대를 세워둔 것 아닌가. 그야말로 ‘병 주고 약 주기' 엇박자 행정이다. 무리한 가지치기가 나무에 해롭다는 것을 전주시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다. 환자에게 불필요한 수술을 강행한 후, 그 부작용을 막기 위해 또 다른 처치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