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의 환경리포트    2025.10월호

법원이 새만금 공항 건설을 멈추라고 한 이유

조류 충돌·갯벌 생태계 파괴·경제성 부재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새만금 사업은 고장난 전축이다. 흘러간 유행가가 무한 반복이다. 태생적인 한계 탓인지 사업을 둘러싼 소모적인 갈등이 끝이 없다. 이겨도 이긴 게 아니고, 져도 진 것이 아니다. 


9월 11일, 서울행정법원은 국토부가 새만금 국제공항이 항공기의 조류 충돌 위험도를 의도적으로 축소하고, 공항부지와 인근에 있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서천갯벌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았고, 경제성도 부족하다며 공항 기본계획 취소 선고를 내렸다.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공익이, 항공 운항 안전성 확보와 생태계 보존 등 침해되는 공익을 상쇄할 만큼 더 크고 중요하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새만금 일대는 호주·뉴질랜드와 시베리아와 알래스카를 오가는 나그네새의 핵심 길목이다. 장거리 고속도로의 휴게소와 같은 곳이다. 기름을 채우듯 활발한 먹이 활동을 하고 쉼을 통해 힘을 비축한다. 수만 마리 가창오리 등 철새와 민물가마우지, 백로 왜가리처럼 텃새화된 물새의 먹이터이기도 하다. 국토부 자료에 의하면 새만금 국제공항 반경 13km 안에서 조류 충돌 예상 횟수는 연간 최소 9.5회, 최대 45.9회에 이른다. 이는 인천국제공항 조류 충돌사고 연간빈도(2.99회)의 최대 16배, 무안공항 조류 충돌사고 연간빈도(약 0.07회)와 비교했을 때 최대 656배에 해당한다. 


공교롭게도 국토부가 항소한 다음 날, 감사원이 ‘지방공항 건설사업 추진실태’ 감사보고서를 발표했다. 전국 지방공항 대부분이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여객 수요 과다 산정(울릉·흑산), 안전성 미확보, 향후 30년 동안 수천억 원 적자 예상, 절차를 위반한 사업 추진을 지적했다. 양양공항, 무안공항처럼 실패를 답습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새만금 국제공항은 예비타당성조사가 면제된 사업으로 경제성보다 지역 균형발전을 앞세운 정치적 필요성이 크게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새만금 신공항은 총 3,553억여 원의 손실 발생이 예상된다. 국토부는 적자가 발생할 것이라는 보고를 받고도 재무성 확보 방안 절차 이행을 확인하지 않았다. 이대로 가면 한국공항공사는 빚더미에 오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새만금 국제공항은 실제 수요를 부풀린 성장 전망과 이미 운영 중인 군산공항과 기능 중복, 고속열차 등 대체 교통수단 고려 부족, 정치적 필요를 앞세워 밀어붙인 비효율적 투자라는 것이 확인되었다. 


새만금 공항의 2058년 여객 수요 전망치는 105만 명, 국내선 54만 명, 국제선 51만 명이다. 하지만 24년 기준 군산공항의 활주로 이용률은 1.4%, 연간 이용객은 33만 명에 불과한 상황이다. 신공항에 그만큼의 수요가 더 있을지 의문이다. 감사원 역시 새만금 국제공항이 군산공항과 수요를 나눠 결국 두 공항 모두 만성 적자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방공항 수요예측은 번번이 빗나갔다. 양양공항은 예측이 305만 명이었으나 실제는 38만 명, 무안공항은 무려 1,037만 명을 예측했으나 실제는 89만 명이었다. 현재 계획 중이거나 공사 중인 공항은 부산 가덕도신공항,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새만금국제공항, 흑산공항, 제주2공항, 울릉공항, 백령공항, 서산공항 등이다. 총 공사비용만 24조 4,818억 원이다. 이들 공항도 환경 파괴, 철새 서식지 훼손, 경제성 부족 같은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대안은 있다. 새만금과 인천공항을 직접 연결하는 고속철도 연결이 도민의 공항 접근성과 지역발전에 효과적이다. 도민들은 새만금 국제공항을 이용하는 것보다 더 빠르고 편리하고, 안전하게 인천공항을 이용할 수 있다. 전주와 익산을 경유하게 되면 체류형 관광객과 외국인 관광객이 늘고, 투자 유치 등 지역 산업 경쟁력도 높아질 것이다. 국가적으로도 이익이다. 국제적으로 ‘공항 대신 철도 투자’로 성공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으로 중국이 다수 지방공항이 저이용·적자 상태에 빠지자, 거점 공항을 중심으로 철도망을 연결, 항공 수요의 집중·효율성을 추구하고 있다. 


그런데 김관영 도지사와 지역 국회의원, 시장 군수 등 정치권과 일부 언론은 법원 판결의 본질은 들여다보지 않고, 여전히 지역발전과 도민 염원이라는 낡은 구호 아래 항소를 부추기고 국토부의 백지 항소장 대열에 동참했다. 갈등과 반목을 부추기는 편 가르기 여론몰이에 시동을 걸었다. 


새만금 국제공항 1심 판결 상황을 비유하면 운동 경기에 비교하면 ‘하프 타임’이다. 국토부와 전북자치도는 지금을 공항을 비롯한 새만금 사업의 방향을 재조정하고, 그 비전과 목표를 다시 설정하는 중요한 시점으로 활용해야 한다. 찬반이 갈리는 쟁점에 대한 설득은 냉철한 분석과 풍부하고 분명한 근거가 있을 때 힘을 얻는다. 더는 낡은 경로에 의존하는 개발 논리에 집착하지 말고 전북과 국가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대안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