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군수의 공약은 시민과의 약속이고, 공약 이행 평가가 단체장 평가의 기준이 되는 만큼
타당성이 낮은 헛공약이나 선심성 공약도 어떤 형태로든 추진되기 마련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의 몫으로 돌아온다."
참 해괴한 행사가 열렸다. 이름하여 '전주 관광타워 복합개발사업 기공 비전 페스타'라는 쇼. 선거를 앞두고 얼마나 급했으면 이런 행사를 여나 싶었다. 추운 겨울밤에 쏘아 올린 불꽃놀이를 누가 보겠는가. 시공사를 구하지 못한 채 금융권의 대출금 상환 압박 등 자금난을 겪고 있는 사업자가 과연 이런 행사에 수억 원을 쏟아붓고 싶었을까.
자광이 판을 깔았지만 행사의 주인공은 누가 봐도 재선을 노리는 시장과 도지사였다. 그런데 행사 하루 전, 자광이 세금 8억 4천만 원과 부지 안에 있는 도유지 임대료를 체납한 사실이 보도됐다. 전주시는 세금을 내지 않으면 해외도 못 간다며 고액 체납자를 출국금지하고 압류와 공매 등의 절차를 밟아 강제 징수해 왔다. 그래서 우범기 시장과 김관영 도지사의 행사 참석은 어렵겠다 싶었다.
그런데 웬걸, 시장과 도지사는 물론 지방의원까지 줄지어 참석했다. 시 담당 공무원이 해당 땅에 압류를 걸어 놓은 상황에서 시장은 그 압류 부지 위에서 업자와 두 손을 맞잡는 어처구니없는 장면이 연출됐다. 사실상 면죄부나 다름없다. 선거철 이벤트로 넘길 수 없는 일이다. 인허가권을 쥔 도지사 역시 갈 자리가 아니었다. 도 소유 배수로 부지 사용료와 변상금 2억 5천여만 원도 미납한 사업자의 행사였으니 말이다.
이처럼 '대놓고 정경유착, 업자와 시장의 잘못된 만남'의 출발점은 공약이다. '대한방직 부지 개발 행정적 협력 추진'은 김관영 도지사의 78번 공약이자 우범기 전주시장의 4번 공약이다. 실행 계획은 ㈜자광이 제시한 개발사업 그대로였다. 김 지사는 경선 시절 대한방직 터 초고층 복합타워 설립을 약속했고, 우 시장은 "대한방직, 200층이라도 좋다"며 건축 규제를 풀어서라도 랜드마크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업체는 어마어마한 3중 특혜를 받았다.
60번 공약 '전주천·삼천 일대 통합문화공간 조성'은 전주천 버드나무 대량 학살과 하천 생물 서식지를 훼손한 대규모 준설의 시작이었다. 이 공약은 2030년까지 27개 세부 사업에 국비 4,421억 원과 지방비 2,664억 원 등 총 7,085억 원을 투입하는 사업으로 부풀려졌다. 터무니없고 실현 가능성도 낮으며 예산 확보도 불가능한 사업이다.
53번 공약 '전주 대표 축제'는 '전주 미친 축제'로 선을 보였다. 기획과 콘셉트, 기간 등 모든 면에서 총체적 난국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품격도 맥락도 없이 지역 예술인을 들러리로 세웠으며, 축제 명칭은 장애인 차별 논란으로 이어졌다. 3억여 원을 들인 축제는 연예인 잔치로 끝났고, 부끄러움은 오롯이 시민의 몫이었다.
3번 공약 ‘전주종합경기장 MICE 복합단지 개발’은 결국 롯데의 이익과 사업성만 키운 개발사업으로 변질됐다. 우 시장은 시민의 땅 보전, 지역 상권 보호, 복합 쇼핑몰 축소 등의 원칙을 담은 '1963 시민의숲' 계획을 폐기하고, 부지의 27%를 롯데에 매각하되 땅값은 전시컨벤션 시설로 받기로 했다. 소유권 이전과 장기 임대는 하늘과 땅 차이다. 더욱이 롯데의 공사비가 2천억 원을 초과할 경우 시가 초과분을 부담하도록 협약했으니 사실상 '퍼주기 협약'이다. 시민의 땅이자 전주시 미래유산 1호였던 전주종합경기장은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61번 공약은 ‘모악산 힐링공간 조성’으로 중인동 일대에 시비 348억 원을 들여 대규모 캠핑천·숙박시설과 레포츠시설, 주차장, 레스토랑, 놀이공간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접근성을 높인다는 이유로 기존 도로 확장은 물론 우회도로까지 개설한다. 모악산 도립공원 주변이 난개발로 몸살을 앓는 상황에서 완충 녹지 기능을 하는 자연녹지에 난개발의 길을 터주는 꼴이다.
8번 공약인 황방산 관통 터널은 교통체증 해소 실효성이 낮고, 전액 시비로 추진되어 재정 악화가 우려되며, 도시공원인 황방산의 환경 훼손을 피할 수 없다. 48번 공약 '호남제일문 복합스포츠타운 대표관광지 조성'에도 시비 3,400억 원의 지하차도 건설 사업이 숨어 있다. 최종 공약에선 슬그머니 사라졌지만 전주역 앞 첫마중길 3천억 원 지하차도도 약속한 바 있다.
49번 공약인 한옥마을 케이블카는 민간투자사업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총 2.4km, 900억 원대 민간투자 방식으로 추진 중이다. 영구적 운영권으로 인한 독점 논란이 우려되며, 한옥마을의 정체성과 부합하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사업자가 부도라도 나면 흉물스럽게 남을 철탑은 시민의 부담이 된다.
2022년 우범기 시장의 공약 상당수는 개발 심리에 기댄 난개발 공약, 선심성 공약이 대부분이었다. 공약의 완성도가 낮을 수밖에 없었고, 지켜질까 두려운 공약이 많았다. 우 시장은 취임 후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폐지, 용적률 대폭 상향, 자연녹지 및 공원 고도제한 완화 등 전방위적 규제 완화를 단행했다. 규제를 푸는 것은 쉬워도 되돌리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는 점에서 그 우려는 더욱 크다.
공약은 시민과의 약속이고, 공약 이행 평가가 단체장 평가의 기준이 되는 만큼 타당성이 낮은 헛공약도 어떤 형태로든 추진되기 마련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의 몫으로 돌아온다. 그래서 지켜질까 오히려 무섭다. 투표 전에 공약을 꼼꼼히 살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