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 10일, 꽃샘추위로 아중호수 무릉제 수초 위에 살얼음이 내려앉았다. 갑작스러운 추위에 두꺼비들은 어딘가로 꼭꼭 숨어버렸고, 짝짓기한 지 사나흘 된 큰산개구리의 알들도 위는 까맣고 아래는 투명한 채로 차갑게 얼어붙어 있었다.
이곳에 특별한 손님들이 모였다. 양서류 전문가인 문광연 박사, 산개구리알에 딸려 온 민물새우를 보며 "새뱅이!"라 반갑게 외치는 강서병 기술사, 새를 사랑하는 '딱따구리 아빠' 김성호 생태작가, 환경운동연합과 생명의숲 회원들, 그리고 맹꽁이 관찰과 두꺼비 구조활동을 함께 해 온 코끼리가는길 일곱 살 꼬마들이 무릉제 습지를 누볐다.
호기심 많은 아이들은 네발로 습지를 살피고, 로드킬 흔적을 따라 두꺼비를 찾았다. 기온이 뚝 떨어진 오전이라 좀처럼 보이지 않았지만, 도랑 속 스티로폼 박스 아래 숨어있던 두꺼비 한 마리를 찾아냈다. 작은 생명을 마주 하자 현장의 공기는 금세 활기로 가득 찼다. 문광연 박사는 장갑 낀 손으로 수컷 두꺼비를 들어 발가락의 생식혹, 피부, 고막을 짚어가며 두꺼비의 생태에 관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냈다.
그러나 무릉제 너머 왜망실로 가는 수변도로는 죽음의 흔적으로 가득했다. 전북생명의숲이 3월 3일 정밀 조사한 결과, 아중호수 수변도로 1,576m 구간에서 확인된 로드킬 개체 수는 두꺼비 340마리, 큰산개구리 13마리에 달했다. 이미 청소가 이루어진 뒤라 흔적 조사 위주로 진행됐다. 이를 바탕으로 분석한 '로드킬 강도'를 보면, 전체 구간 평균은 100m당 22.4마리였으나 핵심 산란지인 아중호 습지정원 주변은 가장 강한 3등급으로 100m당 71.2마리에 달했다. 산란을 위해 내려오는 길과 산란 후 돌아가는 길, 5월경 수만 마리의 새끼 두꺼비가 산으로 돌아가는 과정까지 고려하면, 연간 수천 마리의 두꺼비가 스러지고 있는 셈이다. 울타리 보완책의 시기를 놓쳐 막을 수 있었던 사고를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시와 환경단체 모두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2024년과 2025년 산란철에는 로드킬 차단 울타리를 설치하고, 우수관을 개선해 생태통로 기능을 보강했으며, 새끼 두꺼비 집단 이동 시간대에는 도로 차량도 통제했다. 덕분에 로드킬은 눈에 띄게 줄었다. 그러나 생태통로라 해도 기존 우수관을 개선한 수준에 불과했고, 그마저도 단 두 곳뿐이었다. 유도망이 지형에 맞게 설치되지 않아 제 기능을 하지 못했으며, 생태통로 위쪽 구간에서 로드킬이 더 많이 발생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전북환경운동연합은 2월 27일부터 3월 3일까지 매일 로드킬 구간에서 구조활동을 펼쳤고, 양서류 생태복원 전문가와 두 차례 현장 조사도 실시했다. 밤마다 도로 위 두꺼비들을 정성껏 옮겨주는 '두꺼비 천사들'도 만났다. 벌써 여러 해째 랜턴을 밝히고 고무장갑과 양동이를 들고 나서는 젊은 여성들이다. 생태통로조차 부족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두꺼비들이 산란지를 오갈 수 있었던 것은, 행정의 대책보다 한발 앞서 움직인 시민들의 자발적인 헌신 덕분이었다.
구조활동 중 더 큰 충격과 마주했다. 아중호수도서관 방문객 편의를 위해 핵심 산란지인 무릉제(소류지)를 메워 임시 주차장을 조성하겠다는 현수막을 본 것이다. 무릉제와 인근 묵논은 단순한 물웅덩이가 아니다. 산림 생태계와 수생 생태계를 잇는 완충지대이자, 도로를 건너지 않고도 안전하게 산란할 수 있는 기린봉 양서류들의 마지막 안식처다. 지금은 보기 드문 민물새우가 서식하며 수중 먹이사슬을 지탱하고, 인근 지역의 홍수를 방지하는 기능도 수행한다.
매년 로드킬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대책도 없이 무릉제가 메워진다면, 살아남은 개체들은 또다시 죽음의 도로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주차장 조성으로 설치되는 펜스나 망은 두꺼비가 물가로 내려가는 것을 물리적으로 차단해 번식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환경단체의 호소에 전주시가 응답했다. 3월 3일 담당 본부장이 현장을 확인하고 현수막을 철거했고, 이튿날 우범기 전주시장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주차장 계획의 전면 백지화와 로드킬 근본 대책 수립을 약속했다. 시민의 사랑과 행정의 결단이 맞닿아 일궈낸 '하루만의 기적'이었다.
이어진 토론회에서 좌장 김성호 작가는 "생명을 사랑하는 이들, 연구하는 이들, 그리고 이를 행정으로 구체화하는 이들이 함께한 매우 의미 있는 자리"라고 평했다. 발표자들은 숲 골짜기와 직접 연결되는 박스형 이동통로와 유도 울타리, 개구리 사다리 설치를 제안했다. 무릉제를 자연 습지공원으로 보전하고 방문객에게 생태 교육과 탐방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활용하자는 구상도 나왔다. 시민 참여가 가장 효과적인 대책임을 강조하며 '전주시 양서류 보호 네트워크' 구성을 제안했다. 산란부터 올챙이, 새끼 두꺼비의 변태와 이동까지 전 과정을 시민과 아이들이 즐겁게 관찰하고 보호하는 시스템을 만들자는 것이다.
춘분이 지나자 알 속에서 깨어난 올챙이들이 고물고물 떼 지어 헤엄친다. 5월 초순이면 손톱만 한 새끼 두꺼비들이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그때가 되면 이 여린 생명들은 본능에 따라 기린봉 숲을 향한 대장정을 시작한다. 비 오는 날, 축축한 대지를 딛고 차가운 아스팔트 장벽 앞에 서게 될 수만 마리의 어린 두꺼비들. 그 작고 소중한 생명들을 하나하나 온전하게 산으로 올려보내는 일, 그것이 바로 우리에게 남겨진 올해의 숙제다. 아중호수도서관으로 향하는 길은 우리 곁의 작은 생명을 존중하는 법을 배우는 인문의 길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