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의 환경리포트    2026.7월호

국립공원까지 넘보는 파크골프장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삼천파크골프장



지방선거를 전후로 전국이 파크골프장 열풍으로 들끓고 있다. 대부분의 시장과 군수들이 파크골프장 조성을 대표 공약으로 내걸었다. 파크골프는 경기 방식이 일반 골프와 비슷하면서도 공간과 비용 부담이 적고 체력 소모가 덜해 중장년층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5년 만에 동호인 수가 9배 가까이 급증했을 정도다.


파크골프장은 시민의 건강과 쉼이라는 측면에서 분명 우리 사회에 필요한 시설이다. 이용자의 연령대를 고려할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접근성이다. 그러나 현재 지자체들이 짓고 있는 파크골프장의 현실을 보면 과연 이것이 진정 노년층을 위한 시설인지 의문이 든다. 지자체들은 토지 매입비를 아끼기 위해 땅값이 싼 도심 외곽이나 하천 둔치를 선호한다. 이 때문에 정작 교통 약자의 접근성이 떨어지고 이용도 불편하다.


더 큰 문제는 유지관리와 생태계 훼손, 그리고 치수 안전에 있다. 전주 삼천 파크골프장 주변 둔치는 맹꽁이, 삵, 고라니 등 야생동물의 소중한 서식처이다. 갈대와 물억새, 버드나무가 어우러진 수변은 하천의 공간이다. 홍수 때 물길을 감당하는 곳이기도 하다. 게다가 집중호우 때마다 물에 잠길 수밖에 없는 구조로, 매번 진흙을 닦아내고 잔디를 보수하느라 수억 원의 세금이 관리비로 낭비되고 있다. 전주시 역시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삼천 파크골프장 확장을 밀어붙이고 있고, 파크골프 협회는 주차장까지 만들어 달라고 한다.


거기에 풀 한 포기, 돌멩이 한 개조차 함부로 해서는 안 되는 국립공원까지 위협하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에 국립공원은 탄소흡수원이자 생물다양성 증진, 그리고 보호구역 확대라는 국가적 과제를 실현해야 하는 '국토 생태계 보전의 최후 보루'다. 이제는 가장 엄격하게 보호받아야 할 내장산 국립공원까지 파크골프장이 들어서게 됐다.


정부는 2021년 내장저수지 상류와 관광호텔 부지를 국립공원 구역에서 해제했다. 기다렸다는 듯 준설 작업이 시작됐고, 인공섬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멸종위기종들의 소중한 서식처가 훼손됐다. 자연을 지켜주던 경계선 하나가 사라졌을 때 생태계가 어떻게 무너지는지 똑똑히 확인했음에도, 개발의 욕망은 멈추지 않았다. 이번에는 아예 국립공원 구역인 제4주차장 부지에 축구장 10개 면적에 달하는 32홀 규모의 대형 파크골프장을 밀어 넣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지자체가 원하고 필요하다면 최상위 보전구역인 국립공원마저 언제든 파헤칠 수 있다"는 위험한 난개발의 빗장을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정읍시가 앞장서서 열어젖힌 꼴이다.


내장산 파크골프장 승인 과정은 국립공원 잔혹사에 기록될 역대급 꼼수 행정이다. 현행 자연공원법 시행령은 국립공원의 훼손을 막기 위해 시설을 엄격히 제한하며, '골프장'과 '스키장' 등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덕유산국립공원 스키장과 논란 끝에 불허된 가야산국립공원 골프장 싸움 끝에 얻은 결과이다. 최근 별도 종목으로 분류되었다고는 하나 파크골프장 역시 골프장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 가능 여부는 법제처의 해석과 공론화 과정을 거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정읍시와 기후부는 황당한 '명칭 세탁'을 감행했다. 용역 단계까지는 당당하게 '파크골프장'이라 부르더니, 국립공원위원회 심의에 올릴 때는 규제를 피하려고 법적 근거도 없는 '파크골프 체험시설'이라는 유령 명칭을 급조했다. 스크린골프장이나 VR스포츠실을 규율할 때 쓰는 체육시설법상의 가상현실 체험시설 조항을 억지로 들이민 것이다. 이 논리라면 이름 뒤에 '체험' 두 글자만 붙이면 야구장이든 경마장이든 국립공원에 못 들어올 시설이 없다.


행정의 비정상은 지난 6월 10일 기후부 장관 명의로 발령된 최종 고시에서 극에 달했다. 법 위반이라는 자각과 시민사회의 비판이 두려웠는지, 어디에도 '파크골프'라는 단어가 없다. 연중 11개월을 파크골프장으로 쓰일 대형 체육시설을 들여놓으면서, 기존 주차장 도면 비고란에 "체육시설 중복활용"이라는 꼼수 가득한 여덟 글자로 뭉뚱그려 숨겨버린 것이다. 


공원계획 변경을 고시했는데, 면적과 시설 변경 사항이 없다. 고시에 쓰지도 않은 파크골프장에 효력을 부여한다면 내용 불특정의 하자가 성립하고, 고시된 문자 그대로 해석한다면 파크골프장 사업은 공원 계획상 근거가 없는 무허가 불법 개발이 되는 자가당착에 빠진다. 환경단체는 위법한 절차에 대해 감사원에 감사 청구를 검토하고 있다. 국립공원 보전의 책무는 정치적 이해관계나 임기응변식 꼼수로 타협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내장저수지 위로 병풍처럼 솟아오른 서래봉의 자태, 붉은 단풍이 맑은 물 위에 꽃비처럼 떨어지는 우화정, 그리고 원적암 계곡의 비자나무숲, 천연기념물 제91호 굴거리나무 군락, 진노랑상사화와 백양꽃이 피는 이조암골. 내장산은 화려한 위락시설이 없어도 그 자체로 위대한 치유의 공간이자 생태계의 보물창고였다. 주차장은 숲이 스스로 서식지를 확대하고 회복할 수 있도록, 내장저수지에서 서래봉을 잇는 완충 녹지로 복원해야 한다.


내장산을 그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