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의 화두가 되는 문화이슈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를 모으는 <2025 비평의 숲>. 세 번째 포럼의 키워드는 지난여름 막을 내린 전주세계소리축제였다. ‘전주세계소리축제, 오늘을 진단한다’를 주제로, 올해의 축제를 돌아보는 동시에 24년 동안 이어온 소리축제의 전반적인 정체성과 방향성을 점검하는 시간을 가졌다.
전주세계소리축제는 2001년, 판소리와 전통음악을 중심으로 월드뮤직과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아우르는 글로벌 음악축제로 출발했다. 다양한 음악인, 기획자들이 소리축제를 거쳐 가며 매해 소리축제만의 정체성을 다졌다. 지난 8월 13일부터 17일, 어느덧 24회를 맞은 소리축제는 국립창극단과 함께한 개막작 ‘심청’을 선보이며 많은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긴 역사만큼 소리축제에는 늘 질문도 따른다. 오랜 시간 가을축제로 이어오던 축제가 작년부터 여름으로 개최 시기를 옮기며 논란을 낳기도 했으며, 판소리를 근간으로 했던 초기의 정체성이 갈수록 흐려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매년 반복되고 있다. 이번 포럼에서는 국악을 비롯한 음악, 공연예술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지금의 소리축제에 필요한 논의를 나눴다. 특히 올해의 개막작을 계기로, 앞으로의 창극이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한 여러 의견이 오갔으며 명창들을 조명하고 발굴하는 역할에 앞장서야한다는 의견에 모두 한목소리를 모았다.
주제 | 전주세계소리축제, 오늘을 진단한다
일시 | 2025년 9월 24일(수) 오후 2시
장소 | 전주 공간봄
진행 | 유영대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장
토론 | 박성환 한국중고제판소리진흥원 이사장, 신은주 전북대학교 한국음악학과 교수,
장일범 음악평론가, 홍현종 JTV 전주방송 PD
토론
올해의 소리축제, 문제적 개막작을 논하다

유영대
제목처럼 ‘오늘’을 제대로 진단하기 위해서는 지난 축제들이 어떤 식으로 지나왔는지를 돌아봐야 할 텐데요. 먼저 올해의 소리축제에 관한 이야기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저도 닷새 동안 많은 작품을 봤는데요. 올해 주제는 ‘본향의 메아리’였죠. 사실 이 주제부터 개념 잡기가 너무 어려웠던 것 같아요. 본향, 또 메아리가 상징하는 게 뭔지 명확하게 다가오진 못한 것 같습니다. 개막작 <심청>은 특히 논란의 핵심이었는데요. 그 외에도 주목받을 만한 작품들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올해 소리축제를 어떻게 보셨는지 전반적인 소감과 의견을 들어보겠습니다.
장일범
현대의 모습으로 심청을 연출하는 것도 우리 시대에 어울리는 이야기를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해서, 저는 동시대성의 면에서 <심청>을 굉장히 좋게 봤습니다. 창극도 이런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으로 보는데요. 한편으로는 ‘중간에 나가는 분도 분명히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실제로 1막이 끝나고 나가는 관객들이 있더라고요. 저는 그 모습들이 자연스러운 반응이었다고 생각해요. ‘이게 전통도 아니고 도대체 뭔가’ 하는 낯선 느낌이 들 수 있거든요. 사실 유럽의 오페라들을 대입해보면 이 연출의 방법론이 아주 신선한 건 아니에요. 그럼에도 창극에는 아직 이런 시도들이 많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 창극도 시각을 스스로 넓힐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는 연출의 한 방법으로서 시도할 만한 작품이었다는 생각입니다. 판소리 다섯마당이 이런 식의 5개 창극으로 만들어져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중요한 건, 굳이 유명한 소리꾼들이 주인공을 맡을 만큼 판소리가 제 역할을 했는가인데 극에서 소리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어요."
신은주
저도 개막작을 창극으로 선택한 것은 매우 좋았다는 생각이 들고 기대를 하면서 봤어요. 그런데 판소리를 애정하는 사람의 입장으로는 풍자도 없고 해학도 없고, ‘판소리’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공연이었습니다. 일단은 작품이 시종일관 우울한데요. 모든 인물들이 비틀어져 있는데 소리는 기존의 판소리 사설을 불러요. 그러니 판소리 사설과 이 비틀어진 내용이 하나도 맞지 않았어요. 인물 중 뺑덕어멈은 비교적 새롭게 다가왔는데요. 뺑덕어멈이 처음부터 등장해 이야기 전체에 녹아 있잖아요. 이 인물을 잘 활용하면 훨씬 풍자적으로 이야기를 끌어갈 수 있었을 텐데 신선한 설정에 비해 그 매력이 살지 못한 아쉬움이 있습니다. 중요한 건, 굳이 유명한 소리꾼들이 주인공을 맡을 만큼 판소리가 제 역할을 했는가인데 극에서 소리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어요.
유영대
저도 동의를 하는데요. 작품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강산제와 동초제 판소리를 그대로 접목했다고 하는데 정작 심청가에서 들을 만한 대목을 하나도 안 넣었어요. 크게 중요하지 않은 대목들이 대부분이었거든요. 이런 부분에서 판소리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느낌은 듭니다.
홍현종
결국 심청가는 마지막의 ‘심봉사 눈 뜨는 대목’, 이거 하나거든요. 춘향가에서 어사출두 대목을 안 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것처럼요. 그런 지점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거죠. 어쨌든 굉장히 신선하고 새로운 시도인건 맞아요. 창극이라는 장르에 젊은 세대를 끌어들일 수 있는 의미 있는 작업이었죠. 근데 이게 소리축제의 개막작으로 과연 적절했는가를 이야기하고 싶어요. 작품의 좋고 나쁨을 떠나서 개막작은 축제의 얼굴이잖아요. 너무 우울하고 불편하기까지 한 이 이야기가 축제를 여는 작품으로 과연 맞았을까? 저는 잘 맞지 않았다고 봐요. 오히려 축제 중간에 좋은 작품의 하나로 공개를 했다면 더 좋았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박성환
이번 개막작이 특별한 이유는 ‘창극’에서 이런 시도가 처음이었기 때문이죠. 이미 오페라나 뮤지컬에서는 그 이상의 실험적인 작품이 많아요. 오페라나 뮤지컬 역사에 비해 창극 역사는 아주 짧습니다. 현재로서는 어떠한 방향성이 없어요. 그러니 어떤 장난을 쳐도 다 답이 될 수 있죠. 누가 뭐라 할 수 없어요. 다만 기존의 창극을 변혁해야 한다, 새로운 창극을 만들어야 된다면 그건 창작자와 연구자들이 나서서 함께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항상 외부의 시선에서 만들어지고 해석될 수밖에 없거든요. 이런 방식으로 흘러왔기 때문에 판소리의 근본적인 아름다움보다는 비주얼을 강조하게 되죠. 이런 면에서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갖는 작품이지만 많은 부분에서는 긍정적으로 바라봅니다.
지나온 24년, 인상 깊었던 기획

"국창들에 대한 조명이 더 활발히 이루어지면 축제의 정체성에 충실한 좋은 작품들이 나올 수 있다고 봐요."
유영대
주로 개막작에 집중된 전반적인 소감을 나눠봤는데요. 소리축제를 대표하는 <판소리 다섯바탕> 같은 프로그램은 언제 어떤 식으로 해도 칭송받을 만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무대야말로 소리축제의 정체성이거든요. 낡고 오래된 것 같지만 이런 무대가 새로운 무대를 만들어가는 힘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소리축제가 25년 가까이 이어오면서 이런 의미 있는 기획을 많이 해왔는데요. 지난 회를 돌아보며 좋았던 작품들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홍현종
전북이 소리의 고장이라고 하는데, 그럼 정말 전북에 소리 잘 하는 소리꾼은 누구인가 이건 다른 문제거든요. 제가 한 10년 전쯤 고민을 하다가 결론을 내린 게 오정숙이었어요. 그때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된 판소리 명창이 여섯 분인가 계셨는데 충격적이게도 전북에는 오정숙 선생님 한 분밖에 없었어요. 몇 년 전 소리축제 공연에서 오정숙 선생님이 영상으로 딱 나오신 적이 있거든요. 영상에서 생전 모습으로 소리를 하시면 제자가 무대에서 또 소리를 하고. 주거니 받거니 하는 식이었어요. 저는 이런 무대가 참 좋았던 것 같아요. 한 인물을 통해 지역의 특성도 살리고 판소리의 전통도 살리고, 과거와 현재가 교감도 하면서. 이런 시도는 소리축제밖에 할 수가 없거든요.

"한 인물을 통해 지역의 특성도 살리고 판소리의 전통도 살리고, 과거와 현재가 교감도 하면서. 이런 시도는 소리축제밖에 할 수가 없거든요."
신은주
비슷한 이유로 2022년도 다섯 명창을 연결했던 개막공연을 이야기하고 싶은데요. 저는 그 공연을 너무 좋게 봤어요. 근대 5명창의 고음반 음원으로 시작해서 그걸 현대적으로 살려낸 거예요. 지금의 예술가들이 누구는 연극으로, 누구는 전자음악으로, 또 누구는 춤으로 명창들의 음악을 해석하는 거죠. 소리축제가 지향해야 하는 바가 무엇인가를 잘 보여준 기획이었다고 생각해요.
박성환
작년 폐막작이었던 <조상현&신영희의 빅쇼>도 생각해 보면, 조상현 선생님의 연세가 88세, 신영희 선생님도 여성 소리꾼으로서는 이제 가장 고령이시거든요. 이런 분들이 사실 상징적이잖아요. 지금 존재하고 있는 대명창들을 모셔서 대규모 공연을 꾸미는 게 소리축제의 성격을 특징적으로 보여준다고 봅니다. 국창들에 대한 조명이 더 활발히 이루어지면 축제의 정체성에 충실한 좋은 작품들이 나올 수 있다고 봐요.
유영대
대표적인 프로그램 중에는 <산조의 밤> 같은 시도도 굉장히 좋은 것 같습니다. 긴 산조를 1시간씩 진득하게 듣는데, 관객이 제법 있어요. 이런 것들이야말로 소리축제가 관심을 갖고 확장해나갔으면 좋겠고. <전주의 아침>에서 했던 바이올린 산조와 같은 시도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런 작품들은 일단 천박하지가 않고 묵직합니다. 오랜 전통을 갖고 있는 예술이면서도 동시에 현대인들에게 명상과 힐링의 기회가 되죠.
여름축제로의 전환, 꼭 필요했나?

"우리나라도 여름에 즐길만한 음악 페스티벌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근데 갈수록 너무 덥다 보니 고전을 면치 못하는 어려움이 있는 것 같습니다."
유영대
소리축제는 23년 동안을 가을 축제로 고집해왔거든요. 9월 말이나 10월 초에 열리면서 한 번도 말썽을 안 부렸어요. 더운 적은 가끔 있었지만 축제하기에 좋고 날씨도 맑았죠. 야외에서 무언가 계속 벌어졌고요. 한마디로 참 북적북적했잖아요. 근데 지금은 거리에 사람이 한 명도 없습니다. 너무 덥다보니 도무지 즐길 수가 없고 피곤해요. 이것이 애초에 축제가 내세웠던 목표와 어긋난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개최 시기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신은주
제가 <청춘예찬 젊은판소리>의 사회를 3년째 보고 있거든요. 근데 해마다 조금씩 다르게 진행이 됐어요. 첫해는 전처럼 가을에 했었는데 대사습청에서 공연을 하니까 한옥마을에 놀러온 관광객들이 굉장히 자연스럽게 와서 공연을 보고, 고정된 관객들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으니까 오히려 축제의 본질이 매우 살아있다는 느낌이었어요.
근데 작년에 8월로 옮기면서 장소가 전라감영으로 바뀌었어요. 거긴 에어컨이 있는데 문을 활짝 열어놓고 무대를 하니까 아무리 틀어놔도 열기가 가시지 않는 거예요. 더워서 소리를 할 수가 없고 관객도 들을 수가 없고. 너무 힘들었어요. 이런 건의가 들어가다 보니 올해는 실내인 명인홀로 장소가 다시 바뀌었는데요. 더위는 해결이 됐는데 관객들이 우연히 나고 드는 자유로움이 없어진 거예요. 젊은이들이 생동감 있게 무대를 펼치고 관객과 만나던 형태가 완전 바뀐 거죠. 실제로 객석이 많이 비었어요. 한낮에는 거리에 아무도 없고 나와서 뭘 할 수도 없고. 사람들이 축제를 즐길 수 있는 때가 언제인지를 다시 고민해야 해요.
장일범
여름에 유럽의 여러 페스티벌을 다니다보니까 우리나라도 여름에 즐길만한 음악 페스티벌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국내에는 대관령음악제 같은 축제가 있기도 하죠. 소리축제도 작년부터 여름에 열리면서 처음에는 이런 반가운 마음이 먼저였어요. 여름에는 휴가철 유동인구도 많고 좀 더 오래 머물 수 있는 장점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거든요. 근데 갈수록 너무 덥다 보니 고전을 면치 못하는 어려움이 있는 것 같습니다. 결국 집행위원장이나 운영진의 생각이 좌우한 결과라고 보는데요. 유럽의 많은 페스티벌은 거의 다 실내에서 공연을 합니다. 야외에서 하는 건 하루 딱 하나 정도인데, 이런 식의 공연예술제를 표방했다면 그래도 이유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체성과 방향성을 묻다

"안목 있는 사람들로 프로그래머 그룹을 구성해서 특별한 편견 없이, 전체적으로 방향성을 끌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춤, 기악, 성악, 판소리 장르별로 프로그래머를 두고 논의를 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어요."
유영대
그래서 전주세계소리축제는 전주면서 세계냐, 아니면 세계가 먼저고 전주냐. 이런 혼돈이 늘 있는 것 같습니다. 여기에 대해 좀 정리를 해보는 의미로 소리축제의 방향성과 정체성을 함게 이야기해주시기 바랍니다.
홍현종
저는 판소리를 특별히 좋아하지는 않았는데 그래도 20년 넘게 조금씩, 조금씩은 늘 봤던 것 같아요. 근데 올해 처음으로 완창 공연을 봤거든요. 돌이켜 보니까 완창을 볼 자신이 없었던 거예요. 윤진철 선생님이 4시간 반 정도 소리를 하셨는데, 무대를 보면서 든 생각은 우리가 어떤 공연을 보고 문화생활을 할 때 사실 관객도 경험이 있고 노하우가 있어야 된다는 거예요. 만약 5시간 완창 판소리를 부산에서, 혹은 대구에서 한다 그러면 아무도 못 볼 거예요. 그래도 전주 사람들은 완창을 알고 경험을 통해 익숙하니까 이런 무대가 지금까지 가능한 거죠. 소리축제에서 5시간, 6시간씩 다섯 바탕을 완창한다는 건 흔해 보여도 절대 흔하지 않은 시도에요. 이런 공연을 꾸준히 지키면서 관객층을 개발해가는 게 곧 소리축제의 역할이라고 봐요.
박성환
애초의 방향이나 정체성에 대한 규정은 있으리라고 보거든요. 그러니까 우리 모두가 공감하고 있는 판소리와 국악을 근간에 두고 외연을 확장해가는 방식으로 가야겠죠. 저는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걸 한번 생각해봤는데요. 아시아 로드를 만들자는 제안입니다. 전주에 오면 아시아의 전통음악이 집대성 된다, 아시아의 좋은 작품들이 여기서 해마다 벌어진다는 것을 특징으로 삼고 그 가운데 우리의 소리라든지 전주가 보유하고 있는 것을 녹여내는 거죠. 범위를 사정없이 열어놓는 것보다는 오히려 범위를 더 좁혀서 우리의 특성을 강화하자는 겁니다. 아시아 음악들, 전통음악의 어떤 중심지 역할을 자처하자. 우리는 지금 판소리나 국악을 어떻게 하면 밖으로 더 확장시킬 것이냐 여기에만 혈안이 되어있어요. 그러다 보니까 그때그때의 연출자, 조직에 따라서 자꾸만 정체성이 벌어지고, 방향이 다른 데로 가기도 하고 그렇죠.
신은주
그런데 이게 매년 계속되는 축제잖아요. 말씀하신 것처럼 아시아 지역에 기준을 두게 되면 사실은 레퍼토리가 계속 반복되는 문제도 있을 것 같아요. 어느 순간에는 식상해지는 순간이 오고, 그러다 보면 뭔가 새로운 것들을 찾다 보니 또 난잡해지고. 이런 과정으로 계속 온 게 아닌가 싶습니다.
유영대
그렇죠. 그런 반복되는 우려가 있어요. 정말 안목 있는 사람들로 프로그래머 그룹을 구성해서 특별한 편견 없이, 전체적으로 방향성을 끌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춤, 기악, 성악, 판소리 장르별로 프로그래머를 두고 논의를 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어요. 그렇게 모이면 좋은 작품이 나오는 건 일도 아니에요.
장일범
우리나라의 여러 음악 페스티벌을 가지만 사실 거기에 뭔가를 공부하러 가지는 않습니다. 그냥 감상하고 오는 건데. 전주세계소리축제는 공부를 할 수 있는 페스티벌이라고 생각이 되거든요. 작년과 올해 판소리 다섯 바탕의 여러 공연을 봤는데 실제로 제가 다섯 바탕을 공부하는 자세로 열심히 들었어요. 이런 경험을 하면서, 저는 소리축제가 렉처콘서트로서 예술과 해설이 더해진 형태로 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왜냐하면 젊은 세대는 여전히 이런 소리에 대해 잘 모르거든요. 이미 비슷한 프로그램이 있겠지만, 옴니버스 형태로 국악을 다양하게 들을 수 있는 이 축제에 렉처가 더해진다면 더 많은 팬들이 생기지 않을까. 그걸 이해하고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기지 않을까하는 기대가 들어요. 국악의 앞으로 더 나아갈 길은 교육이다. 이런 방향을 가지고 계속 시도해보면 좋겠습니다.
유영대
전주세계소리축제에는 4개의 개념이 들어가 있습니다. 전주, 세계, 소리, 축제. 각 용어가 품고 있는 정체성이 다 확실한 것들이거든요. ‘전주’하고 ‘세계’는 대립되면서도 서로 병존하고 있어요. 지역이 가진 로컬리티를 지키는 동시에 거기에 한정하지는 않고, 세계의 큰 무대로 삼는 것. 그다음에 ‘소리’라는 것은 사실 판소리를 의미하거든요. 판소리를 포함한 음악예술을 어떤 식으로 배치하면서 정체성을 확보해 나갈 수 있을까. 이런 의도를 갖고 처음에 출발했습니다. 결국은 전주와 세계 그리고 소리와 축제, 이 4개의 범주에 기준을 정확히 세우고 있으면 소리축제의 정체성을 확보하는 데 아주 좋은 해답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박성환 한국중고제판소리진흥원 이사장
중고제 판소리를 알리고 보급하는데 앞장서며 현재 사단법인 한국중고제판소리진흥원의 대표로 있다. 소리꾼으로 활동하는 동시에 국가브랜드공연 ‘청’, ‘산불’, ‘몽유도원도’ 등 여러 창극의 대본 및 연출을 맡았다.
신은주 전북대학교 한국음악학과 교수
판소리와 민요, 산조 등 민속악 분야에서 많은 연구 업적을 발표해왔다. 저서 ‘중고제 심정순家의 예인들’을 통해 심정순가의 예술사적 위상을 집중 조명한 공로를 인정받으며 ‘이혜구 학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유영대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장
국문학과 교수를 지냈지만 국문학자보다 판소리 전문가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국가유산청 무형유산 위원과 국립중앙극장 창극단 예술감독, 판소리학회 회장, 국악방송 사장 등을 역임했다.
장일범 음악평론가
월간 ‘객석’ 기자 등을 역임하며 현재 음악평론가이자 해설가, 칼럼니스트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MBC TV예술무대, 장일범의 유쾌한 클래식 등의 진행자로 10여 년 넘게 미디어에서도 활약해오고 있다.
홍현종 JTV PD
현재 JTV 전주방송 편성제작국 피디로 있으며, 특히 판소리를 비롯한 국악 분야에 폭넓은 관심을 두며 공연 비평 관련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정리 고다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