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2026.1월호

표류가 아니라 항해 중입니다

밴드 아우리(OU:RE) 





‘밴드 아우리는 어떤 팀인가요?’ 소개를 부탁하는 평범한 첫 질문에 진부하지 않은 답이 돌아왔다. ‘아우리는 외로운 밤바다를 항해하는 밴드에요.’ 망망대해 가운데 동동 떠있는 기분이 들더라도, 그저 빛을 향해 계속 노를 젓는 이들. 누가 알아줄지 아닐지는 모르지만 음악을 붙잡고 계속 나아가는 자신들을 그들은 이렇게 소개했다. 그 순수하고 낭만적인 열정 덕분일까. 아우리는 최근 항해 끝에 반짝이는 빛 하나를 만났다. 제36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아우리의 작은 배는 더 멀리, 계속 나아갈 동력을 얻었다. 보컬 김승재, 건반 이종민, 기타 이종원, 베이스 고은혁, 드럼 홍대희. 다섯 명의 청춘이 그리는 밴드 아우리의 이야기를 만났다. 


계속해도 괜찮다는 믿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는 고 유재하의 음악적 정신을 기리며 싱어송라이터를 발굴하는 대회다. 1회 수상자인 조규찬을 비롯해 유희열, 김연우, 최유리 등 많은 뮤지션을 배출해 대중음악계에서는 그 의미가 크다. 아우리가 대상을 받은 이번 대회에는 역대 최다인 785팀의 지원자가 모였다. 최종 10팀이 무대에 오른 본선 날, 아우리는 〈니가 보낸 기프티콘〉이라는 새로운 곡을 선보였다. 제목부터 궁금하게 만드는 이 노래는 멤버 종민 씨의 아이디어로 탄생했다. 제목 여덟 글자를 먼저 떠올린 후, 어울리는 가사와 멜로디를 함께 채웠다.


‘니가 보낸 기프티콘, 

아끼고 아끼다 환불됐네. 

지우면 너도 잊을까 봐 

오늘도 바라만 보고 있네.’


후렴구 가사가 귀에 콕콕 날아와 박힌다. 이별의 슬픈 현실을 기프티콘 환불이라는 웃픈(?) 상황에 담았다. 아우리만의 기분 좋은 에너지가 느껴지는 노래다.


김승재
본선 날에도 그냥 평소 하던 대로 무대를 했어요. 엄청 잘하지도 못하지도 않고 평소처럼 했죠. 저희는 동상 정도만 타도 만족하자는 생각이었거든요. 대상을 딱 발표했을 때 기분이야 너무 좋았죠. 아예 예상을 못 했으니까요. 우리 다섯 명이서 복작복작하고 있는 음악을 대체 누가 알아줄까 늘 확신이 없었는데 그 망망대해를 떠돌다 저 끝에 빛 하나라도 발견한 느낌이 들었어요.


이종민
심사위원 한분이 했던 말이 기억이 나는데요. 이 대회가 뮤지션들에게 ‘내가 음악을 해도 될까?’라는 물음표에 ‘여러분 계속해도 괜찮습니다’라는 답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해주신 게 기억에 남아요. 그런 의미에서 보면 이번 경험이 저희가 앞으로 음악 활동을 하는데 큰 위로와 응원이 됐다고 생각하죠.




City Story-05, 2024




뮤즈그레인과 아우리, 두 세계관 

아우리는 다시 다음 빛을 찾아 또 부지런히 항해 중이다. 2021년 첫 앨범 [Navigate The Ocean]를 발매한 이후 지금까지 6개의 앨범을 내며 음악적 색깔을 만들어온 아우리. 데뷔한지는 이제 5년 남짓 되었지만 지역 뮤지션으로서 이들의 입지는 이미 탄탄하다. 보컬 김승재를 주축으로, 멤버 대부분이 뮤즈그레인 팀으로 함께 활동해왔기 때문이다. 뮤즈그레인은 2006년부터 20년 가까운 시간 음악 활동을 이어오며 지역을 대표하는 밴드로 자리 잡았다. 승재 씨는 뮤즈그레인과는 다른 색깔의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아우리를 결성하고 서로 다른 이름, 다른 매력의 음악세계를 나란히 펼쳐가고 있다. 


김승재
뭔가 다른 색깔의 음악을 좀 해보고 싶은데, 뮤즈그레인 안에서는 해결되지 않는 지점들이 있었어요. 평소 알고 지내던 종민이한테 같이 하자고하니 흔쾌히 함께 해줬고, 동시에 두 개의 밴드를 하게 되었죠. 주로 감성적인 음악을 하는 뮤즈그레인은 색깔로 비유한다면 빨간색, 아우리는 파란색 음악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음악하는 나와 또 다른 나 

‘음악으로 먹고살기’는 여전히 어려운 미션인 만큼, 이들은 아우리가 아닌 다른 수식어로도 살아가고 있다. 김승재 보컬은 뮤지션이자 현직 교사이기도 하다. 어떻게 그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할 수 있을까 싶지만, 그의 대답은 더없이 씩씩하고 에너지가 넘친다. 학교에서는 음악적 영감을 얻고, 음악을 통한 에너지를 또 학교에서 풀어내며 자신은 두 배로 행복하게 음악을 한다고, 밝은 얼굴로 답한다. 


김승재
저는 학교와 음악이 굉장히 비슷하다고 봐요. 수업도 어쩌면 공연과 같거든요. 내 안에 있는 무언가를 꺼내서 다른 사람에게 공유하는 과정도 그렇고, 학교 수업이든 공연이든 내가 준비한 시나리오가 있어도 절대 그대로 흘러가지 않거든요. 관객이나 학생들의 반응은 늘 같지 않고, 상황도 늘 바뀌니까요. 그래서 어떤 영역이든 같은 마음가짐으로 해나가고 있는 것 같아요.


이종민
조금 더딜지언정, 저희는 서로에게 부담이 안 되는 선에서 만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서로 존중이 바탕이 되어야 음악도 오래 할 수 있잖아요. 저는 사실 ‘음악 아니면 안돼’ 이런 열정을 갖고 음악을 하고 있지는 않아요. 옛날에는 그런 고민들을 깊게 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좀 가볍게 마음을 먹게 된 것 같아요. 체크리스트를 지워가듯 내일 당장 해야 하는 것들을 하나하나 해나가며 즐겁게 음악을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감사하죠.








더 넓은 바다를 향해

전주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지역 뮤지션으로서, 이들은 지역의 인구와 공연장이 갈수록 줄고 있는 현실을 체감하고 있다. 설 수 있는 무대가 하나둘 사라지고, 관객을 모으는 일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제는 더 넓은 바다를 바라볼 수밖에 없다. ‘대상’이라는 이력을 조그맣게 더했으니 전국의 무대를 비롯해, 더 큰 대회나 오디션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도 안고 있다. 그러나 아우리의 세계가 더 넓어지더라도, 이들의 정체성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여전히 전주가 좋아서, 이곳에서 음악 하는 일이 즐겁기 때문이다. 


이종민
아직도 ‘메인’의 음악을 하려면 서울에서 활동해야 하죠. 근데 저는 서울이 너무 싫더라고요. 어디서든 공연을 하는 일은 당연히 행복한 일이지만, 계속 전주에 살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분들이 저희 음악을 들어주셔야 합니다. 많이 도와주세요.(웃음)


김승재
사실 땅을 아무리 파도 뭐가 안 나올 수 있잖아요. 근데 뭐가 나오든 안 나오든 신경 쓰지 않고 그냥 계속 파다 보면 그래도 뭔가 하나는 나오더라. 이런 마음이 음악을 오래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것 같아요. 꼭 음악이 아니더라도, 무언가 꾸준히 하고 있지만 잘 풀리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아우리라는 팀이 조그마한 힘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우리는 ‘나만 알고 싶은 밴드’보다 ‘함께 알고 싶은 밴드’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린다. 이들의 바람처럼, 아우리의 음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계속 나아갈 힘, 용기를 얻길 바란다.





글 고다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