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정원문화센터 내 도서관 가는 길
정원 속 도서관을 들어본 적 있는가? 싱그러운 풀내음을 맡으며 책을 읽는 경험, 전주에서는 가능하다. 전주정원문화센터 내에 도서관이 있기 때문이다. 전주시는 일찍이 특성화도서관들을 조성하며 전국의 주목을 받았었다. 한옥마을 내의 동문헌책도서관, 덕진공원의 연화정도서관, 학산 맏내호수 옆의 학산시집도서관 등 전주의 매력적인 관광지와 경관 사이로 녹아든 도서관들은 인기를 끌었다. 여기에 더 나아가, 전주는 또 다시 도서관의 변화를 이끈다. 앞서 소개한 정원문화도서관과 같은 '공간 속 도서관'들이다. 정원문화센터, 에너지센터, 자원봉사센터, 팔복예술공장 등 특색있는 공간 속으로 들어간 도서관들은 책을 매개로 정원, 환경, 봉사, 그림책 등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며 시민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정원문화도서관
회색빛 빌딩숲의 도시에서 작게나마 자연을 만날 수 있는 정원은 반가운 힐링의 공간이다. 특히 전주정원문화센터 내의 정원문화도서관은 추운 겨울날에도 푸릇푸릇한 식물들과 함께 책을 읽을 수 있어 특별하다. 전주정원문화센터는 정원문화 확산을 위해 작년 개관한 공간으로, 도심 속 녹색 공간을 조성하는 것을 넘어서 시민들이 직접 작은 생명을 가꾸는 '정원문화'를 활성화하는 거점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1층에는 야자, 레몬, 올리브 등 지중해 및 아열대 기후에서 자라는 식물들을 볼 수 있는 아열대 식물원과 정원용품 전시관, 식물 클리닉 등이 있으며, 2층에 정원문화도서관이 있다.
정원문화도서관의 서가에는 식물과 책이 공존한다. 책장 사이로 빼곡히 자리 잡은 식물들은 조화가 아닌 모두 살아있는 생화로, 배수관과 펌프가 벽을 따라 이어지며 식물에 물을 공급한다. 서가는 정원과 관련된 6개의 주제로 큐레이션 되어 있다. 식물, 생태, 환경, 동물, 곤충 등 다양한 자연에 대해 느낄 수 있는 '배움',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에세이가 담긴 '채움', 정원가꾸기, 반려식물, 텃밭, 조경을 배울 수 있는 '세움', 자연과 관련된 예술과 컬러링 서적이 있는 '키움', 도감과 전문서 적이 있는 '도움', 어린이들을 위한 '다움'이다.
책을 통해 먼저 정원문화를 접한 사람들은 이후 센터가 운영하는 화분 만들기, 반려식물 만들기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들을 경험하며 자연스레 도시 속 정원가로 자란다. 2월부터는 북토크와 독서 모임 등 도서관 자체 프로그램 또한 운영하며 더 활발한 책과 정원의 만남이 이어진다.
정원문화도서관 추천 도서
헤르만 헤세의 나무들
헤르만 헤세 | 창비 | 2021
「데미안」, 「싯다르타」 등의 저자 헤르만 헤세가 쓴 ‘나무’에 관한 에세이 18편과 시 21편을 엮은 책이다. 가장 위대한 도서관은 자연이라고 말하는 그의 나무에 대한 예찬을 살펴볼 수 있다.
에너지책방 '전환시점'
전세계적으로 환경에 대한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분리수거, 텀블러, 에코백 등 기존의 해결책들은 생활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깊어지는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는 부족해 보인다. 하지만 시민들이 환경 보호를 위한 전문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는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이를 위해 전주시는 지난 2022년 6월 전주에너지센터를 열고 에너지 전환과 관련된 여러 교육과 컨퍼런스 등을 운영하며 시민 활동가들을 양성하고 있다.
전주에너지센터의 1층에 에너지책방 ‘전환시점’이 있다. 환경 보호를 실천하고 싶지만 어떻게 하면 좋을지 막막한 예비 활동가들을 위한 공간이다.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부터 에세이, 소설,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주제인 ESG에 관련된 서적까지 환경 보호에 관한 모든 지식과 용기를 얻어갈 수 있다. 또한 비건, 동물 복지 등 환경 보호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주제의 책도 접할 수 있다. 같은 층에 커뮤니티 공간인 ‘작당모의’와 에너지자립카페 ‘조금느린시간’ 등이 있어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기에도 더없이 좋다. 에너지 효율 제품을 전시하고 소개하는 ‘에너지 슈퍼마켓’과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자전거 발전기'를 통해 에너지 지키기를 즉각 실천할 수도 있다.
책 읽기로 시작된 환경 보호는 곧 전문적인 활동으로 이어진다. 에너지센터가 진행하는 '에너지전환박람회', '태양광컨설팅' 등의 사업을 통해서다. 또한 지하 1층에 있는 전시 공간에서는 단열재, 태양광 등 건물의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건축 방법을 볼 수 있다. 에너지센터 또한 기존 건물을 '그린리모델링'을 통해 만들었으며, 태양광 발전으로 에너지센터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의 30~40퍼센트를 충당하고 있기에 좋은 예시가 된다. 2층은 5명의 예술가의 작업 공간으로서 에너지와 관련된 예술 작업 협업이 이루어진다.
에너지책방 '전환시점' 추천 도서
시간과 물에 대하여
안드리 스나이르 마그나손 | 북하우스 | 2020
기록적인 고온, 빠른 속도로 녹는 빙하, 해수 산성화 등 두렵고 무서운 현상이지만 일반 대중들에게는 어딘가 막연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해하기 어려운 기후 위기에 대한 과학 언어를 시의 언어로 풀어 전한다.
봉사자도서관
전주에서 여행을 떠나기 위해 터미널로 향하는 길이면, 전주천 바로 옆 통창이 돋보이는 '전주시자원봉사센터'를 마주치게 된다. 2007년 전국 최초로 지어진 자원봉사센터 전용 건물로 지역 사회를 더욱 따뜻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자원봉사에 대한 업무들이 이곳에서 이루어진다. 지난 2022년 6월, 이곳에 봉사자도서관이 개관했다. 나눔, 공유, 상생, 환경을 테마로 구성된 도서관에서 봉사에 관련된 다양한 책들을 읽을 수 있다.
봉사에 관련된 책은 대략 500여 권이다. 적은 숫자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구성이 매우 알차다. 자원봉사에 대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국내·외 봉사자들의 에세이부터 봉사를 주제로 한 문학 작품까지 읽을 수 있다. 또한 재능기부에 활용할 수 있는 제과·제빵, 뜨개질, 동화구연 등에 대한 전문 서적들 또한 배치되어 있어 봉사활동에 대한 다양한 방법을 제시한다. 전국에서 이루어진 봉사 관련 워크숍과 컨퍼런스의 자료집부터 봉사 관련 통계, 교육 교재 등을 통해 봉사에 대한 전문성도 갖출 수 있다.
봉사자도서관이 특별한 점은 봉사와 관련된 책뿐만 아니라 일반 서적 또한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도서관 책 분류표(KDC)에 따라 모든 분야의 책이 비치되어 있으며, 자유롭게 대출과 반납이 가능하다. 그 때문에 일반 시민들도 자주 찾는 동네 도서관이기도 하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책을 읽기 위해 우연히 들린 도서관에서 자원봉사 프로그램 안내문을 발견하고 자연스럽게 활동에 참여하는 사례도 있다. 실제로 2023년 11월까지 진행된 '병뚜껑 모으기' 캠페인에 많은 도서관 이용객이 참여했다.
봉사자도서관 추천 도서
착한 아이 백천수 씨
손서은 | 자음과 모음 | 2020
주인공 천수는 스펙을 쌓아야 한다는 엄마에게 등 떠밀려 케냐로 자원봉사 캠프를 떠난다. '착한 아이'이기만 했던 천수는 케냐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경험하며, 엄마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신의 자아를 찾는 소설이다.
이팝나무그림책도서관
전주시 팔복동에서는 봄이면 폐철길 위로 흐드러지게 피는 이팝나무꽃을 볼 수 있다. 이팝나무그림책도서관은 이곳에서 영감을 얻어 이름 지어진 곳으로, 팔복예술공장 안에서 아이들을 위한 세계의 그림책을 소개한다. 지난 2020년 'The Pop-up Books, 팝업북의 역사를 만나다' 전시로 개관을 알리며 그림책과 관련된 다수의 기획 전시를 진행했으며, 작년부터는 시민들이 자유롭게 그림책을 읽을 수 있는 열람 형태의 도서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팝나무그림책도서관만의 특별한 콘텐츠는 역시 '팝업북'이다. 보이체 쿠바스타의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해럴드 렌츠의 <피노키오>, 로카 메켄도르프의 <인터네셔널 서커스> 등 2000년대 이전에 만들어진 빈티지 팝업북은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그림책이다. 아름다운 그림과 정교한 종이의 움직임이 더해져 만들어지는 팝업북은 남녀노소 눈을 휘둥그레지게 한다. 또한 세계의 희귀한 그림책과 한국 그림책의 외국어 번역본 등 일반적인 어린이도서관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그림책까지 약 3천여권의 그림책을 소장하고 있다.
팔복예술공장은 전주시에서 문화예술교육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곳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림책도서관 또한 아이들과 함께하는 낭독회 등 관련 주제로 많은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들을 열고 있다. 봄에는 그림책 원화 전시, 북마켓, 북토크 등 그림책에 대한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는 전주국제그림책도서전의 무대가 되기도 한다. 2024년에도 전주그림책도서전의 다채로운 프로그램들이 이곳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이팝나무그림책도서관 추천 도서
아침달 | 창비 | 2016
뜨거운 여름날, 더위를 참지 못한 사람들이 커다란 수박으로 풍덩 뛰어 들어가 수영한다. 가족, 친구들과 함께 수박씨와 수박 껍질을 이용하여 장난을 치기도 한다. 안녕달 작가의 독특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그림책으로, 이팝나무그림책도서관에서는 중국어와 일본어 번역본도 함께 읽을 수 있다.
글ㆍ사진 류나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