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조직위, 공론화 없이 개최시기 변경
ㅣ문화계, 20여 년 역사 자리 잡은 대표 축제 정체성 훼손 우려와 비판
전북을 대표하는 가을축제인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올해 여름축제로 변화를 시도한다. 매년 9~10월에 열리던 소리축제는 2024년 8월 14일부터 18일까지 열린다. 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조직위원장 이왕준)는 가을철 전국적으로 집중되는 축제보다 앞선 개최를 통해 수준 높은 예술가와 작품을 사전 확보하고 운영의 효율성을 높인다며 앞당긴 개최시기를 발표했다.
조직위는 소리축제가 가을에 열리면서 참여가 어려웠던 어린이, 가족 단위의 관객을 8월의 여름방학과 휴가기간을 활용해 모으고 청소년 예술가들을 적극 참여시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무더위나 우천 등 날씨로 인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실내공연 중심으로 작품을 구성하고 야외공연은 대중친화적인 프로그램으로 구성해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폭염에 대비한 안전대책도 최우선으로 삼겠다고 덧붙였다. 가을철 축제 쏠림현상을 벗어나 여름축제로서 차별성과 독보성을 확보하고 참여 관객 및 예술인의 폭을 넓힌다는 것이 조직위의 설명이다.
그러나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개최시기 변경이 공식화되며 우려와 비판이 따르고 있다. 조직위가 밝힌 전략들이 과연 설득력을 갖췄는가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결정을 내린 데 있다는 지적이다. 개최시기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을 듣기 위한 시도가 부족했다는 비판의 소리가 나온다.
소리축제는 지난 22년 동안 전북의 대표적인 가을축제로 자리 잡았다. 축제는 개최시기 역시 정체성의 근간이다. 개최시기 변경이 공론화 과정 등 다양한 여건을 고려해 신중하게 이루어졌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각 도시의 대표축제들이 개최 일정을 변경하면서 거쳤던 과정은 소리축제와 많이 다르다. 경남 진주시의 경우 지난 2020년, 지역을 대표하는 봄축제인 논개제의 개최시기 변화를 두고 시민공청회를 진행했다. 논개제는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매년 5월 말 열리던 일정을 어린이날이 포함된 5월 초로 앞당겼다. 여름에 열리는 통영한산대첩축제는 가을로 개최시기 변경을 요청하는 민원이 꾸준히 제기됐으나 축제의 정체성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해 변동 없이 진행되어왔다. 그리고 지난해, 2024년도 축제 일정을 두고 시민 설문조사를 진행, 공청회를 열어 전문가와 시민들의 의견을 모으는 과정을 거쳤다.
그러나 소리축제는 가을축제에서 여름축제로 변화를 꾀하는 과정에서 전문가나 예술인, 시민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절차를 생략했다. 전주세계소리축제 개최가 8월로 공식화된 시점, 소리축제가 안게 된 과제가 더 커졌다.
고다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