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과 함께한 온라인 시범사업 방송ㅣ사진 전주공동체라디오
FM 93.5 메가헤르츠에 주파수를 맞추면 이웃들의 목소리가 라디오를 타고 흘러나온다. 기획부터 진행, 출연까지 시민들의 참여로 만들어지는 전주공동체라디오의 소리다. 전주공동체라디오는 지난 2월, 전북에서는 처음으로 개국한 시민라디오다. 이미 많은 채널에서 다양한 이야기와 음악이 넘쳐나고 라디오의 영향력은 줄어드는 시대. 지역에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나의 목소리로 직접 전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한 전주공동체라디오의 탄생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최성은 방송본부장을 만나 그 의미를 들여다봤다.
기획부터 송출까지 시민의 손으로
매일 오전 5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전주공동체라디오는 하루 16시간동안 전파를 탄다. 짧지 않은 시간이지만 30여 개의 프로그램이 알차게 채운다. 도란도란 마을이야기, 지구로운 채식생활, 정오의 뮤직쇼, 숲 이야기 등 동네 소식을 비롯해 음악과 음식, 환경, 생태 관련 코너 등 다양한 사람이 만드는 만큼 주제도 다양하다. 프로그램 기획부터 기계를 다루는 일까지 제작 전반을 개인이 직접 관리해야하기 때문에, 시민들은 기본적인 교육을 거치고서야 방송 제작에 참여할 수 있다.
“편성위원회를 통해 전체적인 방송의 방향성을 정하고, 시민들이 프로그램 기획서를 전달 주시면 검토 후 송출 시간대를 나눠서 편성을 했어요. 방송을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떨리고 어렵죠. 그런데 처음이 어렵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최성은 방송본부장. 벽면에는 후원자들의 이름이 적혀 있다.
전파를 타기까지 20년
전주공동체라디오는 문을 열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준비 기간만 무려 20년 가까운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역에 밀착한 공동체라디오의 필요성을 느끼며 ‘소출력 라디오 시범 방송’ 사업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05년이다. 전주시도 당시 공동체라디오 설립을 준비했지만 여건상의 어려움으로 더 이상 진행되지 못했다.
최성은 본부장은 전주에 공동체라디오를 뿌리내리기 위해 앞장서 많은 활동을 벌여왔다.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마친 후 2010년 ‘국가규제와 공공지원이 공동체미디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오랜 시간 공동체미디어 분야에 대해 공부했다. 전주시민미디어센터에서 일하며 센터를 중심으로 일찍부터 시민 제작자 양성교육을 운영하고, 영국과 일본 등 해외의 공동체라디오 환경을 직접 답사하는 등 열정을 쏟았다. 긴 세월 차곡차곡 경험을 쌓아오며 2021년, 전주는 공동체라디오 2차 신규허가사업에 선정되었다. 시범사업이 도입된 후 16년 만에 이루어진 결과였다. 그러나 선정 이후에도 순탄치는 않았다. 공간과 시스템 구축 등 재원을 마련하는데도 시간이 걸렸다. 그렇게 3년의 준비를 더 거치고서야 2024년 2월 14일, 전주공동체라디오는 공식 개국할 수 있었다.
“운영을 위해서는 고정 비용이 많이 발생하는데 재정적인 부분에 어려움이 컸어요. 첫 사업이 시작되었던 2000년대 초반하고 다르게 미디어 환경이 많이 변했고 장비 비용도 올라서 힘이 들었죠. 시민들의 후원을 통해 지켜가고 있는 만큼 시민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라고, 안정적인 후원 모델도 만들어가고 있는 단계입니다.”
개국 방송ㅣ사진 전주공동체라디오
듣는 라디오가 아닌, 말하는 창구가 되다
힘든 과정을 견디면서까지 공동체라디오가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그는 공동체라디오를 다른 지상파 라디오처럼 단순히 듣는 플랫폼으로 생각하면 큰 의미가 없다고 전한다. 방송을 듣는 개념을 넘어 직접 내 이야기를 전달하는 창구가 된다는 것, 방송을 통해 지역에 목소리를 내며 자연스레 지역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갖게 되는 과정이 공동체라디오가 갖는 힘이라는 것이다.
아직 출발 단계에 있는 전주공동체라디오는 다가오는 6월 첫 개편을 앞두고 있다. 참여하는 시민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주기적인 개편을 가질 예정이다. 앞으로는 장애인이나 이주민 등 소외계층을 위한 코너를 만들어 다양한 계층을 이야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은 바람도 있다.
“하루 16시간을 콘텐츠로 채우는 일이 쉽지는 않아요. 그만큼 시민들의 참여가 소중하죠. 듣는 것도 좋지만 전주공동체라디오를 통해 여러분의 목소리를 직접 들려주시길 바랍니다.”
전주공동체라디오
채널ㅣ FM 93.5MHz ㅣ ‘공동체라디오’ 애플리케이션
방송권역ㅣ 전주 전역 및 완주 일부 지역
참여문의ㅣ https://jcfm.kr ㅣ 063)252-0935
고다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