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전주국제그림책도서전
2024년 5월 31일 ~ 6월 25일
팔복예술공장 앞 광장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북적입니다. 여름이
시작될 무렵 열리는 전주국제그림책도서전이 세 번째 막을 올렸기 때문이죠.
땡볕을 피해 물놀이를 즐기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고, 부스마다 진열된
그림책을 펼쳐보며 열심히 책을 고르는 사람들도 보입니다.
올해는 25곳의 그림책 출판사가 아끼는 책들을 모아 북마켓을 열었습니다.
저도 그림책 한 권을 골랐는데요. 나태주 시인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
「행복한 사람」입니다. 평소 좋아하던 시인의 에세이를 그림책으로 만난다니.
알록달록 다양한 책 사이에서 고민하던 순간 이 책이 짠하고 나타났습니다.
표지에는 시인과 똑 닮은 귀여운 그림 옆으로 노란 꽃들이 피어있고, 그 위로 새들이
날아가고 있어요. 마침 그림을 그린 이경국 작가님이 북마켓에 참여해 친필 사인까지
받는 행운도 누렸습니다. 책의 제목처럼 정말 ‘행복한 사람’이 된 기분입니다.
그림책이 전하는 가치는 바로 이런 것들이 아닐까요. 어른이 되며
점점 느끼기 어려워지는 작은 행복을 꺼내주는 일. 손에 든 그림책 하나로
마음이 충만해지는 경험을 하니 그림책은 분명 그런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림책도서전에서는 다양한 현장을 통해 그 힘을 느낄 수 있습니다.
주목 받는 프로그램 중 하나인 초청 작가 원화전시는 올해도 기대를 모았는데요.
한국 대표로 권윤덕 작가가, 해외 작가로는 독일의 니콜라우스 하이델바흐가
참여했습니다. 사실 그림책을 즐겨 읽지 않으면 생소한 이름일 수 있습니다.
저 역시 그랬는데요. 전시를 통해 만난 두 작가의 그림은 서로 다른 매력이지만
가까이 다가가 깊숙이 들여다보게 하는 매력이 있었습니다.
작가 권윤덕은 미술을 통해 사회참여운동을 해오다가 1995년 「만희네 집」을 통해
그림책 작가가 되었다고 합니다. 주로 한지나 화선지, 비단 등의 전통재료를
활용해 마치 한 폭의 민화처럼, 한국적인 멋을 내는 특징이 돋보였는데요.
그림책도서전의 포스터에 쓰인 「행복한 붕붕어」 속 한 장면을 발견했을 때는
어찌나 반가웠는지. 옆에 적힌 글을 함께 읽으며 붕붕어의 여정을 상상했습니다.
일본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이야기를 그린 그림책 「꽃할머니」도
기억에 남습니다. 작가는 이 작품을 시작으로 전쟁과 폭력 등의 사회문제를
그림책에 담아오고 있기도 한데요. 세상의 다양한 장면을 바라보는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작품 안에서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니콜라우스 하이델바흐의 그림은 독특한 색감과 함께 생동감이 넘칩니다.
작가는 현실과 판타지 사이의 경계를 허물며 이를 매력적으로 표현한 그림들로
많은 독자에게 사랑받고 있는데요. 「난 커서 바다표범이 될 거야」, 「브루노를 위한 책」
등 대표작들의 원화와 글을 나란히 감상하며 오랜만에 순수한 상상력을 꺼내봤습니다.
특별히 독일어로 그림책을 읽어주는 프로그램도 운영되어 전시를 더욱 입체적으로
즐길 수 있었어요. 이외에도 신인 작가들의 원화와 더미북, 드로잉 작품을 선보이는
‘시작-작가전’을 올해도 이어가며 신선한 매력의 그림책들을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전시장은 붐볐지만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이곳저곳 앉아 그림책을 읽는 모습이
이상하게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림책을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강연과 체험, 공연도 풍성했는데요. 올해는 특히
그림책 콘퍼런스가 신설되어 한국 그림책 문화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림책 평론가와 작가 등 관련 전문가들이 모여 건강한 논의를 주고받으며
축제에 의미를 더했죠. 그림책도서전 현장을 즐기다보면 찡그린 사람 없이
모두 밝은 표정을 짓고 있음을 발견합니다. 우리 모두는 그림책을 통해 잠시나마
동화 같은 시간을 꿈꿀 수 있지 않을까요.
고다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