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사 미륵전
3층 높이의 웅장한 목탑, 그 안을 지키는 거대한 미륵부처까지. 금산사 미륵전을 처음 마주했을 때 장엄함에 압도되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전북의 명산 모악산에 안겨 1,400여 년의 긴 역사를 살아내고 있는 금산사. 그 긴 이야기가 박물관 안에 새롭게 전시되었다. 5월 3일부터 8월 18일까지 진행되는 국립전주박물관 특별전 ‘미륵의 마음, 모악산 금산사’이다.
금산사의 역사와 문화를 깊게 조명하는 이번 전시는 크게 3개의 주제를 나누어 금산사를 소개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모악산 금산사가 새겨진 편액’을 마주하게 된다. 2미터 크기에 달하는 편액을 바로 눈앞에서 감상하니 미륵전을 올려다봤을 때와 비슷한 압도감이 느껴진다. 이어서 김제 출신의 작가 김범석 화백의 작품 ‘모악별곡’이 그 압도감을 더한다. 모악이 품고 있는 금산사를 대형 산수화에 그려낸 이 작품은 과거와 현재의 풍경을 앞뒤로 배치해 한결같이 자리를 지켜온 금산사의 모습을 전한다.
1부에서는 ‘대자의 땅, 미륵을 만나다’를 주제로 본격적인 전시의 문을 연다. 미륵이란, 석가모니가 구제하지 못한 미래의 중생들까지 모두 구원하려는 자비의 존재를 의미한다. 통일신라시대 진표율사는 금산사를 이러한 미륵신앙의 성지로 만들었다. 진표율사의 일생을 기록한 책과 불교의 가르침을 담은 경전, 당시 출토된 유물을 통해 사람들에게 희망을 심어주고자 했던 진표스님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임진왜란 의승장 뇌묵대사의 진영(왼쪽), 조각가 김복진이 석고로 만든 불상
2부의 주제는 ‘용화의 집, 금산을 이루다’이다. 불굴의 의지로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용화(龍華)의 집을 이룬 금산사의 모습을 소개한다. 임진왜란을 겪으며 폐허가 된 금산사는 대부분의 전각이 불에 탔지만 전쟁이 끝난 뒤 본격적인 재건이 시작되었다. 임진왜란 당시 뇌묵대사 처영의 활약을 담은 기록 등을 통해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모여 금산사가 다시 일어설 수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금산사 대장전에 모셨던 동국사 석가여래 삼존상의 발원문을 비롯해, 1,000여 명의 시주자가 적힌 빛바랜 명단은 당시 호남 최고의 사찰 금산사의 위상을 보여주기도 한다.
‘미륵의 마음, 세상을 보다’를 주제로 한 3부에서는 모두에게 평등한 자비심을 추구한 미륵의 마음에 대해 전한다. 미륵신앙의 성지로서 금산사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방등계단과 미륵전의 이야기를 그림과 영상, 유물 등 다양한 형식으로 만난다. 특히 3D 프린팅으로 제작한 미륵장륙상의 얼굴은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현대미술가와 협업을 통해 수십 개의 프린트 조각을 조립하며 실제 불상의 두상 크기와 같은 작품을 만들어냈다. 우리를 내려다보는 부처의 따뜻한 시선을 가까이에서 느끼길 바라는 취지에서 탄생한 작품이다.
전시를 마무리하며 금산사의 일상적 풍경이 담긴 영상을 가만히 앉아 관람했다. 마치 고요한 오후에 금산사 한편에 앉아 쉬는 것처럼 마음이 차분하고 평화로워지는 기분을 안고 전시장 밖을 나섰다. 금산사의 정신, 미륵의 마음은 지금 이 시대에도 여전히 우리와 동행하고 있다.
미륵의 마음, 모악산 금산사
2024. 5. 18 – 8. 17ㅣ국립전주박물관 기획전시실
큐레이터와의 대화ㅣ매월 셋째주 토요일 15:30~16:30
고다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