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어린왕자』를 읽으며 바오밥 나무를 알았다. 소설 속 바오밥 나무는 거대한 뿌리로 별을 괴롭히는 나쁜 나무로 그려진다. 하지만 여기에 질문을 던진 시인이 있다. 시인 박남준이다. 그는 바오밥 나무를 향한 오랜 여정을 책 『안녕♡바오』에 담았다. 지난 7월 12일 마당이 기획한 박남준 시인의 북콘서트 ‘바오밥 나무가 들려준 풍경’을 통해 그 이야기를 만났다.
30여 명의 독자가 함께한 자리, 시인은 배낭 안에서 바오밥 나무 씨앗을 꺼내 보여주었다. 저 작은 씨앗이 사진만큼 거대한 크기로 몸집을 키운다니, 경이로움과 함께 바오밥 나무에 대해 덩달아 궁금해졌다. 바오밥 나무와 시인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된 걸까. 2019년, 집 앞마당에 대책 없이 올라오는 풀들 때문에 고민을 하던 그는 마당에 왕마사토를 깔았다. 손톱만 한 굵은 모래 조각들을 밟으면 들리는 ‘사각사각’거리는 소리가 시인의 귀에는 ‘사막사막’하고 들려왔다. 사막을 떠올리자 갑자기 불시착한 비행사와 어린 왕자가 생각났다. 곧장 어린 왕자를 검색한 그는 다큐멘터리 속 바오밥 나무를 보고 한순간 매료되었다. ‘바오밥 나무가 저렇게 생겼다니. 나는 왜 여태껏 바오밥 나무가 동화 속에 있는 상상으로 그려낸 나무라고만 생각했을까.’ 이 놀라움은 그를 먼 마다가스카르까지 이끌었다.
멀고 먼 길을 달려 시인은 화면 속 그 바오밥 나무를 눈앞에 마주했다. 두근거림과 설렘으로 한동안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나뭇가지에 초저녁 별들이 내려와 앉길 기다리며 하염없이 나무를 바라봤다.
“바오밥 나무는 반대편에서는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둘레가 크고 넓어요. 바오밥 나무가 슬픔과 울음을 다 마셔버리는 바람에 이만큼 뚱뚱해진 게 아닐까, 저만의 상상을 더하기도 합니다.”
물에 빠진 갈대밭 학교
바오밥 나무는 누군가의 상처와 슬픔을 기꺼이 모른 척 해주며 큼직한 품을 내어준다. 이뿐만이 아니다. 다른 나무들이 필요한 햇볕을 위해 가지를 길게 늘이지 않고 짧고 몽땅하게 자라는 배려심을 보이기도 하고, 제 몸에 구멍을 내어 물을 나눠주기도 한다. 바오밥 나무는 사랑으로 가득한 착한 나무다. 집으로 돌아온 시인은 호텔 주인 할아버지가 선물한 바오밥 나무 씨앗을 화분에 심었다. ‘바오’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정성껏 물을 주며 싹이 트기를 기다렸다. 그렇게 시인은 육아일지가 아닌 육묘일지를 쓰며 바오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안녕♡바오』의 인세는 모두 기부된다. 그가 머물다 온 마다가스카르에 작은 학교를 짓는 일에 쓰이기 위해서다. 그곳에는 300여 명의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가 있다. 갈대를 엮어 만든 작은 학교가 물에 잠기며 학교를 새로 짓는 일에 기부금이 쓰일 예정이다. 이날 북콘서트 현장에서 판매한 책의 수익금과 모금으로 모여진 기부금도 마다가스카르의 학교를 짓는 일에 함께 쓰인다.
박남준 시인은 1957년 전라남도 영광에서 태어나 1984년 시 전문지 『시인』에 시를 발표하며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세상의 길가에 나무가 되어』, 『풀여치의 노래』, 『적막』, 『다만 흘러가는 것들을 듣는다』,『어린 왕자로부터 새드 무비』 등을 비롯해 다수의 산문집을 펴냈다.
글 고다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