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기석 명창과 조용안 명고의 수궁가
백 년간 오롯이 한 길만을 걸으며 우리 전통문화를 지킨 명인들. 그들의 진수를 만날 수 있는 전주시 무형유산 예능보유자 공연 <백년일로>가 전주대사습청에서 9월 25일부터 26일까지 이틀간 열렸다. 전북은 전국에서 인구 대비 무형유산 보유자가 가장 많은 지역으로, 특히 전주는 다양한 종목의 무형유산이 잘 보존되어 있다. 이날 공연에는 외국인과 한옥마을 관광객 등 많은 관람객이 자리하여 명인들의 특별한 소리와 몸짓을 관람하고 전통문화도시 전주를 함께 즐겼다.
25일 공연은 전주기접놀이의 길놀이로 시작했다. 관객들은 그들의 푸지고 신명 나는 길놀이를 따라 대사습청으로 발길을 같이했다. 이어 김영희(시조창), 이길주(호남산조춤), 송재영(판소리 심청가), 김소영(동초제 수궁가), 김무철(한량무), 모보경(판소리 춘향가), 왕기석(미산제 수궁가), 영산작법보존회가 무대에 올랐으며 고수는 조용안 판소리장단 보유자가 맡았다.
둘째 날은 전라삼현육각보존회가 그 문을 열었다. 대금, 피리, 해금, 장구, 좌고로 구성된 전라삼현육각은 전주지역 관아에서 전승된 우리나라 전통 기악 합주다. 뒤를 이어 이선수(가곡), 박애숙(가야금병창), 문정근(전라삼현승무), 지성자(가야금산조), 성준숙(판소리 적벽가), 김광숙(예기무), 김세미(판소리 수궁가), 조소녀(판소리 춘향가), 최선(호남살풀이춤)이 관객들을 만났다. 고수는 작년 새롭게 판소리장단 보유자가 된 이상호 씨가 맡았다. 특히 마지막으로 무대에 오른 최선 명무는 1935년생으로 무형유산 예능보유자 중 최고령이다. 아흔이라는 나이가 무색한 그의 섬세한 춤사위는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10월에는 열아홉 명의 명장과의 만남이 예정되어 있다. 부채, 매듭, 지우산 등을 만날 수 있는 무형유산 기능보유자 전시가 10월 15일부터 27일(1부), 10월 29일부터 11월 10일(2부)까지 어진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린다.
글 류나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