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자치도의회 앞에서 침묵시위 중인 노조_전북문화관광재단 노조 제공
지난 12월 2일 전북특별자치도의회 광장에는 지역의 문화예술인 70여 명이 피켓을 들고 모였다. ‘우리는 다만, 예술을 하고싶다’, ‘문화예술 탄압하는 도의회 반성하라’ 등 예산 삭감을 향한 규탄의 목소리였다.
전북특별자치도문화관광재단(대표이사 이경윤)은 2025년 33개 사업에 대한 예산으로 당초 210억여 원을 요구했다. 그러나 도의회 심의과정에서 40%가 넘는 87억여 원이 삭감됐다. 대부분의 사업에 큰 차질이 예상되는 결과였다. 당장 영향을 받게 된 것은 예술계였다. 시위에 나선 한 예술인은 매년 예산 삭감이 이루어졌어도 이 정도의 큰 폭으로 삭감된 적은 없었다며, 도내 예술인들이 창작활동을 이어가기 매우 어려워질 것을 우려했다.
예산 삭감을 주도한 의원은 박용근, 장연국 의원. 그러자 예산 삭감을 몰고 온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이들은 재단 인사 행정의 여러 문제점을 지적하며 개선을 요구했었으나 재단 측은 특별한 문제가 없다며 인사 문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갈등이 빚어지기 시작한 것도 그때 부터였다. 예산 삭감이 보복성으로 이루어졌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갈등과 논란은 커지기 시작했다.
박 의원은 재단의 승진 인사와 관련해 형사처벌 대상자가 재징계를 받지 않고 본부장으로 승진한 일을 문제 삼았다. 그러나 재단은 조직개편을 통해 ‘팀장 자율제’를 도입하면서 각 직급 간의 유연한 이동이 가능하도록 조정한 결과에 따른 것일 뿐 행정적 절차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맞섰다. 재단을 두고 벌어진 갈등은 문화예술계로 확산됐다. 예술인들이 나서고 재단 노조도 집단 시위를 벌이는 등 공방이 이어졌다. 박 의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또 한 번 반박에 나서며 ‘재단의 인사 문제와 관계없이 예산을 잘못 활용하고 있는 기관에 대해 정당한 예산 삭감을 이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박용근 전북특별자치도의원
두 기관 사이의 기 싸움(?)이 반복되며 문화예술 분야의 예산 복원에 대한 고민은 뒷전이 되어버린 형국이었다. 그러나 길고도 짧은 공방이 계속되는 사이, 지난 12월 10일 도의회로부터 답이 돌아왔다. 삭감된 문화예술분야 예산 대부분을 복원한다는 내용이었다.
정치적 혼란이 더해진 시기, 내년도 예산안마저 국회에서 지연이 되며 경제적 어려움이 심화될 상황을 우려해 신속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다.
복원될 예산 약 86억 원은 문화예술 관련 일자리 제공 및 안정적인 창작 환경 조성 관련 사업을 위한 예산이다. 예산 삭감을 주도했던 장연국 의원은 이러한 판단에 입장을 덧붙였다. 이번 예산 삭감은 문화예술 지원을 포기하겠다는 뜻이 아닌 행정감사에서 드러난 재단의 과실을 바로잡고, 전북도가 직접 관련 사업을 수행하고자 했던 결정이었다는 것이었다.
인사문제에서 이어진 예산삭감. 그러나 결국 돌고 돌아 제자리걸음이다. 결과적으로 재단과 도의회는 서로의 입장만 앞세우며 감정싸움만 더한 격이 되었다.
사실 문화예술계의 예산 삭감 문제는 매년 되풀이된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듯 ‘예산’ 아래 문화예술인들만 울고 웃는다. 도내 예술인들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창작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정말 필요한 곳에 예산이 적절히 쓰일 수 있도록 건강한 견제와 감시, 진정성 있는 고민이 필요한 때다.
고다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