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이슈  2025.2월호

2025년, 문화예술계에는 어떤 변화가?


2024 해외 출판인 교류사업(한국문학번역원)




작년 문화예술계는 깊은 우려와 함께 한 해를 시작했다. 정부가 문화예술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서점과 영화제·지역영화 예산은 전액 삭감되며 출판계와 영화계는 성명서를 내 유감을 표했다. 올해의 사정은 어떨까.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2025년 작년 대비 1127억 원(1.6%)이 증액되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체 예산의 비율로 보았을 때의 사정은 조금 다르다. 올해 문체부 예산은 국가 전체예산의 1.05%로, 2020년 1.27%에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우려되는 현실 속에서도 문화예술계는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미술진흥법, 국악진흥법, 전통문화산업진흥법 등이 새롭게 시행됨에 따라 올해부터 장르별 진흥 사업들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영화·비디오법, 박물관·미술법, 문학진흥법, 출판법 등이 개정된 것도 주목된다. 새해부터 달라지는 문화예술계의 소식을 각종 법안과 정책의 변화를 기준으로 소개한다. 





한국문학 번역 지원 확대


2016년 맨부커상 시상 당시,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와 한강 작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한국문학 번역의 중요성이 주목되는 가운데, 이에 맞추어 문학진흥법이 개정되었다. 한국문학번역원이 교육부 장관의 인를 받아 번역대학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신설된 것. 한국문학번역원은 2008년부터 번역아카데미를 운영하며 연간 약 90명의 번역 인재를 양성해 왔으나 비학위 과정이라는 한계로 학생 모집 등 운영에 어려움이 있었다. 번역대학원 설립으로 석사 학위 수여를 통해 보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번역 인재를 양성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더 많은 작품이 해외에 번역되도록 지원을 확대하고 국내 작가들이 해외 유명 문학 행사에 참석할 수 있도록 힘쓸 계획이다. 






영화관람료 입장권 부과금 폐지


그동안 정부는 영화 티켓의 3%에 해당하는 금액을 관객으로부터 징수하여 영화발전기금의 주요 재원으로 사용해 왔다. 1만 5천 원의 티켓이라면 450원 정도다. 영화·비디오법이 지난 12월 31일 개정되며 영화관람료 입장권 부과금이 새해부터 폐지됐다. 정부는 관람객의 경제적 부담 완화를 이유로 들었다. 본래의 목적대로라면 사라진 부과금 부담만큼 티켓 가격의 인하가 있어야 하나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주요 멀티플렉스들은 관람료를 동결했다. 결국 관람객의 부담은 그대로인채 영화관과 배급사의 수익만 올려주는 결과를 얻게 된 것.


영화발전기금은 독립예술영화계를 이끄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벌새>, <다음 소희>, <수라> 등 최근 독립영화계에서 주목받은 영화들이 영화발전기금의 지원으로 탄생했다. 부족해진 영화발전기금의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이 제시되지 않아 우려가 컸다. 영화계의 반발에 국회는 페지된 부과금 제도를 부활시키는 개정안을 다시 추진 중이다.



           





지역에 집중하는 국공립 박물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박물관·미술관법이 일부 개정되며 국공립 박물관과 미술관의 설립 타당성 사전검토와 평가를 기존 문체부에서 지자체장이 수행하게 된다. 지역의 공립박물관과 미술관의 설립 목적에 맞게 운영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높이고, 각 지역 고유의 특색이 반영된 문화시설 설립을 추진하기 위해서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과 과천관에서는 5년 만에 소장품 상설관을 운영하고 경북 경산의 한국조폐공사 화폐본부 지하동을 신규 수장고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국립박물관은 파주에 수장시설 단지를 조성하고 세종시에 도시건축박물관, 디자인박물관, 디지털문화유산센터, 국가기록박물관 등 박물관 4개를 추가로 건립하여 국립박물관단지를 구축한다. 상속세를 문화유산이나 미술품으로 대체 납부할 수 있는 '미술품 물납제' 또한 작년 처음 사례가 나온 이후 올해 제도를 개선하여 점차 확대할 예정이다. 






청년·지역 문화예술 지원 확대


공연예술 분야에서 34세 이하로 구성된 청년교육단원을 지난해 350명에서 600명으로 확대하고, 전통연희·오케스트라·연극·한국무용 4개 장르에 청년단체를 신설한다. 청년 교육단원으로 선정되면 국립예술단체나 국립극장, 국립국악원에 소속돼 전문성 향상을 위한 실무교육과 무대 출연 기회를 제공받으며 활동비용을 지원받는다.


지역에서는 남원(국립민속국악원), 부산(국립부산국악원), 진도(국립남도국악원)에서 각각 청년교육단원 20명씩 전통 분야 청년 예술인 60명을 선발한다. 선발된 청년교육단원의 지방 공연 등 지역 기반 활동도 대폭 확대된다. 또한 지방 공연예술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우수 공연예술단체 30개를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선발해 지원할 계획이다. 






한류산업진흥기본법 시행


작년 10월 제정된 한류산업진흥기본법이 4월부터 시행된다. 한류 관련 최초의 법령으로, 한류산업의 법적 정의를 처음으로 명시하며 관련 산업의 제도적 기반을 다지는 전환점으로 주목된다. 주요 내용으로는 문체부가 한류 산업 진흥을 위한 중장기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 이에 따라 매년 시행계획을 수립하고 수행하는 것이 있다. 또한 관련 사업자가 산업 동향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도록 산업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해외마케팅과 홍보 활동 등을 지원한다. 해외시장에서의 지식재산권 등록과 출원, 분쟁 시 행정·재정적 방법으로 돕는 지식재산권 보호 조항도 마련됐다. 법안이 시행됨에 따라 정부는 한류 연관 산업 지원을 확대하고 전문 인력을 양성하며 올해 대형 한류 축제도 개최할 예정이다. 






웹툰·웹소설 표준식별체계(UCI) 도입




새해부터 웹 콘텐츠에 대한 표준식별체계(Universal Content Identifier, UCI)가 도입된다. 전통적인 간행물과는 생산 및 유통구조에 차이가 있는 웹 콘텐츠의 특성을 고려한 체계가 필요하다는 논의에 따른 것으로, 기존에는 일반단행본과 같이 ISBN(국제 표준 도서 번호)으로 발급되어 전자출판물로 분류되었다. 이 경우 도서정가제가 적용돼 해외시장 경쟁에 걸림돌이 된다는 업계의 이야기가 있었다. 올해는 시범 기간으로 기존 ISBN과 UCI를 병행 발급하고, 2026년부터는 UCI만 발급할 방침이다. 

또한 이와 관련하여 웹소설의 정의 규정 신설, 웹툰·웹소설 도서정가제 적용 제외, 지역서점 할인율 유연화 등의 내용을 추가하는 출판문화산업진흥법 개정안을 정부가 제출하여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심사를 앞두고 있다. 






전주문화재단-한국전통문화전당 통합, 전주관광재단 출범 예정




전주시는 작년부터 전주문화재단과 한국전통문화전당을 통합하고 기존 한국전통문화전당은 전주관광재단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유사기관 간 통폐합을 지속 추진하고 있고, 실제로 앞선 두 기관의 업무가 중복되어 정리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전주시의회의 논의를 거쳐 지난 12월 관련 조례가 개정 및 신설되며 점차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크게는 한국전통문화전당의 주요 역할이었던 전통문화를 보존·육성하던 업무가 전주문화재단으로 이관된다. 전주문화재단은 정원을 2배가량 확대하고 기존 10개 팀 운영에 전통문화 담당 팀이 신설되는 등 조직 개편을 가지게 된다. 이와 함께 관광을 전담하는 기관에 대한 필요성이 제시되며 전주관광재단이 출범할 예정이다. 관광자원 개발 및 상품화 등 관광콘텐츠 확충, 국내외 관광 홍보, 마이스(MICE) 유치 지원, 관광 안내 서비스, 관광 전문 인력 양성 등의 사업을 수행하게 된다. 



류나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