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한옥마을을 대표하는 최명희문학관. 19년 동안 시민과 전주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활짝 열려있던 문학관 문이 지금은 굳게 닫혀 있다. 전주시가 문학관 부실 운영을 들어 민간위탁 협약을 해지했지만 위탁 운영자가 시의 조치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사실상 운영 중단 사태를 맞았기 때문이다.
최명희문학관은 대하소설 『혼불』을 쓴 전주 출신 작가 최명희의 삶과 문학을 기리기 위해 2006년 문을 열었다. 개관 이후 20년 가까이 혼불기념사업회가 위탁 운영해온 이곳은 2024년 1월을 기점으로 작가의 유족들로 구성된 최명희기념사업회로 위탁권이 넘어갔다. 당초 계약 기간은 2026년까지 3년이었다. 그러나 위탁을 시작한 지 불과 1년 만에 부실 운영 문제가 불거졌다. 지적되어온 부분은 인력 확보와 사업 진행 여부이다. 문학관 내 상주직원 정원은 4명. 그러나 채용된 인원이 얼마 되지 않아 교체되는 일이 계속해서 반복되며 인력이 확보되지 않았다. 당연히 운영의 불안정은 물론이고 사업 추진에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적지 않은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기념사업회는 공모 당시, 저명 작가의 문학 강연, 혼불을 주제로 한 음악·미술·무용·연극 공연 등을 사업 계획으로 제출했었지만 운영을 맡은 이후 진행된 사업은 없었다. 이전에는 연간 90여 건의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등 관련 사업이 활발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상황을 맞으면서 운영 부실의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었다.
최명희문학관의 대내외적인 문제가 불거지자 전주시는 작년 12월 27일 기념사업회에 협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어 정산서 제출과 위탁재산 반환, 인수인계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위탁 단체인 최명희기념사업회가 시의 요구에 응하지 않으며 갈등은 심화되고 있다.
그동안 문학관 운영을 주도해온 최용범 최명희문학관장은 운영이 부족했던 점을 인정하면서도 어려움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최 관장은 기념사업회에서 운영을 시작할 당시 기존에 근무하던 직원들이 모두 문학관을 동시에 떠나며 인수인계가 원활히 이뤄지지 못한 부분이 가장 컸다고 말했다. 참고자료조차 남아있지 않아 인력 채용 등 운영에 필요한 기반을 다지는데 그만큼 많은 시간이 들었다는 입장이다. 사업은 이전과 다른 방향성으로 추진하고 싶었다고 했다. 최 관장은 최명희 작가의 작품과 생애에 대한 문학적 감수성을 전하는 일이 문학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판단했다며 다양한 행사보다 문학관 자체의 분위기와 스토리를 다시 세우는 일을 실행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안타깝게도 최명희문학관이 문을 닫은지 2개월을 맞고 있지만 해결의 실마리는 좀체 보이지 않고 있다. 시의 계약 해지 요구와 문학관 운영 위탁단체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주시의 협약 해지 및 퇴거 요구에 대해 최 관장이 요구하고 있는 조건은 크게 두 가지다. 전주시 직영체제로 전환과 저작권 사전 허가에 대한 문제다. 최명희 작가의 친동생인 최 관장은 작가에 대한 저작권을 갖고 있다. 최 관장은 혼불기념사업회가 처음 문학관을 이끌던 때부터 작품의 오남용을 우려하며 작품 사용에 대한 사전 협의를 당부했었다. 그러나 운영 기간 내내 저작권에 대한 협의 과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직접 운영에 나섰다고 밝혔다. 그가 요구하는 저작권의 개념은 비용의 문제가 아닌 단순 사전 허가와 소통의 과정이다. 오랜 시간 언급해온 저작권 문제가 바로잡히지 않으면 전주시의 퇴거 요청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시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3월 안에 저작권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해 저작권 이관 협약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문학관 운영을 담당하는 전주시한옥마을사업소 관계자는 그러나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도 특별한 사유 없이 위탁 협약 해지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소송도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문학관의 대문이 언제까지 닫혀있을지 미지수다. 갈등으로 인한 피해는 작가를 추모하고 그의 문학세계를 사랑하는 시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다. 최명희문학관은 오랜 시간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문학관의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작가를 기리는 다양한 추모사업을 통해 작가를 추모하는 공간으로서만이 아니라 문학의 힘을 대중들에게 전달하는 문학의 텃밭이기도 했다.
문학인들은 문화도시 전주의 상징이기도 했던 최명희문학관 사태가 가져올 후유증을 우려한다. 자칫 문학관의 역할과 존재 의미가 희석되지 않을지에 대한 걱정도 크다. 최명희문학관을 온전히 시민들에게 돌려주기 위한 적극적인 문제 해결 대책과 지혜가 필요한 때다.
고다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