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집은 시, 수필, 일기 등 문학 분야 10권과 국문학, 국어학, 구비문학·민속학, 서지학, 교육학, 역사학 등 학술논문과 평론이 포함되는 20권으로 구성되었다. 특히 일기는 그가 19세였던 1909년부터 죽기 직전인 1966년까지 꾸준히 써온 것으로 그 양이 방대하다. 그동안 일부분만 선별하여 출판되던 일기는 이번 전집을 통해 종합·주해 형태로 각 권 800여 쪽의 5권으로 정리되었다. 또한 분실된 것으로 알려졌던 이병기·조운·조남영의 3인 시조집의 원본을 이경애 간행 위원이 찾아내어 문학 부문 10권에 포함시켰다.
완간까지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7년간의 작업 끝에 2021년 문학 부문의 10권이 먼저 간행되었지만 당초 15권으로 예상했던 작업이 30권으로 늘어나며 예산 부족으로 인해 사업이 중단되었다. 다행히 15권까지는 2022년 전주시의 지원으로 다시 간행을 시작하였으나 남은 15권이 문제였다. 이후 2023년 전북대, 전북도, 전주시, 익산시가 사업비를 지원하며 마침내 전집이 완성될 수 있었다. 수차례의 고비를 지역 사회가 힘을 모아 해결했다는 데에 의미가 크다.
가람 이병기 전집
가람 이병기 선생은 익산 여흥 출신으로 틀에 박힌 시조 작법에서 벗어난 시조 혁신을 부르짖으며 1920년대 시조부흥운동을 이끌었다. 시조 이외에 서지학과 국문학에서도 많은 업적을 남겼다. 「한중록」, 「인현왕후전」 등 숨어있던 고전을 발견해 소개했으며 일기에서 신재효의 판소리 사설집의 실체가 확인되어 국악계에도 큰 공을 세웠다. 주시경 선생의 제자로 우리말 보급에 힘쓰며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옥살이를 한 인물 중 한 명이기도 하다. 말년에는 고향인 전북으로 돌아와 전북대 문리대학 초대 학장을 지내며 고하 최승범, 일산 김준영 등 많은 후학을 양성했다.
이번 전집 간행은 전북대학교가 2014년 개교 70주년을 기념하여 시작했다. 전북대 국어국문학과를 중심으로 가람전집간행위원회(위원장 김익두)가 주관하였으며 김익두 교수가 퇴임한 이후에는 한창훈 교수가 공동으로 간행위원장을 맡아 진행했다.
가람은 남긴 업적에 비해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번 전집 완간을 계기로 가람이 남긴 자료에 대한 가치가 재평가되고 학술적 오류가 정정되며 '가람학'에 대한 기본적인 토대가 마련되었다.
류나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