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2025.4월호

우리는 또 선을 넘는다



한국경쟁 선정작 <캐리어를 끄는 소녀>



전주국제영화제(공동집행위원장 민성욱·정준호)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영화제 홈페이지에서는 올해 공식 포스터가 새롭게 등장했다. '프레임과 연결'이라는 영화의 핵심 요소를 26개의 원을 통해 시각적으로 표현한 이미지가 신선하다. 영화라는 영상 매체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조직위는 무빙 포스터를 중심에 세웠다. 



올해의 슬로건도 해마다 내세워온 '우리는 늘 선을 넘지'다. 스물여섯 번째 전주국제영화제는 4월 30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의 개막식을 시작으로 5월 9일까지 열흘간 선을 넘는 영화들을 만난다.









한국경쟁 선정작 <여름의 카메라(위)>, <그래도, 사랑해.>



한국경쟁 최다 출품 기록

한국영화계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올해 한국경쟁 부문에는 많은 영화들이 모였다. 전년 대비 234편이 증가하며 최다 출품 기록을 경신했으며, 질적 수준도 전반적으로 올라갔다는 심사평이다. 상영작으로는 극영화 9편과 다큐멘터리 1편이 선정되었다. 


심사위원단은 올해의 키워드로 ‘LGBTQ’와 ‘유사가족과 여성연대극의 결합’을 꼽았다. 북한 주인공이 남한의 동성애 커뮤니티에 들어가며 벌어지는 멜로영화 <3670>(감독 박준호), 학교 친구에게 느끼는 설레는 감정과 아빠의 비밀스러운 과거를 엮은 성장영화 <여름의 카메라>(감독 성스러운)등이 퀴어 소재를 다뤘다. 영화제의 단골 소재였던 유사가족 이야기는 여성 연대극과 결합했다. <생명의 은인>(감독 방미리), <캐리어를 끄는 소녀>(감독 윤심경), <숨비소리>(감독 이은정)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미투 사건 이후 꾸준히 강세를 보였던 여성영화가 이런 식으로 발전했다'는 심사위원단의 설명이다. 유일한 다큐멘터리인 <무색무취>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공장의 노동자들을 다루며 사회현상 저변에 자리한 산업 재해와 노동 문제를 짚어나간다. 


한국단편경쟁 또한 1,510편이 모집되며 2년 연속 최다 출품을 기록했다. 최종 선정된 작품은 30편으로, 남소현 감독의 〈떠나는 사람은 꽃을 산다〉, 손태겸 감독의 <악령> 등 극영화 23편, 다큐멘터리 3편, 실험영화 3편, 애니메이션 1편이다. 전북 지역공모에는 4편의 단편, 1편의 장편영화가 선정되었다. 특히 오랜만에 장편 영화가 선정되었다는 점이 의미가 크다.   


국제경쟁 부문에는 총 662편이 출품되었다. 지난해 대비 소폭 감소했지만 출품 국가가 전년 83개국에서 86개국으로 확대되며 다양한 국가의 영화를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시아 작품, 그중에서도 중국 작품의 출품 증가가 주목할 만한 점으로 꼽힌다. 




배창호 특별전 <황진이>, 올해의 프로그래머 <꽃잎> 



인물로 되돌아보는 한국영화  

지난해 별세한 故 송길한 작가를 추모하기 위한 상영회가 열린다. 시나리오 작가이자 영화제 조직위원회의 초대 부위원장이었던 그는 한국영화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로 변영주 감독의 다큐멘터리 <지역 영화사-전주>의 시나리오를 집필하기도 했다. 이번 상영회에서는 임권택 감독과 제작한 영화 <비구니>가 공개된다. 1984년 당시 불교계의 반발로 제작이 중단된 영화로 당시 상황을 알게 하는 관계자 증언이 담긴 다큐멘터리도 포함된다. 영화 상영과 함께 특별공로상도 수여된다. 


특별전에서는 배창호 감독을 조명한다. 그는 1980년대부터 활발하게 활동해 온 한국영화사의 선구자 중 한 명으로, 대중성과 실험성을 모두 갖추었다고 평가되는 감독이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4편을 상영한다. 다큐멘터리 〈배창호의 클로즈 업〉은 박장춘과 그가 공동 작업한 작품으로 본인의 삶과 작품 세계 등을 조명했다. 이외에도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황진이〉, 〈꿈〉 또한 디지털 복원되어 관객과 만난다. 


대중들에게 익숙한 얼굴들도 전주를 찾는다. 'J 스페셜: 올해의 프로그래머'는 배우 이정현이다. 선정작 3편과 출연작 3편이 상영되며, 그의 연출 데뷔작인 단편 〈꽃놀이 간다〉가 코리안시네마 섹션으로 관객과 만난다. '전주씨네투어x마중'은 저스트엔터테인먼트와 함께한다. 한국 영화계가 주목하는 엔터테인먼트사를 선정, 소속 배우들과 관객들이 만나는 프로그램으로 올해는 박지환, 김신록, 신동미 등 12명의 배우가 전주를 찾는다. 



가치봄영화제 <마음에 들다>



배리어프리 문화 이어나간다   

2023년부터 배리어프리 영화 제작 및 특별상영을 운영해 온 전주국제영화제가 올해는 가치봄영화제와의 협약을 통해 배리어프리 상영을 더욱 확대한다. 가치봄영화제는 영화진흥위원회가 주최, 한국농아인협회가 주관하는 영화제로 ‘가치봄영화’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영화를 ‘같이 본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배리어프리 상영은 5월 7일과 8일 양일간 진행되며 장편 5편과 단편 12편이 관객과 만난다. 전주영상미디어센터의 가치봄영화 제작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제작된 지역 영화들과 작년 전주국제영화제 단편 수상작 3편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서울의 봄>, <시간을 달리는 소녀>, <벌새> 등 상업영화, 애니메이션, 독립영화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이 배리어프리 버전으로 상영된다. 특히 <농담>과 <양림동 소녀>는 장애인이 직접 감독과 배우로 참여하여 제작한 작품으로 더욱 주목할 만하다.






100 Film 100 Posters

토크 프로그램&주제전시 첫선  

영화제의 대표 행사로 꼽히는 '100 Film 100 Posters'는 올해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더욱 풍성해진다. 100명의 디자이너가 100편의 상영작을 자유롭게 해석하고 디자인한 포스터로 선보이는 전시는 극장 너머 영화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매년 좋은 반응을 얻어왔다. 지난해 10주년을 맞으며 기간과 공간을 확장했던 100 Films 100 Posters는 올해 그 규모를 또 한 번 넓힌다. 


올해부터는 영화와 그래픽디자인의 만남을 확장하기 위해 전문가들이 함께 관련 사례와 이야기를 공유하는 ‘살롱’과 ‘주제 전시’를 최초로 진행한다. 살롱의 첫 주제는 ‘영화제 디자인’이다. 5월 4일과 5일 문화공판장 작당에서 영화제 안팎의 디자인 세계, 디자이너와 영화제의 협업 방식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주제전시에서는 국내 영화제 디자인을 조명하는 아카이브 전시 등을 준비했다. 이외에도 특별전시 ‘포스터와 포스터’, 포스터 디자인 워크숍 등 영화계뿐 아니라 시각디자인 분야에서도 관심을 모을만한 프로그램을 함께한다. 


100 Film 100 Posters 전시는 4월 30일부터 5월 9일까지 영화제 기간 팔복예술공장과 영화의거리에서 진행되며, 영화제가 끝난 이후에도 문화공판장 작당에서 5월 1일부터 31일까지 한 달 동안 전시를 이어간다.




고다인ㆍ류나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