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2025.5월호

문화저널이 추천하는 이 영화

#인물  #동물  #아시아  #제목





#인물로 읽는 시대의 초상 


다큐멘터리에는 다양한 형식이 있다. 그중에서도 한 사람의 생애를 따라가는 다큐멘터리는 유독 깊은 여운을 남긴다. 단순히 개인의 삶을 조명하는 것을 넘어 그가 살아간 시대의 모습을 함께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들의 선택과 고뇌, 사랑 등을 통해 우리가 잊고 있었던, 모르고 있었던 시대의 아픔과 희망을 발견한다. 영화보다 더욱 영화 같은 그들의 인생을 만나보자.





기억 샤워 바다

코리안시네마 | 임흥순 | 대한민국 | 2025 | 81min


동명의 전시에 뿌리를 두고 제작된 영화. 제주 4·3과 지리산 빨치산 항쟁을 겪은 뒤 피신의 차원에서 일본으로 밀항한 재일조선인의 김동일을 따라가는 작품이다. 유품인 2천여 점의 뜨개와 옷들을 정리하는 과정은 동시대를 겪은 많은 재일동포의 기억과 삶을 연결한다.





핑크문

코리안시네마 | 윤한석 | 대한민국 | 2025 | 76min


1세대 페미니스트 화가 윤석남을 그린 다큐멘터리. 그는 1939년에 태어나 결혼하여 맏며느리로 살다 마흔이 넘은 나이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의 삶을 통해 예술가에게 재능보다 더 중요한 덕목이란 무엇인지 살핀다.





돌아온 구구시

프론트라인 | 닐루파르 타기자데 | 독일 | 2024 | 95min


1960년대와 70년대 이란의 독보적인 팝 아이콘이었던 가수이자 배우 구구시의 이야기다. 이란 혁명 이후 가택 연금된 그는 20년 넘게 활동을 중단하다 2000년에 다시 대중 앞에 선다. 돌아온 구구시의 목소리는 희망과 저항의 상징이 되었다.





#동물, 소유가 아닌 동반으로


'애완동물'보다는 '반려동물'이 익숙해진 시대. 동물을 소유하는 대상이 아닌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로 바라보는 시선이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다. 여전히 사회 곳곳에서 동물들은 보호받지 못하거나 혐오의 대상이 되고 있다. 단백질을 제공하는 먹거리, 혹은 귀여운 물건으로만 인식하는 경우도 많다. 인간 중심적 사고를 벗어나 자연과 동물을 대하기 위해 노력한 영화들을 모아 소개한다.





집에 살던 새는 모두 어디로 갔을까

코리안시네마 | 김화용 | 대한민국 | 2025 | 65min


닭은 예로부터 계유오덕(鷄有五德)이라 하여 다섯 가지의 덕을 갖춘 상징이었다. 하지만 현대시대 '새대가리',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등 부정적 표현에 쓰이며, 음식을 위한 살덩어리로만 소비되고 있다. 이 다큐멘터리는 인간이 닭을 대하는 태도의 역사를 따라간다.





미조

코리안시네마 | 이승재 | 대한민국 | 2025 | 29min


길 잃은 새라는 뜻의 '미조'. 탐조가 취미인 대학교 캠퍼스의 청소 노동자 '상재'. 캠퍼스의 신축 건물은 아름다운 통유리창으로 만들어졌지만 새들에게는 죽음의 장소가 된다. 새 충돌방지 스티커를 붙이는 기이한 성격의 '톰'을 만나며 '상재'의 일상이 변하기 시작한다. 





콜렉티브 모놀로그

영화보다 낯선 | 제시카 사라 린런드 | 아르헨티나, 영국 | 2024 | 105min


아르헨티나 전역의 동물원과 동물 구조 센터 커뮤니티를 배경으로 촬영한 다큐멘터리. 동물원들이 박물관이나 보호구역(생추어리)로 변하는 과정을 그렸다. 16mm 필름과 감시 카메라 등으로 촬영하여 동물과 그들을 돌보는 직원들이 형성하는 특별한 유대 관계를 보여준다.





검은 소 

월드시네마 | 쓰타 데쓰이치로 | 일본, 대만, 미국 | 2024 | 114min


자연주의 감독 중 한 명인 쓰타 데쓰이치로 감독의 작품이다. 서구화가 진행 중이던 메이지 시대 일본의 한 남자가 안개가 자욱한 초원에서 검은 소 한 마리와 마주치며 시작되는 이야기다. 배우 이강생이 주연이며 류이치 사카모토가 영화음악을 맡았다.





#아시아의 스크린은 지금


올해 국제경쟁 심사위원평은 "특히 아시아 작품, 그중에서도 중국 작품의 출품이 늘었다는 것이 주목할 만하다."고 전했다. 베를린, 칸, 베니스 등 영화의 최전선은 유럽과 할리우드로 통하지만 2000년대 이후 아시아 영화 또한 꾸준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오랜 시간 그 흐름에 주목해 온 전국제가 선택한 중국, 일본, 홍콩 등 아시아 영화를 만난다.





적이 온다 

월드시네마 | 요시다 다이하치 | 일본 | 2024 | 108min 


아내가 죽은 뒤 홀로 지내고 있는 한 남자. 프랑스 문학의 권위자로 오랜 시간 교수로 일하다 은퇴한 후 조용한 삶을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컴퓨터에 '적이 온다'는 메시지가 나타나며 남자는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시달리기 시작한다. 제18회 아시아필름어워즈 감독상을 수상했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방법

시네마천국 | 애덤 윙 | 홍콩 | 2024 | 133min


청각장애를 가진 세 명의 청춘이 있다. 청각장애인인 자신을 당연하게 생각하며 수어만 사용하는 '울프', 비장애인 사회에 들어가기 위해 인공와우 수술을 한 '소피', 두 가지를 병행하는 '앨런'이다. 중화권에서 가장 권위있는 영화제인 금마장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작품.





시인의 마음 

국제경쟁 | 천더밍 | 중국, 미국, 프랑스, 대만 | 2025 | 86min 


중국 출신 천더밍 감독의 다큐멘터리. 후난성 산골 마을의 소년 '공유빈'은 조부모,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다. 유빈의 학교에서는 시를 통해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한 소년이 시와 함께 성장하며 현실을 마주하는 과정을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풀어냈다. 영제는 <Always>.





#제목부터 끌린다


영화의 첫인상인 제목. OTT 플랫폼이나 영화관을 둘러보다가 제목에 끌려 감상을 시작한 경험이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지금 소개하는 영화들은 제목만으로도 궁금증을 자아내는, 범상치 않은 작품들이다. 강렬한 단어와 문장으로 이루어진 제목은 작품의 분위기를 미리 엿볼 수 있는 힌트를 제공한다. 어찌하여 이런 이름을 갖게 되었는지 직접 감상해 보자.





갚아야 할 빚이 너무 많다

국제경쟁 | 조엘 알폰소 바르가스 | 미국 | 2024 | 99min


무엇을 했길래 갚아야 할 빚이 너무 많다는 것일까? 영화의 주인공은 해변에서 칵테일을 팔며 살아가는 남자 '리조'. 그의 십 대 여자 친구가 임신하게 되면서 걱정 없던 나날들은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다. 베를린국제영화제와 선댄스영화제의 출품작으로 많은 시네필들의 기대작이기도 하다.





외계 우주 정복자 환영

영화보다 낯선 | 안드레스 후라도 | 콜롬비아, 포르투칼 | 2024 | 95min


어딘지 당혹스러운 SF영화일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제목! 남미 국경 지대에서 우주 비행사들이 길을 잃으며 시작되는 이야기다. 원주민에게 위협을 당할 수 있다는 사실에 깊은 두려움에 휩싸이는 그들. 우주 정복이라는 거창한 임무 아래 자리한 식민주의적 사고방식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인류존속의 미스터리 그리고 두 연인 

코리안시네마 | 이승재 | 대한민국 | 2025 | 29min



'인류존속'이라는 의미심장한 단어와 '두 연인'이라는 평범한 단어가 만났다. 자신보다 더 예쁜 여자가 사귀자고 하면 어떡할 거냐며 남자를 시험하는 여자. 구질구질 길어지는 답변이 여자는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서로를 향한 진지하던 대화는 불쑥 인류 존속을 화두로 삼는다.





류나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