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수도권에 몰려있던 국립예술단체와 기관이 지역으로 분산된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지역 간 문화 격차를 해소하고 창작 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국립예술단체·기관의 지방 이전 계획을 밝혔다. 계획에는 내년까지 서울예술단을 광주의 국립아시아문화전당으로 이전해 ‘국립아시아예술단’으로 재편하고 향후 국립오페라단, 국립발레단, 국립합창단, 국립현대무용단,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등 5개 단체도 순차적으로 지방 이전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특히 지난 1월 박물관·미술관법이 개정되면서 지방 박물관과 미술관을 균형 있게 설립하도록 하는 규정도 만들어졌다.
각 지자체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전북도 예외는 아니다. 전북도는 4월 초, 차기 정부 국정과제 선정을 위한 74개 사업을 발표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전북관 건립 ▲국립모두예술콤플렉스 건립 ▲국립중앙도서관 전주분관 건립 ▲국립 판소리·창극 전용 극장 건립이 포함되는 등 국립 문화예술기관 유치 사업도 포함되어 있다.
특히 전북도는 2023년부터 전주교도소 이전 부지 활용 방안으로 국립모두예술콤플렉스와 국립중앙도서관 분관 건립을 중점 사업으로 추진해 왔다. 국립모두예술콤플렉스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배리어프리 문화시설 '모두예술전당'과 창의센터, 교육센터가 합쳐진 복합문화시설이다. 그 옆으로 문화예술에 특화된 국립중앙도서관 분관을 조성해 다양한 문화예술 자원을 연계하고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계획이다. 오랜 시간 준비해 왔으나 국비를 확보하지 못해 정체 중이었던 사업으로, 차기 정부에서 국비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이런 상황에서 국립예술단체 기관의 지역 유치로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국립현대미술관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현재 과천, 덕수궁, 서울, 청주에 문을 열고 있으며 대전과 진주가 새롭게 추진 중이다. 문체부는 분원이 없는 호남, 경기 북부, 강원 등 3개 권역을 대상으로 연구용역을 진행해 이르면 올해 안으로 지역을 최종 선정할 예정이다.
호남권에서는 전주, 광주, 여수가 경쟁하는 구도다. 전북은 광주나 여수보다 비교적 늦게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도는 건립 필요성과 입지 분석 등을 담은 기본구상 용역을 추진하고, 차기 대선 공약에 이를 반영하겠다는 구상이지만 전북만의 정체성을 살린 차별점을 발굴하고 유치 논리를 갖추는 과제가 절박해 보인다.
광주는 이미 2023년부터 지역 미술계와 함께 민·관·정 협의체를 구성하고 건립 부지를 확보하는 등 적극적인 유치 운동을 벌이고 있는 상황. 광주비엔날레를 비롯해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운영 등 대규모 문화시설 운영에 대한 경험이 축적되어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여수는 해양도시라는 특이점을 내세웠다. 2026년 예정된 세계섬박람회의 주제관을 차후 부지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전북은 문화의 도시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만큼 수도권에 비해 문화 인프라가 부족하다. 전문가들은 국립문화예술기관의 유치가 아쉬웠던 문화 인프라를 확충하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한다. 국립문화예술단체와 기관 유치는 단순히 문화시설 하나 더 짓게 되는 일이 아니다. 지역 주민들에게는 질 좋은 문화예술 제공하고, 나아가 관련 일자리 창출과 관광산업 활성화까지 기대할 수 있다. 전북도는 그동안 국립기관 유치전에서 매번 뒤처져 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지역 활성화를 위해 전북에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면밀하게 살펴 보고 한발 앞선 대응이 절실한 시점이다.
류나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