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명절,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얼굴들을 마주하게 되는 건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법한 일이다. 영화 <갈비>는 그런 익숙한 상황에서 출발하는 유쾌한 가족 영화다. 명절을 피해 오빠 '상철'의 집에 머무르게 된 ‘수민’. 아무도 찾아오지 않을 것 같던 집에 엄마 ‘순자’, 오빠의 전처 ‘현숙’이 방문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제목인 갈비는 순자가 상철'만'을 위해 만들어왔던 음식. 세 여자의 어색한 재회는 갈등과 화해를 오가고, 그 안에서 예상치 못한 온기도 느껴진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분위기 속에서도 ‘가족’이라는 복잡한 관계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만드는 작품이다.
<갈비>는 코리안시네마 섹션에서 상영된 단편영화로, 임연주·송에스더 감독이 공동 연출을 맡았다. 송에스더 감독은 전주대학교 영화방송학과를 졸업한 뒤 지역의 영화인들과 함께 꾸준히 창작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일정상 인터뷰에 함께하지 못해 임연주 감독과의 만남을 통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첫 연출작을 선보인 소감이 어떠신지요.
사실 외장하드에 잠들어있는 영화가 한 편 있어서 이번이 두번째 연출작이에요. 송 감독은 이전에 단편을 연출한 경험이 여럿있고요. 저희 둘다 영화제 상영은 이번이 처음인데요. <갈비>가 송 감독에게도 저에게도 그다음 작품을 할 수 있는 발판이 된 것 같아 너무 기쁩니다. 저는 전주영화제작소에서 홍보 관련 일을 하고 있어 보통 영화제 기간에는 다른 팀 지원을 나가는데요. 올해는 특별한 일이 없어서 그나마 영화제를 즐길 수가 있었어요. 영화도 15편은 넘게 보았고, GV를 통해 관객들과도 만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보통의 영화들과는 다른 제작 과정을 거쳤다고 들었습니다.
지역 영화단체에서 운영한 프로그램 '스태프 장인학교'(주관 무명씨네협동조합, 크립톤)를 통해 제작됐어요. 영화 기획부터 시나리오 작성, 촬영, 편집, 마스터링, 상영까지 영화 제작에 필요한 아이디어와 노하우를 전수하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보통은 시나리오가 먼저 나오고 거기에 맞춰 스태프가 구성되잖아요? 그런데 여기는 좀 달랐어요. 먼저 인력을 꾸리고, 그다음에 역할을 자원받는 방식이었죠. 시나리오를 쓰고 싶은 사람, 연출하고 싶은 사람 이런 식으로요. 송 감독과 저, 둘 다 단독 연출은 조금 부담스럽게 느껴졌던 상황이라 자연스럽게 공동 연출로 이어졌어요. 시나리오는 ‘수민’ 역을 맡은 이루비 배우가 직접 썼습니다.

<갈비>
─영화를 만들며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요.
세 인물의 조화로움이요. <갈비>는 이미지가 아닌 배우들의 연기로 이끌어가는 영화거든요. 감독과 배우가 해석한 캐릭터가 다를 수가 있는 거니까 디렉팅도 굉장히 조심스러웠어요. 그런 점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건 '순자' 역의 남권아 선생님의 연기였어요. 연극배우 출신으로 오랜 연기 경력을 갖고 계신데, 사실 캐스팅을 수락해 주실 거라 기대하지 못했거든요. 남 선생님의 단단하면서도 따뜻한 연기가 작품을 완성시켰다고 생각해요. '수민'과 '현숙' 역의 배우들과도 호흡이 잘 맞아서, 세 인물의 티키타카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졌고 결과적으로 아주 만족스러운 작품이 되었어요.
─문화인류학을 전공했는데, 어떻게 영화의 길에 들어서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잠시 방황하던 시기에 도피처로 찾은 게 영화였어요. 원래는 영화를 특별히 좋아하지도 않았는데, 그때는 하루 종일 영화만 봤죠. 지금의 전주독립영화관도 자주 찾았어요. 2013년에 전북독립영화협회에서 진행한 '마스터와 함께하는 단편 영화 제작 스쿨'이 있었는데, 고민 끝에 마지막 날 신청했습니다. '이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으니 일단 해보자'는 마음으로 첫 영화 제작 현장에 발을 들였죠. 인류학은 사람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하는 학문인데, 영화도 비슷하다고 봐요. 대부분의 영화가 인간사를 다루는데 인류학적 사고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거든요. 그래서 영화를 만들 때 도움이 많이 됐어요.
─지역에서 영화감독으로 사는 현실은 어떤가요.
한예종 영화과에 입학해서 서울에 잠시 있었어요. 전주로 다시 내려오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죠. 서울은 촬영 현장도 많고 기본적인 인프라가 풍부해요. 독립예술영화 전용관부터 영화 소모임까지 기회도 많았거든요. 그래도 건강상의 이유도 있었고, 전주국제영화제라는 든든한 기반이 있어서 결심할 수 있었죠. 실제로 영화제 조직위에서 1년 일하고 나서 영화제작소에 자리 잡게 됐습니다.
지역의 아쉬운 점은 큰 돈을 투자받지 못한다는 거죠. 전북을 비롯해 강원, 대구, 광주 등에 실력 있는 감독들이 정말 많은데도, 투자자들이 서울과 부산에만 집중되어 있어서 상업영화계 진출이 어려운 게 현실이에요. 그래도 나를 잘 아는 사람들과 팀을 꾸려서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은 좋은 것 같아요.
─앞으로 쓰고 싶은 이야기는요.
저와는 완전히 반대되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저는 인물들의 갈등이 궁금하고, 화기애애한 건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이거든요. 그래서인지 멜로(!)를 찍고 싶어요. 완전히 다른 두 사람이 만나는 순간, 마음과 마음이 연결되는 순간을 포착하는 거죠. 써놓은 시나리오가 있는데 주변에서 개연성이 없다는 피드백을 받았어요. 하지만 사랑에 빠지는 순간은 원래 개연성이 없지 않나요?
류나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