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 룬드베리, 「여름의 잠수」, 2020
따뜻하게 놓인 글과 그림 안에서 우리에게 다시 한번 용기와 다정함을 마주하게 하는 그림책. 그 아름다운 세계가 여름의 문턱에서 우리 곁을 찾았다. ‘그림책, 마법의 공간’이라는 주제로 5월 29일부터 6월 29일까지 열린 제4회 전주국제그림책도서전이다.
올해 도서전이 주목한 국가는 스웨덴이다. 스웨덴이 아동문학의 강국으로 자리 잡게 된 데에는 ‘말괄량이 삐삐’의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역할이 크다. 그는 세계적인 아동문학 작가이자, 아동과 동물 등 작은 존재들의 목소리에 꾸준히 귀 기울여온 사회운동가였다. 그의 뜻을 기리기 위해 스웨덴 정부는 국민 세금으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 문학상(ALMA)’을 제정했다.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이 상은 세계 각국의 뛰어난 어린이책 작가들을 발굴하며 그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도서전의 핵심 행사인 원화 전시에는 스웨덴을 대표하는 그림책 작가 사라 룬드베리, 에바 린드스트룀과 2010년과 2020년 각각 'ALMA'를 수상한 벨기에의 키티 크라우더와 한국의 백희나 작가가 초대됐다. 이외에도 스웨덴 아동문학과 관련된 다양한 전시와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대한민국에서 2000년 이후 태어난 아이들은 모두 백희나의 이야기를 보며 자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구름빵>, <달샤베트> 등을 통해 아이들의 일상 속 순수함과 상상력을 포착해 온 백희나의 팔복예술공장 원화 전시에는 많은 관객이 몰렸다. 그의 또 다른 대표작인 <알사탕>은 소통이 어려운 어린 아이 '동동이'가 마법의 알사탕을 먹고 타인의 마음속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는 이야기. <알사탕>을 중심으로 세계관을 함께하는 <알사탕 제조법>과 <나는 개다>도 함께 소개됐다. 또한 작가의 작업 책상, 구상 노트, 모형 등을 통해 한 권의 그림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엿볼 수 있었다.
완산도서관에서는 40여 권의 그림책을 펴내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에바 린드스트룀과 연필과 색연필 같은 단순한 재료만으로 신화와 민담의 세계를 자유롭게 탐험하는 작가 키티 크라우더의 작품이 전시돼 관객들을 이끌었다.
지역 그림책 생태계 조성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구성됐다. 신인 작가들의 그림책 원화와 더미북, 드로잉 작품을 모은 '시작-작가전', 그림책 작가 지망생을 대상으로 더미북을 피드백해 주는 '포트폴리오 리뷰'가 인기를 모았다.
전주국제그림책도서전은 올해로 4회를 맞았다. 해를 거듭할수록 더 다채롭고 깊이 있는 프로그램들로 채워지며 전주의 초여름을 물들이고 있다. 그림책이 전하는 감동과 상상력, 세대를 아우르는 따뜻한 시선은 혐오와 불신의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오늘날 더욱 소중하다. 그림책의 도시로 자리매김해 갈 전주의 다음 이야기가 기대된다.
류나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