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 세계소리축제 개막작 <잡색X>
제24회 전주세계소리축제(이하 소리축제)가 8월 13일부터 17일까지 5일간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을 비롯한 전북 일대에서 개최된다. 올해의 키워드는 '본향의 메아리'다. 음악은 뿌리와 고향에 대한 기억을 담아내며, 다른 지역과 섞여들어 전혀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렇듯 한국 음악의 뿌리를 유지하면서 여러 갈래로 발전해 온 다채로운 음악들을 조명하겠다는 의미다. 전체 프로그램은 예년보다 클래식, 대중음악, 월드뮤직 등의 프로그램을 축소하고 한국음악을 내세워 구성되었다.
개막 국립창극단 '심청', 폐막 안은미컴퍼니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
개막공연부터 창극을 준비했다. 전주세계소리축제와 국립극장이 2023년부터 공동 제작한 국립창극단 신작 <심청>(8.13-14, 모악당 19:30)이 무대에 오른다. 요나 킴 연출의 이번 작품은 전통적인 심청을 효행과 자기희생 서사에서 벗어나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인물로 새롭게 해석한다. 더블캐스팅으로 진행되어 주인공 '심청' 역에는 국립창극단 김우정과 오디션을 통해 발탁된 소리꾼 김율희가, '심봉사' 역은 국립창극단의 간판스타 김준수와 유태평양이 맡아 깊이 있는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폐막공연은 안은미 컴퍼니의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놀이마당 8.17, 21:30)가 장식한다. 무용가 안은미가 2011년부터 전국의 '춤추는 할머니들'을 기록하고 헌정한 공연으로, 광복 80주년을 기념하여 ‘광복둥이(1945년생)’를 포함한 전북 지역 어르신들이 전문 무용수와 함께 참여한다. '한국인의 몸과 춤'을 연구해 제작하였던 이 작품은 국내외에서 꾸준히 공연되며 검증받은 작품이다. 하지만 소리보다 몸짓 중심의 공연이라는 점에서 소리축제 폐막작으로서의 의미가 어떠할지 관객들의 평가가 주목된다.

지순자의 신민요

김일구류 바이올린 산조
한국음악을 뿌리로 퍼져가는 음악
올해의 키워드에 맞추어 신설된 '디아스포라 포커스' 섹션이 특히 주목할 만하다. 한국을 넘어 세계 각지로 뻗어나가며 새롭게 변모한 우리 소리의 여정을 조명하는 두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윤은화의 양금로드>(8.17, 명인홀 17:00)는 양금이 고대 페르시아에서 유럽과 중국을 거쳐 한국에 이르기까지를 따라가며 이란의 산투르, 유럽의 덜시머, 중국의 양친, 한국의 양금이 한 무대에서 어우러진다. <지순자의 신민요>(8.16, 학인당 20:00)는 일제강점기와 해방 이후 20세기 음반 산업의 발달과 함께 대중적으로 사랑받으며 다양한 형태로 전승되어온 신민요의 역사적 의미를 탐색한다.
전주한옥마을 내 고택 학인당에서 펼쳐지는 '전주의 아침'에서도 한국음악을 뿌리로 한 색다른 무대가 기다리고 있다. 15일에는 바이올린으로 연주되는 김일구류 아쟁산조를 만날 수 있으며, 16일에는 석가모니 법회를 찬양한 고려시대의 노래를 바탕으로 내려온 '영산회상'을 현악과 관악으로 구성된 클래식 앙상블 '자연소'가 연주한다. 17일에는 경계 없는 창작방식을 통해 세계적으로 뻗어가고 있는 철현금을 류경화의 연주로 듣는다.
작년 신설된 '소리학술포럼'에서도 같은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룬다. 한국국악학회는 '한인 디아스포라와 음악-미국·중국·일본의 사례'를, 한국공연문화학회는 '한국공연예술의 디아스포라적 속성과 현상'을, 세계음악학회는 '공연예술축제의 과제와 미래'를 세계음악의 흐름 관점에서 논의한다.

'판소리 다섯바탕' (왼쪽부터)남상일, 이난초, 윤진철, 염경애, 김주리
전통 국악의 진수를 느끼고 싶다면
소리축제의 대표 프로그램인 <판소리 다섯바탕>은 8월 13일부터 17일까지 매일 오후 3시 연지홀에서 열린다. 남상일의 수궁가, 이난초의 흥보가, 윤진철의 적벽가, 염경애의 춘향가, 김주리의 심청가를 차례대로 들어보며 각기 다른 유파와 바탕의 소리가 어떤지 비교해 보며 감상할 수 있다. 젊은 소리꾼들의 재기발랄함을 볼 수 있는 <청춘예찬 젊은판소리>도 이어진다. 황지영의 심청가, 류창선의 흥보가, 김미성의 춘향가는 13일, 김기진의 수궁가, 이서희의 적벽가는 14일 명인홀 무대에 오른다. 하얀양옥집에서 열리는 <마스터클래스>에서는 판소리 전공생들이 이난초 명창과 윤진철 명창에게 판소리를 직접 배워보는 시간을 가지며, 관객들도 이를 참관할 수 있다.
<산조의 밤>(8.15, 명인홀 16:30)에서는 두 명인의 깊이 있는 산조 연주를 만난다. 가락과 장단이 변화무쌍한 이지영 명인의 가야금산조, 고난이도의 농음 구사를 볼 수 있는 이용구 명인의 단소 산조가 한 무대에 오른다. 올해 특별히 기획한 <성악열전> 또한 주목할 만하다. 범패, 여창가곡, 경기민요, 들소리 등 전통 성악의 깊이를 느낄 수 있는 공연들이 준비되어 있다. 또한 강릉단오자의 전승자들이 모여 만든 '푸너리'의 <구룡이 나르샤>에서는 강릉단오굿을 재해석한 연희를 만난다.

'산조의 밤' 이지영, 이용구
새로운 창작과 실험의 무대
동시대 한국음악의 세계를 만날 수 있는 무대도 풍성하게 마련된다. '이날치', '송소희', '서도밴드', '피리밴드 저클' 등은 15일부터 차례대로 놀이마당 저녁 무대에 오른다. 전통의 맥을 잇되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음악으로 젊은 세대에게도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아티스트들이다. 남부시장 모이장에서는 전주얼티밋뮤직페스티벌과 소리축제가 함께하는 특별한 파티가 열린다. 8월 15일 저녁 9시부터 새벽 3시 30분까지 이어지는 이 공연에서는 페기굿, 김뜻돌, 2024 소리프론티어의 최종 우승자인 삼산 등이 출연한다.
신진 국악 창작자 발굴 프로젝트인 <소리프론티어>의 본선에는 '우리음악집단 소옥’, ‘SINAVI(시나비)’, ‘공상’, ‘조선아’ 4개 팀이 선정되어 13일과 14일 무대에 오른다. 소리프론티어는 올해 새롭게 신설한 전통음악 유통 플랫폼 <소리NEXT>의 한 축으로 전환되어 최종 선정된 1개 팀은 올해 하반기에 해외 쇼케이스를 지원받는다.
이외에도 한국의 보컬, 프랑스의 피아노 연주가 만난 <나윤선&벵자멩 무쎄 듀오>, 전북CBS와 공동 기획한 <손열음&고잉홈프로젝트>와 함께 폴란드, 일본, 브라질 등 다양한 나라의 연주자들의 공연이 기다리고 있다.
류나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