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주의아침 훈퉁소생황산조
제24회 전주세계소리축제(이하 소리축제)가 막을 내렸다. 8월 13일부터 17일까지 열린 이번 축제는 전통과 실험, 세대를 아우르는 다채로운 공연으로 관객을 만났다. 올해의 키워드는 '본향의 메아리'. 한국 음악의 뿌리를 유지하면서 여러 갈래로 발전해 온 음악들을 조명하겠다는 의미다. 소리축제가 비춘 그 소리들을 짚어본다.
현대 창극,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
올해 소리축제는 57개 프로그램, 69회의 공연으로 관객과 만났다. 지난해 80개 프로그램, 106회 공연에 비해 눈에 띄게 축소된 규모다. 조직위는 ‘선택과 집중’을 위한 운영이었다고 설명했지만, 실제로는 확연히 줄어든 무대 수가 아쉬움을 남겼다. 그럼에도 학인당 프로그램을 비롯해 <손열음&고잉홈프로젝트>, <동희스님의 범패>, 어린이소리축제 공연 <코시> 등 6개 프로그램 10회 공연이 매진되었다. 전체 객석 점유율은 80%를 기록했다.
개막작 <심청>은 이번 축제에서 가장 많은 화제를 모았다. 극의 시작부터 뺑덕어멈이 담배를 피우고, 심봉사가 갓난아기인 심청을 내던진다. 심청을 희생당한 약자의 시선에서 새롭게 해석하며, 원작의 전통적인 서사를 벗어났다. 판소리 심청가의 강산제와 동초제 대목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창의 순서 등 연출을 새롭게 하며 전혀 다른 심청을 보여주었다. 또한 무대 위 라이브 카메라를 활용하는 등 실험적인 장치가 돋보였다. ‘앞으로 창극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남겼다.
그러나 심청을 향한 폭력 묘사와 전반적으로 암울한 분위기 때문에 호불호가 갈렸다. 전통적인 효녀 서사를 벗어난다는 '메시지'를 지나치게 강요하여 판소리와 창극의 본질적인 미학이 축소되었다는 의견도 있었다. 또한 개막식 1층 객석 대부분이 관계자석으로 배정되어 일반 관객들을 위한 티켓 배분 문제는 운영 측면의 아쉬움으로 지적됐다. <심청>은 9월 3일부터 6일까지 국립극장에서 다시 무대에 오른다.
폐막작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는 무용가 안은미가 2011년부터 전국의 ‘춤추는 할머니들’을 기록하며 헌정해 온 작품이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광복둥이(1945년생)’를 비롯한 전북 지역 어르신들이 무대에 올랐다. 전문 무용수들과 어르신들의 자유로운 몸짓이 어우러지며, 그들 몸에 새겨진 삶의 흔적과 세월의 무게가 흘러나왔다. 그러나 현대무용 특유의 난해함으로 인해 일반 관객이 온전히 몰입하기에는 다소 장벽이 있었고, 무엇보다 ‘소리’라는 축제의 정체성과 맞닿아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축제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공연으로 적절했는가'에 대한 의문이 남는 이유다.
판소리 다섯바탕 남상일

우리음악집단 '소옥'
해외 진출, 과제는 관객과의 소통
올해 새롭게 선보인 ‘소리 넥스트(SORI NEXT)’는 소리축제가 전통음악 유통 플랫폼으로 변모하는 새로운 시도였다. 2010년 시작된 '소리프론티어' 또한 소리넥스트의 일부로 편입되어 진행되었다. 이를 위해 공연예술과 관련된 8명의 해외전문가, 10명의 국내전문가가 소리축제를 찾았다.
소리넥스트의 중심은 전통음악 기반 예술단체 12팀의 쇼케이스였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소리프론티어 4팀과 국내외 전문가 추천으로 뽑힌 8팀이 무대에 올랐다. 소리프론티어 가운데 '우리음악집단 소옥'은 최종 우승을 차지하며 내년 유럽에서 쇼케이스를 가지게 되었다.
소리프론티어는 축제의 대표 프로그램 중 하나로 충성 관객이 많다. 그러나 올해 프론티어는 관객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공연 일정은 축제 시작 이틀 전 공개되었고, 관람 방법에 대한 자세한 안내는 없었다. 공연장도 우진문화공간·더뮤지션·전북도립미술관 등 전주 곳곳에 흩어져 접근성이 좋지 않았다. 좌석은 매우 한정적이었으며, 어떤 공연은 빈자리가 남아 있음에도 운영상의 이유라며 무한정 대기해야 했다. ‘전문가 전용 행사’에 가까웠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뮤직마켓이라는 성격 전환은 이해할 수 있으나, 그렇다면 소리프론티어를 기다려 온 관객에게 그 변화와 방향성을 명확히 알릴 필요가 있었다.
물론 의미 있는 성과도 남겼다. 참여예술가들의 북미 진출을 위한 실질적 대화가 오갔고, 세 차례에 걸쳐 열린 ‘소리토크’에서는 해외 시장에서의 한국음악의 위치와 가능성을 공유하는 시간이 마련되었다. 해외 무대에서 ‘맨땅에 헤딩’하듯 고군분투하던 예술가들에게 이번 소리넥스트는 정보 교류의 장이 되었다. 소리넥스트는 2027년까지 3년간 이어질 중장기 프로젝트다. 소리축제를 전통음악 유통 플랫폼으로 내세우려는 시도는 분명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전통음악의 새로운 시장을 열어가려면 관객들과 그 여정을 함께하는 방식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전주의아침 김일구류 바이올린 산조
반복되는 문제들의 아쉬움
매해 꾸준히 지적되던 교통의 불편함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자체가 접근성이 떨어지는 데다, 올해는 도립미술관, 아원고택 등 완주 지역까지 공연 공간이 분산되었다. 공연 특성상 해당 장소에서만 구현 가능한 경우도 있겠지만, 올해의 경우 꼭 전주 도심이나 소리문화의전당이 아닌 완주까지 가야 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공간 분산이 관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주었는지, 단순히 불편만 더하였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또한 여름으로 개최 시기를 옮긴 이후 반복되는 폭염 문제는 올해도 그대로였다. 저녁 시간대에 진행된 놀이마당 공연은 무대와 객석 모두 무더위로 지쳐야 했다. 조직위가 더위쉼터를 운영하며 대책을 마련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에는 이르지 못했다. 기후 위기로 인해 여름 기온이 해마다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계속 여름 개최를 고수해야 할지 고민이 필요하다.
소리축제를 둘러싼 정체성의 논의는 계속되고 있다. 조직위는 클래식과 월드뮤직의 비중을 줄이고 우리 소리를 중심에 둔 프로그램을 구성했다고 밝혔지만, 전체 공연 수가 줄어든 상황에서 체감되는 변화는 크지 않았다. 다만 개막작으로 창극을 올리며 '판소리'가 축제의 중심임이 드러났다. 아쉬움과 기대를 동시에 품고, 또다시 다음 축제를 기다려본다.
류나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