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회 전주국제영화제 4.29-5.8    2026.4월호

다시, 질문을 던지는 시간


한국경쟁_흘려보낸 여름



봄을 맞이하는 4월의 끝자락과 5월의 시작, 올해도 어김없이 전주국제영화제가 찾아온다. 제27회 전주국제영화제는 4월 29일부터 5월 8일까지 영화의거리를 중심으로 한 전주시 일대에서 열린다. 노동절과 어린이날을 포함한 연휴 기간에 열리는 전주국제영화제는 올해도 관객들의 많은 발길이 기대된다. 스물일곱 번째 영화제를 앞두고, 올해의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주목할 만한 이야기를 미리 만나본다.




한국경쟁&한국단편경쟁
국내 독립영화의 내일을 살피는 자리

한국경쟁_희생


전주국제영화제의 한국경쟁과 한국단편경쟁 섹션은 단순히 한 영화제의 섹션을 넘어, 그해 한국 독립영화와 신진 창작자들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 중 하나이기도 하다. 올해 한국경쟁은 극영화 6편, 다큐멘터리 4편을 소개한다. 그동안 영화제가 자주 선보였던 여성과 LGBTQ, 노동과 인권 같은 사회적 주제의 영화는 다소 줄어든 모습으로, 대신 그러한 사회를 투영하는 '가족영화'를 다수 선보인다. 심사위원단은 사회적 문제가 여전히 산적한 상황에서, 창작자들이 오히려 가장 사적이고 개인적인 가족 이야기에 집중하는 현상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전한다. 


극영화에서는 〈잠 못 이루는 밤〉(연출 소성섭)이 가족의 존재 의미를 섬세하게 되묻는다면 〈흘려보낸 여름〉(연출 이선연)은 작은 소동극을 통해 가족이 존재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근거를 파고든다. 〈입춘〉(연출 최수빈)은 계속해서 부딪히는 두 여성을 통해 일종의 가족 서사를 재현한다. 다큐멘터리에서는 감독의 개인사이기도 한 부모를 다룬 〈공순이〉(연출 유소영)와 〈회생〉(연출 김면우)이 기다리고 있다. 



한국단편경쟁_메트로폴리탄 라이드



전반적으로 극영화는 침체한 가운데, 다큐멘터리는 눈에 띄게 활발해진 것도 올해의 특징 중 하나다. 심사위원단은 2024년 연말 이후 촉발된 한국 사회의 거대한 분노와 열망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드러난 것이라고 평가한다. 실제로 이번 영화제에 출품된 다큐멘터리 중 다수가 12·3 내란 사태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을 맺고 있다. 이러한 거대 담론을 다룬 작품이 아니더라도 올해의 다큐멘터리들이 전반적으로 수준이 높다는 평으로 기대를 모은다. 


한국단편경쟁에는 1,494편이 출품되어 극영화 20편, 실험영화 4편, 다큐멘터리 3편, 애니메이션 3편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 30편이 선정됐다. 올해는 유독 어린아이와 학생이 주인공인 영화, 카메라를 통해 눈앞의 세계를 깊이 있게 되돌아보는 영화가 많이 출품됐다. 단편영화 특유의 젊은 감각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쉽게 이해하고 공감하기 쉬운 이야기 대신 다소 불안정하고 낯설더라도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려는 시도들이 관객을 기다린다.




지역공모

변방을 넘어 새로운 질문을 실험하는 공간

지역공모_졸업앨범



지역 공모를 통해서는 다섯 작품을 소개한다. 장편 섹션에는 김종관 감독의 다큐멘터리 <졸업앨범: 선생님을 기다렸다>가 선정되어 코리안시네마 장편 부문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제자들을 지키려 스스로 징계를 택했던 전주신흥고 정옥동 교감을 중심으로, 스승과 제자 사이 40여 년의 오해를 담았다. 단편 섹션에는 〈나선을 걷는 아이들〉(연출 이소은), 이한들의 〈스크램블〉(연출 이한들), 〈이 밤이 지나면〉(연출 이승찬)이 선정되어 코리안시네마 단편 부문에 상영되며, 〈텃밭〉(연출 노동현)은 한국단편경쟁으로 관객과 만난다.


심사위원단은 올해 지역 공모에서 나타난 유의미한 변화를 짚었다. 지역을 단순한 배경으로 쓰지 않고 그 장소가 가진 시간과 의미를 깊이 탐구하려는 시도가 늘었다는 것이다. 또한 외부 시선에 갇힌 지역성이 아니라 창작자가 스스로 정체성을 찾는 주체적인 흐름 또한 두드러졌다는 분석이다. 지역에서 작업하는 환경을 한계로 보지 않고 새로운 시각을 얻는 기회로 삼았다는 것. 또한 지역 영화가 변두리를 벗어나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실험적인 공간이 되었음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특별전: 조금 낯선 안성기를 만나다

한국영화 전환점을 함께한 故안성기를 기리며 

특별전_페어러브



올해 초 세상을 떠난 故안성기 배우. 그는 수많은 독립영화와 예술영화에 흔쾌히 출연하며 한국영화의 새로운 도전마다 함께 했었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그런 그의 출연작 가운데 국내 6편과 해외 1편을 상영한다.


국내 작품으로는 배창호 감독의 〈기쁜 우리 젊은 날〉이 기다린다. 오랜 시간 엇갈린 두 남녀의 재회와 비극적 이별을 그린 작품으로, 이 작품으로 제32회 아시아·태평양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명세 감독의 〈남자는 괴로워〉는 갑작스러운 권고사직을 계기로 변화를 맞이하는 직장인의 이야기를 담은 코미디다. 이외에도 〈이방인〉(연출 문승욱), 〈페어러브〉(연출 신연식), 〈부러진 화살〉(연출 정지영), 〈필름시대사랑〉(연출 장률) 등 1980년대부터 2010년대에 이르는 다양한 시기의 작품이 소개될 예정이다.


해외 상영작으로는 오구리 고헤이 감독의 〈잠자는 남자〉를 상영한다. 살아있다는 것의 의미를 탐구한 이 작품은, 한국배우가 광복 후 일본영화에 처음 출연한 사례로 당시 큰 화제를 모았다.




마스터즈

동시대 거장의 시선을 한 자리에 

마스터즈_밤의 여정



마스터즈는 영화계 거장들의 최신작을 조명하는 섹션으로, 장편 10편, 단편 1편이 상영된다. 최근 전주국제영화제를 찾았던 감독들의 신작이 특히 눈에 띈다. 차이밍량 감독은 체코를 배경으로 행자의 걸음을 따라가는 〈밤의 여정〉을 선보인다. 지난해 개막작 〈콘티넨탈 ‘25〉를 연출한 라두 주데 감독과 아드리안 치오플랑커 감독은 신작 〈샷 리버스 샷〉을 통해 1980년대 공산주의 루마니아를 방문한 미국 언론인의 기록과, 그를 감시한 정부의 기록을 교차시키는 실험적 형식을 선보인다.


국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검증받은 작품들도 만날 수 있다.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안드레 노바이스 올리베이라 감독의 〈내가 살아있다면〉, 알랭 고미스 감독의 신작 〈다오〉가 상영된다.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첫 공개된 로스 매켈위 감독의 〈리메이크〉와,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 수상작인 호세 루이스 게린 감독의 11년 만의 신작 〈발보나 이야기〉도 상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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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다인ㆍ류나윤 기자